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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을 대체하는 '팁'? 미국서 팁이 점점 비싸지는 이유 [스프]

[스프칼럼] (글 : 김한송 셰프)

김한송
한국에서 미국으로 여행 와 한인타운에서 맛있게 순두부찌개를 먹고 난 후 받아 든 계산서. 계산서를 자세히 보면, 음식 가격, 세금, 그리고 팁이 기다리고 있다.

점심에 간단하게 즐긴 순두부찌개 한 그릇의 가격은 18달러, 여기에 세금 1.5달러(뉴욕 기준 8.875%)과 팁 3.24달러(18% 기준)가 더해져, 총 22.74달러(약 2만 9,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맛있게 먹은 점심인데 왠지 무엇인가 도둑맞은 느낌이다. 미국에서 팁(tip)은 일상적인 문화이지만, 팁을 얼마를 주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최근 미국에서는  '팁플레이션(Tipflation)' 현상이 대두되고 있다. '팁플레이션'은 팁(tip)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팁의 비율이 상승했다는 걸 가리킨다.

팁은 주로 레스토랑과 같은 서비스 업종에서만 통용되었지만, 최근 대부분 사업 영역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자동 세차장, 심지어 음식을 픽업하는 'Take-out' 식당이나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매장에서도 팁을 요구한다.

미국에서는 할 수 없이 팁을 내야 하는 상황을 두고  '팁 소름(Tip Creep)', '티핑 피로(Tipping Fatigue)'과 같은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팁플레이션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비대면 결제가 확산되며 자리잡게 되었다.

과거 팁은 종업원이 들고 온 계산서에 별도로 지불하던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POS(Point of Sales) 기계나 키오스크에서 직원이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이 웃으며 쳐다보고 있는 상황에서 '노팁' 을 누르거나 '적은 양'의 팁을 내기에는 죄책감과 쫓기는 마음에 어쩔 수 없이 적당한 팁을 누르게 된다.

김한송 스프칼럼
"심리적 압박감과 죄책감 때문에 실제 지불 의사보다 더 많은 팁을 남기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점심에는 '15~18%', 저녁에는 '18~20%'를 팁으로 내면 된다는 공식이 깨어진 건 오래전 일이다. 이제는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면 최소 18% 이상의 팁을 제시하는 곳이 많아졌으며, 25%~30%까지 요구하는 곳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의 팁(Tip) 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팁 문화는 16세기경 유럽에서 시작되었다. 귀족이 하인에게 호의를 베푸는 의미였으며, 미국에서는 노예제가 철폐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북전쟁 이후 미국 부자들은 유럽의 귀족들을 따라하곤 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팁 문화'였다.

그 시절 미국인들은 팁을 주고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았다. 팁을 주는 것이 '잘난 체'하는 것처럼 여겨졌었기 때문이다. 작가 '자야라만'은 그의 책 'Forked : A New Standard for American Dining'에서 '팁을 주는 것은 비열하고 비민주적이고 미국인답지 못하다'라고 쓰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팁 문화는 백인들이 흑인들을 고용하지만 금전적인 보상은 주지 않고, 팁을 비롯한 부수입에 의존해 살아가도록 변질되었다.
 
종업원, 파출부 등은 무조건 흑인이다. 흑인들은 당연히 팁을 받는다.
주는 쪽도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흑인이 열등하기 때문에 팁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백인 남성이 팁을 받는 장면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당혹스러울 것이다.
- 기자 존 스피드의 팁에 관한 기사, 1902년

이 시절의 팁 문화에는 인종 차별적인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식당, 호텔, 파출부 등 손님은 부유한 자들이, 종업원은 하층민인 업종에서 특히나 더 두드러졌다. 미국에서의 팁 문화는 이 시기를 거치며 미국 사회에 자리잡게 되었고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게 된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중앙정부의 '연방 최저임금'과 각 주가 정해 놓은 '주별 최저임금' 중 더 높은 것을 사용하면 된다. 조지아주의 경우 시간당 최저임금은 7.25달러이지만, 팁을 받는 노동자(Tipped Minimum Wage)의 경우 2.13달러로 대단히 낮다. 팁의 유무에 따라 노동자의 권리를 차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50개 주 중에서 단 8개 주만이 동일한 최저임금을 보장한다. 42개 주에서는 팁을 받는 노동자에게는 더 적은 최저임금을 지불해도 되게끔 법이 제정되어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팁 노동자와 일반 노동자 모두 최저시급을 적용받으며, 최근 시카고 시 의회도 팁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제를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합의했다. (미국 내에서 팁을 받는 노동자는 약 600만 명으로 추정된다.)

김한송 스프칼럼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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