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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취소됐을까 봐 전화했어요" 휴진 방침 불구 진료 차질 없어

"진료 취소됐을까 봐 전화했어요" 휴진 방침 불구 진료 차질 없어
▲ 주 1회 외래진료 휴진을 시작한 26일 대전 충남대병원에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대기하고 있는 모습

"오늘부터 금요일 (외래진료) 휴진한다고 하길래 병원에 전화까지 하고 왔잖아요. 솔직히 의사들이 나쁘다고 생각해요."

전국 주요 병원 교수들이 잇달아 외래진료 축소 방침을 밝힌 가운데 오늘(26일) 대전과 전북, 충북 지역 교수들도 예고한 '주 1회' 휴진에 들어갔습니다.

다만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시행키로 하면서 실제로는 예약된 수술이나 외래 진료 등이 큰 차질 없이 이뤄졌습니다.

오늘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 매주 금요일 외래진료를 휴진하겠다고 밝힌 대전 충남대병원은 오전에 대기 인원 없이 진료가 원활하게 진행됐습니다.

비뇨기과 앞에서 만난 보호자 오 모(70) 씨는 "남편 비뇨기과 외래진료가 오늘이라 왔는데, 진료 못 받을까 봐 너무 걱정했다"며 "서너 시간 기다림 끝에 교수님 보면 3분 내로 진료가 끝나는데 솔직히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병원에서 만난 대부분의 환자는 '외래진료 휴진'에 대해 모르고 있었습니다.

비뇨기과에 진료를 보러 온 곽 모(84) 씨는 "오늘 휴진을 한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는데, 하도 '의료 파업' 이야기가 들리니까 혹시라도 오늘 진료 취소됐을까 봐 미리 병원에 전화했다"고 말했습니다.

병원은 환자들에게 정상 진료를 알리는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습니다.

유방암 수술을 받은 뒤 오늘 퇴원 수속을 하고 있던 환자 조 모(53) 씨는 "내년 3월까지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간호사가 '금요일 외래진료 휴진' 이야기를 해주더라"며 "아픈 환자들이 기다리는 건 기본 서너 시간인데, 막상 진찰받으러 가면 별다른 설명 없이 1분 만에 끝난다.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을 이번에 병원 입원하면서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부터 비대위 차원에서 매주 금요일 수술을 중단하기로 한 전북 익산 원광대병원도 주요 수술실은 평소대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교수들이 중증 및 응급환자에 대한 수술은 계속 진행하기로 함에 따라 17개의 수술실 중 5개가 정상 가동 중이었습니다.

보호자 대기실에서 뇌 수술을 받는 아내를 1시간 넘게 기다리던 곽 모(65) 씨는 "교수들이 응급이나 중증 환자는 수술한다고 해서 큰 걱정은 없었다"며 "책임감 있게 환자들을 돌볼 것이라고 의사들을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교수들이 이달 초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를 개별적으로 휴진하고 있는 충북 청주 충북대병원도 평소대로 수납창구 로비가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중증 환자가 많은 혈액종양내과 등의 진료과 대기석은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가득 차 있었고 교수들은 진료차트를 들고 바삐 움직였습니다.

청주 충북대병원에서 진료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

휴진 첫 시작일인 지난 5일 당일에는 외래의 75%가 휴진하면서 환자 불편이 극심했지만, 그 뒤부터는 매주 휴진 참여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충북대병원 비대위 관계자는 "대부분의 교수가 환자 상황을 걱정해 이후에는 휴진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때 비대위 내부에선 휴진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주 1회 휴진'을 예고한 병원들이 늘어나고 있고, 사직서 효력이 발생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전 건양대병원 비대위는 전날 전체 교수 회의를 열고 내달 3일 휴진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외래 진료와 수술은 원칙적으로 쉬되 응급수술과 중환자실 운영은 평소대로 진행합니다.

건양대병원 비대위는 오늘 오전 병원장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습니다.

소속 교수(142명) 가운데 70%가량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원의대·강원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29일부터 외래 진료의 경우 '대학 병원에서만 진료가 가능한 중증환자' 외에는 원칙적으로 신규 초진을 받지 않는다는 방침입니다.

또 오늘부터 사직서의 행정 처리 절차를 진행키로 했습니다.

충북대병원 비대위는 소속 교수 60%(전체 200여 명)가 사직서를 낸 가운데, 사직서 효력 발생과 관련한 법률 자문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직서를 제출한 한 교수는 "지난 주말 경상도 일대 병원에 일자리가 있는지 알아보고 왔다"며 "저 말고도 실제 사직하겠다는 교수들이 꽤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어 "당장 내주 다른 교수님이 사직하려 했으나, 환자 스케줄 때문에 사직을 5월로 미룬 것으로 안다"면서 "전공의들이 없어 업무가 과중한 상황에서 각 진료과별로 한두 명의 이탈자만 발생해도 나머지 교수들까지 항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울산대 의과대학 소속 수련병원인 강릉아산병원 교수들도 내달 3일부터 주 1회 휴진을 예고했으며, 가톨릭의대 소속 대전성모병원 교수들도 일주일에 하루 휴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간암 수술을 한 70대 어머니를 모시고 충북대병원을 찾은 채 모(40대) 씨는 "아버지도 이 병원에서 이달 말 대장암 수술 일정이 잡혀 있다"면서 "부모님 두 분의 수술과 진료 모두 별 탈 없이 예약되긴 했지만, 교수들이 실제로 병원에 나오지 않을까 봐 늘 조마조마하다"며 울상을 지었습니다.

뇌경색 약을 처방받기 위해 정기적으로 원광대병원에 온다는 이 모(67) 씨는 "위급 환자는 돌본다고 해도 환자 입장에서는 막연하지만 불안하다"며 "빨리 이 사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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