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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 악화에 몸살 앓는 에콰도르…'갱단 척결' 국민투표 가결

치안 악화에 몸살 앓는 에콰도르…'갱단 척결' 국민투표 가결
▲ '치안강화' 국민투표에 참여하는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

갱단의 폭력·테러 행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치안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남미 에콰도르에서 범죄조직 단속을 강화하기 위한 국민투표가 가결됐습니다.

21일(현지시간) 에콰도르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국민투표에 부쳐진 11개 제안 가운데 보안조치와 관련된 9건은 모두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밝혔습니다.

마약 밀매 갱단 등 범죄조직 단속에 대한 군병력 지원과 장병들의 거리 배치, 유죄판결을 받은 마약 밀매업자의 징역형 연장 등이 국민들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교도소 인근지역에서의 총기 규제 강화, 납치·테러 자금 조달 같은 범죄에 대한 가석방 금지, 군·경의 압수무기 즉시 사용 허가 등도 60∼73%의 높은 지지율로 통과했습니다.

범죄 피의자를 외국으로 인도할 수 있도록 장애 규정을 완화하는 안에는 투표 참여자의 약 65%가 찬성했습니다.

이에 따라 범죄조직 두목을 미국으로 인도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국민투표에 오른 11개 제안 가운데 노동자들이 시간 단위로 계약할 수 있게 한 노동시장 자유화 방안,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국제 중재를 허용하는 방안 등 시장친화적 경제개혁과 관련된 2건은 부결됐습니다.

가결된 보안 관련 제안들은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위해 취했던 비상조치의 권한을 연장하고 보다 확고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들입니다.

노보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는 국가를 지켰다. 이제 우리는 범법자들과 싸우고 에콰도르 가족들에게 평화를 돌려주기 위한 더 많은 도구를 갖게 됐다"며 국민투표 결과를 환영했습니다.

'치안강화' 국민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

전체 인구 1천800만 명 중 18∼64세 1천3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국민투표는 지난해 11월 취임한 노보아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이자 내년 대선의 가늠자로도 여겨집니다.

중도우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노보아 대통령은 기예르모 라소 전 대통령의 조기 퇴진에 따라 지난해 10월 치러진 보궐 성격의 대선에서 승리해 2025년 5월까지인 전임자의 잔여 임기를 채우고 있습니다.

노보아 대통령이 '치안 강화' 공약을 앞세워 지지를 얻은 만큼 재선을 노리려면 남은 임기 동안 그에 부응하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에콰도르는 남미에서 치안이 좋은 편이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주요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페루 사이에서 마약 거래 통로로 이용되면서 갱단의 폭력·테러 행위가 급증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경찰관, 검사 등을 겨냥한 납치 및 살해가 잇따라 일어났고 지난해 8월에는 당시 대선 후보였던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가 피살됐습니다.

지난해 에콰도르의 살인 범죄율은 인구 10만 명당 40명으로 역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올해 1월에는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마약 밀매 조직 두목이 탈옥한 데 이어 생방송 중인 방송국 안에 괴한이 난입하는 등 '무법천지' 상황이 되자 노보아 대통령은 '내부 무력충돌 상태'임을 선언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갱단 소탕에 나섰습니다.

이후 살인율은 하락 추세지만 범죄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국민투표일인 이날 히피하파 지역 한 식당에서 엘로데오 교도소의 코스메 다미안 파얄레스 소장이 피살된 채 발견됐습니다.

앞서 17일에는 남부 카밀로폰세엔리케스 시장인 호르헤 산체스가 괴한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고, 19일 포트로벨로에서는 호르헤 말도나도 시장이 역시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이날 국민투표도 전국 투표소 4천300여 곳에 배치된 군인 4만여 명의 삼엄한 경비 속에 치러졌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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