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기계적 중립 없다"…미 하원 운영 방식?

[월드리포트] "기계적 중립 없다"…미 하원 운영 방식?
▲ 미 의회

미국의 의회는 아시는 것처럼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됩니다. 상원은 각 주별로 2명씩 100명, 하원은 인구 비례에 따라 435명이 선출됩니다. 임기도 상원은 6년, 하원은 2년으로, 상원의원은 상대적으로 선거 압박에서 한 발 떨어져 정책 선택을 하는 반면, 하원의원은 한 해 걸러 선거를 치러야 하는 만큼 누구보다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운영방식도 차이가 커서, 협치를 중시하는 상원과 달리, 하원은 철저히 다수당 위주로 운영됩니다.

국회의장 '당적 보유 금지'…중립 지켜라?

국회 본회의 이태원참사특별법 처리 시도

우리나라 국회는 어떨까요? 미 하원처럼 인구 비례에 따라 할당된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으로 구성됩니다. (참고로 미국은 비례대표 제도가 없습니다.) 연방제가 아니어서 그런 건지 상하원 구분 없는 단원제입니다. 국회의장은 의원들이 무기명 투표로 선출하며 국회법 제20조의2에 따라 당적 보유가 금지됩니다.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 운영을 염두에 둔 거란 해석입니다.

상임위원장의 경우 국회법 41조에 따라 역시 해당 상임위원들 간에 선출해 뽑도록 돼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라면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12대 국회까지는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도맡아 국회를 운영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1987년 민주화 이후, 13대 국회 때부터 교섭단체(20명 이상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 의석 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걸로 바뀌어 지금까지 이어져왔습니다.

국회의장이 당적을 갖지 않는다는 점, 상임위원장 등 국회 운영을 다수당이 독점하지 않는 점 등을 볼 때 철저히 다수당 위주로 운영되는 미 하원과 달리 협치적 요소를 갖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사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의회란 늘 시끄러운 곳입니다. 정당 간 다툼이 나쁜 걸까요? 정당에 출입하던 시절, 한 정치인은 제게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국민을 대표해 모인 사람들이 의원이고 그들이 서로의 주장을 이야기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곳이 국회이니 국회란 시끄러운 게 당연한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최소한의 협치 장치'…'어차피 형식적' 어떤 게 맞을까

빈 국회의장석

22대 국회 첫 국회의장 선출을 앞두고 '기계적 중립' 문제가 논란이 되는 모습입니다.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 내 의장 후보들이 경선을 앞두고 나온 소식입니다. 비교적 온건파로 꼽혀온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회의장 출마 뜻을 밝히며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 (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밝혔습니다.

당내 최다선인 6선으로 국회의장 도전 의사를 밝힌 조정식 의원과 추미애 당선인도 기계적 중립과 거리를 뒀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조 의원은 '중립적 국회 운영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심이 민심"이라고 했고,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당적을 버리긴 했지만 역대 국회의장 가운데 당파성을 의심받지 않은 의장은 거의 없었습니다. 민감한 현안이 있을 때, 경우에 따라 여야가 합의해 오라고 하면서 출신당 의원들에게 비판을 받았던 의장들이 있긴 했지만 대체로 출신당 정책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애초에 원내 다수당 후보가 의장으로 선출되는 구조에서 중립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릅니다.

효율성 면에서는 다수당이 책임지고 의회를 운영하는 미 하원 방식이 유리합니다. 현안 대응도 빠르고 불필요한 논쟁에 시간을 허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반면, 협치적 요소가 가미된 우리나라 국회 운영방식은 다소 비효율적이기는 해도 한 번 더 생각하고 고민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신중할 수 있습니다. 크진 않지만 소수 의견이 반영될 여지도 조금은 더 있습니다.

국회의장 후보들의 '기계적 중립'에 대한 비판은 '기계적 중립에 치우쳐 민의를 저버려선 안 된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국회란 민의의 전당이니 민의가 최우선인 건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당장 미 하원 방식으로 고치자는 것도 아니니 길게 이야기할 건 없지만 역대 국회마다 '의장의 정치적 중립성', '교섭단체 간 상임위원장 나눠먹기' 등을 놓고 비판이 적지 않았습니다. 형식적이나마 최소한의 협치 장치는 필요한 걸까요, 아니면 어차피 형식적인 것이니 무의미한 걸까요. 여러분은 생각은 어떠십니까?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