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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사랑하는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비극', 너무 멀리 간 걸까?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Has Dog Breeding Gone Too Far? by Alexandra Horowitz

스프 nyt 번역
 
*알렉산드라 호로위츠 박사는 개를 연구하는 인지과학자다.
 
인간이 형제자매와 성관계를 맺는 근친상간(incest)은 미국 대부분 주에서 불법이다. 그러나 개의 경우 형제자매나 가까운 친척과의 성관계는 근친교배(inbreeding)라고 하여 순종견을 만들어 내는 관행의 일부다.

브리더(breeder)들이 흔히 형제자매견을 교배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켄넬 클럽(American Kennel Club, 순종견을 보호, 장려하는 비영리단체)'은 근친교배를 금지하지 않으며, 그래서 근친교배가 아주 낯선 일도 아니다. 브리더들은 가까운 유전자 풀 안에서의 교배는 괜찮다고 말한다. 그러나 UC 데이비스 연구팀과 핀란드 연구기관 '위스덤 헬스 제네틱스(Wisdom Health Genetics)'가 함께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순종견은 평균 0.25의 '근친교배 계수'를 보였다. 형제자매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을 때와 같은 수치다. 0.25라는 숫자는 두 개체가 부모나 조부모와 같은 공동의 조상으로부터 두 개의 대립 형질을 공유한다는 의미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 0.25라는 숫자다.

지난 토요일 뉴욕 웨스트민스터 켄넬 클럽 도그쇼에서도, 계속된 순종견 교배의 심각한 결과를 볼 수 있었다. 흰 털에 작은 얼굴의 몰티즈는 몸무게가 4파운드, 2kg이 채 안 됐다. 반면 마찬가지로 선택적 교배의 결과라 할 수 있는 그레이트데인 품종의 개는 170파운드, 80kg에 육박하는 몸집과 존재감을 드러냈다.

19세기 품종견 교배가 시작된 후 유전학 관련 또는 브리더 표준을 지키면서 개의 건강에  수백 가지 문제가 발생한 것도 선택적 교배의 커다란 부작용이다. 급격한 해부학적 변화로 인해 생식(불도그의 머리가 너무 커져서 대다수는 자연 분만할 수 없어짐), 호흡(퍼그의 두개골이 너무 작아서 호흡이 어려워짐), 오락(독일셰퍼드를 비롯한 대형견들이 고관절이형성증에 걸려 보행에 어려움을 겪음) 등 삶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독일 셰퍼드는 등 부분이 평평했으나, 현재는 뒷다리 쪽으로 기울어진 모습으로 변했다.
동물유전학자인 다니카 바나쉬가 이끄는 UC 데이비스 연구팀은 근친교배의 정도가 심한 종일수록 유전병이 더 많이 나타난다는 점을 밝혀냈다. (0.25라는 계수를 기억하는가? 근친교배 계수가 0.05 미만이어야 건강한  유전적 유사성 비율이 발생한다) 생물학 수업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사실과도 일치한다. 즉, 번식 개체수를 제한하면 해로운 열성 대립 유전자가 더 강해져서 잠재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돌연변이가 생기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특정 품종을 번식시키면 유전적 다양성이 사라진다. 이제는 새끼 수 감소, 신생견 생존율 감소, 평균 수명 감소 등 근친교배로 인한 불가피한 결과를 보여주는 크고 작은 연구가 많이 나와 있다. 2019년의 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견종을 크기에 따라 조사한 결과 순종견의 수명이 잡종견에 비해 1년 이상 짧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해 인간이 선호하는 개의 모양과 크기, 색상을 개의 목숨 1년과 맞바꾸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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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인간의 충동이 얼마나 심각한 역설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예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 가운데 자신의 개가 통계적으로 잡종견보다 1년 덜 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되도록 순종견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다. 왜 그럴까? 나는 이런 역설이 우리의 심리학적 경향과 소비자로서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심리학적으로 우리는 인상적인 일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통계가 가리키는 숫자보다도 단일한 사례에 쉽게 설득된다. 개 인지에 대해 20년간 연구하면서 우리의 경험이 어떤 연구 결과를 배신하는 것 같을 때 나타나는 반응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내가 사람들에게 개가 죄책감을 느끼는 표정을 짓는 건 자신의 나쁜 행동을 이해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주인의 행동에 대한 반응이라는  연구 결과를  알려주면 늘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제 강아지는 자기가 잘못했을 때 그런 표정을 짓는걸요."

