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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신고" "마약중독"…편견으로 더 힘든 희귀병 환자들

<앵커>

우리나라에서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80만 명 정도 되는 걸로 추산됩니다. 환자와 가족들은 병과 싸우는 것도 힘들지만, 주변의 오해와 편견을 견디는 것 역시 고통스럽다고 말합니다.

유영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네를 타는 3살 루안이.

루안이는 태어날 때부터 피부에 끊임없이 상처와 물집이 생기는 수포성 표피 박리증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생후 6개월 내내 병원에서 치료받으면서 생명이 위독한 고비도 몇 차례 넘겼습니다.

[김민주/김루안 군 엄마 : (의사가) 많이 못 살 것 같다, 이렇게 조금 마음의 준비를 늘 하고 있으라.]

다행히 조금씩 호전돼 집에 오게 됐지만, 매일 수포를 짜주고 소독해야 합니다.

치료과정만큼 힘든 건 주변의 시선, 루안이 얼굴에 난 상처를 본 누군가가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김민주/김루안 군 엄마 : 우리는 괜찮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또 아니구나. 좀 속상해서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느닷없이 극심한 고통이 밀려오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강병진 씨.

10년 전 군대에서 다친 뒤부터 이 병을 얻게 됐는데 지금은 하지 전체로 통증 부위가 확대됐습니다.

[김미자/강병진 씨 어머니 : 이 통증이 심할 때는 밤에 진짜 밤새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어요. 다리를 잘라달라, 엄마, 나 이거 다리 자르면 어떨까.]

매일 30여 가지 약을 먹지만 그것만으론 통증을 견딜 수 없어 몸속에 약물 주입기, 척수 자극기도 심었습니다.

[강병진/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 : (척수 자극기가 없으면) 막 돌발통도 계속 오고. 참 휠체어도 아예 못 타는 수준이었고. 누워서 대변보고, 소변 보고.]

참을 수 없는 통증만큼이나 그를 힘겹게 하는 건 오해와 편견입니다.

이 병을 앓는 환자들은 겉으로 봐선 멀쩡하다 보니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으려는 마약 중독자 아니냐는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는 겁니다.

어떤 병인지도 확인하기 어려운 데다 대부분 치료제가 없고, '돌봄 혜택'도 부족한 희귀질환 환자들.

이런 삼중고는 운명이라 여기며 견뎌가지만 주변의 따가운 시선은 그들 마음에 하루하루 깊은 상처로 남습니다.

[이유미 교수/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 희귀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사회적으로 별로 없잖아요. 희귀질환이 오히려 낙인찍히는 경우가 많고, 이해받기보다는….]

(영상취재 : 안민신 취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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