▲ 가자 남부 도시 라파를 탈출해 가자지구 중심부에 도착한 팔레스타인 난민들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지상전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고수 중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쪽과 북쪽 모두에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폐허가 된 북부지역에 다시 밀고 들어갔고, 남부 라파에서도 이스라엘 전차와 병력이 주요 도로를 차단한 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로이터는 가자지구 남부와 북부 모두 최근 몇 주 사이 가장 격렬한 전투가 맹렬히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민 수십만 명이 안전지대를 찾아 다시 피란길에 올랐다고 전했습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라파 동부 지역 공격을 지속하는 한편 가자지구 북부에서 지상전을 재개하고 중부에서도 지상전에 나섰습니다.
지난 11일부터 가자지구 북부 일대에서 하마스와 교전을 벌여온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북쪽에 있는 자발리아 난민촌에 다시 병력을 투입했습니다.
이곳은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지상전을 벌여 하마스를 몰아냈다고 주장했던 곳입니다.
전차 포탄이 난민촌 중심부로 떨어졌고 주민들은 이를 피해 짐가방을 들고 도망쳤습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지난 밤사이 공습으로 숨진 사람이 최소 20명이라고 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팔레스타인 여성은 "전차와 불도저가 거리로 들어왔다"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는 피란 간 곳에서 또 쫓겨나 거리를 뛰어다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자지구 중부 알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도 이스라엘군이 주택을 공습해 최소 8명이 사망했다고 가자지구 민간 응급구조대가 밝혔습니다.
부상자와 실종자도 여럿 있다고 구조대는 덧붙였습니다.
라파에서는 이스라엘이 동쪽 지역을 겨냥한 공습과 지상 포격을 강화하면서 사상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7일 전차 등을 동원해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관문인 라파의 팔레스타인 쪽 검문소를 장악한 데 이어 라파 쪽으로 더 깊숙이 진격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폭격과 포격이 격화하고 있으며 가자지구 남북을 잇는 주요 도로인 살라후딘로도 이스라엘 전차들에 의해 차단됐다고 말했습니다.
하마스 무장조직도 전투원들이 라파 동부의 거리와 자발리아 동쪽에서 이스라엘군과 총격전을 벌였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라파에서 대규모 지상전에 들어가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선을 그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라파 군사작전과 관련해 아직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이스라엘의 라파 전면침공 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은 명확한 전략이 없는 작전을 실행한다면 특정 공격무기를 공급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런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무엇이 '레드라인'을 넘는 행위인지에 대해 설리번 보좌관은 "여러 요소를 합친 것에 기초해 판단하는 것으로 수학적 공식이나 기계적 결정이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보는 바에 따라 판단하고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다. 우리는 아직 그것이 일어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는 하마스 소탕과 인질 구출 등 전쟁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며 지상전 강행 방침을 고수해 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100만 명이 넘는 피란민과 주민이 머무는 라파에서 시가전이 본격화한다면 엄청난 민간인 피해가 예상된다며 이스라엘을 만류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북에서 군사작전을 진행 중인 가운데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병원 등 의료체계가 완전히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메드하트 아바스 가자지구 보건부 장관은 성명에서 "병원의 발전기를 돌리고 구급차를 운행하고 직원들을 실어 나르는 데 필요한 연료를 공급받지 못해 의료체계가 무너지기까지 몇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의료구호단체 메드글로벌(MedGlobal) 소속 의사 테어 아흐마드도 "연료가 들어오지 않아 라파에 있는 많은 병원이 전면 폐쇄될 위기에 놓여 있다. 지상 작전이 이어지면 대학살이 일어날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