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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단속에 안 걸리는 '술'이 있다, 도대체 어떤 성분이길래 [스프]

[핫스프]

박세용 핫스프

알코올이 없는데 취하는 술이 있다?

알코올이 들어 있지 않은 술, 그래서 숙취가 없는 술이 있다고 합니다. 진짜일까요? 주변에 그런 술이 있다고 얘기하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올해 들었던 얘기 중에 가장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이 제품은 비록 알코올은 없지만 사람을 취하게 한다는 점에서 분명 술과 같은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바로 영국에서 만들어진 '센티아(SENTIA)'라는 제품입니다. 알코올이 아닌 대체 물질로 우리 뇌를 자극해 마치 취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센티아에는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술의 빛깔에 따라 '블랙'과 '레드' 제품이 있습니다. 성분도 약간 다릅니다. 블랙 제품을 마신 사람은 진짜 술을 마신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고, 다소 흥분하게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 검은 빛깔을 띠고 있습니다. 반면 레드 제품은 탁한 자주색입니다. 블랙과 다르게 조용한 분위기의 자리에 좀 더 어울리는 술이라고 제조업체는 설명합니다. 영국의 한 주류 판매 사이트에서 찾아봤더니 블랙은 품절, 레드는 주문 가능했습니다. 3병을 주문했고, 나흘 만에 배송을 받았습니다.

박세용 핫스프

취하긴 취했는데…음주운전일까 아닐까

취재진이 센티아를 주문하기 전, 벌써 정보 빠른 일부 유튜버들은 이 술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음주 단속에 걸리지 않는 술'이 나왔다는 내용의 쇼츠 영상도 있고, 술을 직구해 직접 마셔보는 영상도 볼 수 있었습니다. 영국에서도 이미 여러 소비자들이 센티아를 마시고 그 느낌을 얘기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다수 공개한 상태입니다.

취하긴 취한다고 하는데 정작 알코올은 없다는 술, 당장 음주운전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마시고 운전대를 잡으면 음주운전일까요, 아닐까요? 처벌은 받게 될까요? 경찰 단속은 가능할까요? 만약 센티아를 마신 뒤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내면 가중 처벌은 받게 될까요? 술을 직구하는 것은 가능한 상태인데, 확실한 것이 없었습니다. 취재진이 센티아를 직접 구입해 팩트체크에 나선 이유입니다.

박세용 핫스프
우선 향기와 맛을 확인해봤습니다. 뚜껑을 열고 잔에 따른 뒤 향을 맡아보니 허브 향기가 난다는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향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얼음에 섞어 맛을 봤습니다. 사람에 따라 달랐지만 먹을 만하다는 반응도 있었고, 한 모금과 동시에 얼굴을 잔뜩 찌푸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한약을 먹는 것 같다', '약을 먹는 것처럼 쓰다', '정신이 몽롱해진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센티아를 반 컵 정도만 마셔도 10분에서 15분 만에 정신이 다소 몽롱해진다는 게 공통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음주측정기를 불면 어떻게 될까요? 직접 테스트 해봤습니다. 음주 상태에서는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장치를 개발한 '㈜디에이텍'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먼저 소주 약간을 물에 희석해 마신 뒤 차량에 부착된 측정기를 후! 하고 불었습니다. 곧 경보음과 함께 음주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했다는 안내 문구가 떴습니다. 차량 시동은 당연히 걸리지 않았습니다. 소주를 딱 한 뚜껑만 마신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장치는 정교하게 작동했습니다.

알코올 없는 술로 비교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얼음컵에 센티아를 부어 마신 뒤 10분 정도 기다렸다가 차량 측정기에 후! 하고 불었습니다. "Test result approved", 음주 테스트에 통과했다는 안내 문구가 떴습니다. 차량 시동 버튼을 누르자 부릉! 하고 정상적인 시동이 가능했습니다. 차량에 부착된 측정기는 음주 검사에 대한 '합격/불합격'만 나올 뿐, 정확한 측정값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장치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하면 시동이 걸리기 때문에, 미량의 알코올 성분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센티아를 마신 상태에서 정밀한 휴대용 측정기로 2차 측정에 들어갔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BAC) 측정값은 0.000%로 나타났습니다. 알코올이 0%인 제품이므로 사실 당연한 일이지만, 해당 업체에서는 내심 수치가 좀 나오지 않을까 불안했던지, 0% 측정값을 보고 안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결국 센티아를 마시면 정신이 몽롱해지고 운전대를 잡을 수 있지만, 경찰이 음주측정기로 이를 단속할 수 없고, 처벌도 할 수 없는 셈입니다. 사고를 내면 음주운전처럼 가중 처벌도 못합니다. 영국 경찰에도 센티아를 마신 운전자를 단속할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즉답을 피했습니다. 아마 우리 경찰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박세용 핫스프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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