퍼그는 원래 주둥이 부분이 돌출된 모양이었는데, 오늘날의 퍼그는 둥글고 납작한 얼굴을 갖고 있다.
장수를 누린 순종견들의 이야기도 얼마든지 있다. 20년 이상 살아 장수 신기록을 세운 개 중에도 순종견이 있다. 102살까지 살다 가신 할머니가 평생 말보로를 피우셨다는 이야기를 흡연자들이 특히 좋아하듯, 우리는 이런 소수의 일화를 붙들고 늘어진다. 우리의 역설적인 행동에 기여하는 다른 요인은 무언가를 사는 행위, 심지어는 (특히나) 살아있는 것을 사는 행위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개를 구매하는 개개인은 개가 가정용품이 아닌 가족의 일원이 되기를 원하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인간은 개를 철저히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식료품이나 새 컴퓨터도 주문하면 1시간 만에 집으로 배달되는 시대에 우리가 아마존에서 강아지를 (아직은) 살 수 없다는 사실은 놀랍다. 그렇지만 우리는 온라인에서 다양한 웹사이트를 둘러보며, 다른 개 구매자의 후기를 읽어볼 수 있다. 그러면서 나는 어떤 개를 원하는지, 어떤 특징을 고를 것인지를 상상하게 된다. 미국 켄넬 클럽과 여기에 소속되어 있는 브리더 클럽은 당신이 갖게 될 새 강아지의 특징(상냥하고, 아이들과도 잘 지내며, 훈련이 잘됨 등)에 대해 기꺼이 알려줄 것이다. 품종으로 개의 행동 특성을 단정 짓기 어렵다는  학술 연구 결과보다 강아지 상품 후기를 믿는 쪽이 더 즐겁게 느껴진다. 인간은 확실성이라는 환상에 매료된다.

차우차우는 원래 크기도 작고 주름도 적었는데, 오늘날의 차우차우는 크기도 커지고 털도 더 북슬북슬해졌다.
근친교배의 범람과 그 해로움을 보여주는 증거가 넘쳐나니, 우리는 이를 반성과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근친교배가 정확히 어떻게 우리가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개들을 망가뜨리고 있는지 과학이 나날이 더 자세하게 밝혀내고 있지만, 사실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근본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근친교배가 개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우리는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이제 이런 연구 결과는 (개보다도)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굳은 의지로 개를 망가뜨리고 있는 종이 바로 우리 인간인 것이다.

이런 결과는 순종견에 대한 인간의 집착이나 근친교배의 파괴력을 간과하려는 의지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다. 개를 우리의 욕망에 맞출 수 있는 존재로 대상화하는 사고방식도 문제다. 우리가 눈이 크고 얼굴이 납작한, 아이처럼 생긴 얼굴을 좋아하다 보니, 그 결과 눈에는 궤양이 생기고 코와 기도가 작아 거의 막혀있다시피 한 개를 만들어 낸 것이다. 특정 무늬의 털(점박이 무늬의 달마시안, 등뼈를 따라 특징적인 선을 가진 로디지안 리지백)을 가진 개를 좋아하다 보니 그런 유전자가 갖는 질병(달마시안의 청각장애, 리지백의 유피성 부비동)도 계속해서 이어지게 된다.

불테리어는 원래 콧등이 살아있었는데, 오늘날의 불테리어는 콧등이 사라진 미식축구공 모양의 머리를 갖게 됐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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