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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습을 통해 친부모를 짐작하고 보이는대로 이해하려고요"

"내 모습을 통해 친부모를 짐작하고 보이는대로 이해하려고요"
▲ '2024 세계한인차세대대회' 참석차 방한한 독일 입양 한인 성경주 씨

"친부모에게 환상이 있는 입양인들이 많지만,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다르게 접근하게 됐어요. 지금 내 모습을 통해 친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해볼 수 있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대로 이해하려 합니다."

독일 입양 한인 미리암 크롤(한국명 성경주·45) 씨는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한 언론사와 만나 "거울 앞에 서면 친부모의 유전자가 내게 그대로 전해졌다는 것을 느낀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 씨는 재외동포청이 각국 동포사회의 미래를 이끌 우수한 젊은 인재를 초청해 한인의 정체성을 갖추고 리더의 역량을 높이고자 개최한 '2024 세계한인차세대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습니다.

그는 "과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아프리카 수단과 비슷하던 시절 모두가 생활하기 힘들었다는 것을 안다"며 "자녀가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입양을 선택한 건 친모의 희생일 수도 있다. 슬프지만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떤 입양이든 행복한 시작은 없고, 모든 입양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 있다"며 "물리학자로서 환상을 좇지 않고 논리적으로 사안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편이다. 이 부분이 다른 입양인들과 다른 점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1979년 12월 20일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그는 처음에 경북 경주시청에 맡겨졌고, 대구 백백합보육원에서 보살핌을 받았습니다.

이듬해 5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한 가정에 입양됐습니다.

독일 입양 한인 성경주씨의 어릴 적 모습 (사진=성경주 씨 제공, 연합뉴스)

슈투트가르트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해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벨기에 뢰번 가톨릭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엑센츄어, KPMG, 아바나드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 프랑스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어릴 때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려면 수학, 물리학,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들었고 물리학에 가장 매력을 느꼈다"며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컨설팅 업무는 물리학의 접근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독일 첫 여성 총리를 지낸 앙겔라 메르켈도 물리학을 전공했다"며 "물리학은 어떤 업무를 하든 기초가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컨설팅 업무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외모 차이 등 때문에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입양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주눅 들거나 의기소침하지 않고 오히려 남과 다른 자신만의 특별함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가끔 친부모 생각이 나도 적극적으로 뿌리 찾기를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친가족의 평온한 삶에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변함없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했습니다.

친가족이 어딘가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라는 게 그의 마음입니다.

독일 입양 한인 미리암 크롤(한국명 성경주)씨 (사진=연합뉴스)

그러던 그가 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모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4년 아들이 태어나면서부터입니다.

성 씨는 "아들 DNA의 절반은 한국인, 절반은 네덜란드인이기 때문에 한국인으로서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아들을 보면서 내가 모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얼마나 깊이 갈망하고 있는지 그제야 알게 됐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아들이 스스로 한국인 핏줄이라는 정체성을 이해하고 간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파리 아리솔 한국학교에서 공부하게 하고, 태권도도 배우게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자신도 프랑스 최대 규모 입양인단체 '한국뿌리협회'와 독일 한인 입양인 커뮤니티인 한국독일입양인협회(KADeV)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세계한인입양인협회(IKAA) 이사를 지냈습니다.

그는 "한국계 독일인으로서의 독특한 다문화 경험과 언어 능력을 바탕으로 같은 DNA를 공유하는 입양인들과 소통하는 것은 내가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방법이기도 하다"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힘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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