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내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것'일 겁니다. 아무리 강한 열망과 목표가 있어도, 오버페이스로 자꾸만 소진을 겪고 나가떨어지면 목표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끝내 완주할 수 없게 되지요. 마치 마라톤에서 조바심 때문에 초반에 빠르게 치고 나갔다가 기권하는 선수처럼요. 내 페이스를 잃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는 그 해답이 리추얼에 있다고 생각해요. 리추얼(Ritual)이란, 자신의 몸과 마음 안정을 위해 매일 5분 이내로 실천하는 아주 간단한 반복적 행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나를 안정되게 만드는 작은 습관이지요.
누군가는 매일 아침 이불 정리, 누군가는 기도, 또 자기 전 명상이나 일기 쓰기를 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꾸준하게 쌓여서 나의 감정기복이나 스트레스를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데요. 번아웃을 막아주는 가장 사소하지만 근본적인 힘이 됩니다. 매일 아침과 저녁, 그럴 정신도 없이 바쁜 분들이라면 오늘은 점심시간에 할 수 있는 작은 리추얼 하나를 소개할게요. 마이크로 산책입니다.
말 그대로 마이크로(micro : 100만 분의 1, 그만큼 작은)한 범위를 정해서 걷는 거예요. 미국 브루클린의 직장인들에게서 시작된 리추얼 트렌드입니다. 2006년경부터 시작되었는데요. 100m 정도의 구간을 정해서 매일 걷는 것에서 시작되었지요. 100m를 걸으면 얼마나 걸릴까요? 성인의 경우 초당 1.2~1.5m를 걷습니다. 즉 100미터는 일반적인 걸음걸이로는 1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입니다. 정말 마이크로한, 짧은 구간이지요? 대신에 아주 천천히 걷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평소보다 2배 이상 느리게 걸으면서 주변을 관찰하는 것이지요. 단순히 걷기만 하는 게 아니고요. 매일매일 조금씩 변화하는 거리의 모습에 관심을 기울이며 자세히 관찰하는 겁니다. 마치 현미경으로 무언가를 관찰하듯이 말이에요. 현미경이 영어로 'microscope'라는 거 알고 계세요? '마이크로 산책'에 쓰이는 '마이크로(micro)'는 산책 길이가 아주 짧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 짧은 거리를 현미경처럼 자세히 관찰하며 변화를 느끼라는 의미이기도 하답니다. 아주 중의적인 표현이죠?
봄은 마이크로 산책에 최적화된 계절이기도 합니다.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이 시시각각으로 눈에 띄는 시기죠. 지금 지도 앱을 켜서, 나의 생활반경 주변 딱 100미터 경로를 찾아보세요. 매일 걷고 싶은 아주 짧은 코스를요. 반복된 경로에서도 매일 다른 풍경을 발견하면, 반복된 일상에서도 매일 조금씩은 다른 의미를 찾아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