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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기적'이다…채소나 고기와는 다른 그 풍미 [스프]

[사까? 마까?] (글 : 정고메 작가)

정고메 사까 마까 썸네일
어릴 때 가족들이랑 외식을 할 때면 단골 메뉴는 구워 먹는 고깃집이었다. 그때 자주 가는 고깃집에서는 항상 양송이버섯이 인원수에 맞게 나왔다. 동그란 양송이버섯의 갓을 뒤집어 불에서 가장 먼 곳에 놓고 천천히 익힌다. 어느샌가 양송이버섯이 익으면서 수분이 생기고 둥근 갓 안에 버섯즙이 고이기 시작한다. 너무 익어서 버섯즙이 새어나가기 전에 적당한 시점에 먹어야 하므로 눈을 뗄 수가 없다.

소금 알갱이 몇 개 넣고 너무 뜨겁지 않게 약간 식힌 다음, 젓가락으로 버섯의 즙이 새어나가지 않게 조심스럽게 가져와 한입에 먹는다. 먹자마자 폭발하는 양송이버섯의 독특한 풍미, 소금과 만나면서 더 강하게 느껴지는 감칠맛, 그리고 부드러운 식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때 버섯이 맛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렇게 맛있는데 하나만 먹는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맛있었다. 비건식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감질나게 곁들이던 버섯을 고기의 자리에 두고 양껏 구워 먹는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 이제는 양송이, 새송이, 표고 가릴 것 없이 먹고 싶을 만큼 구워 먹는다. 버섯마다 각각의 풍미와 식감을 발견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정고메 사까 마까
생태계의 관점에서 보자면 식물은 공급자이고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소비자이며 버섯은 분해자다. 분해자는 생애주기가 끝난 생물을 분해해 다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환경을 만든다.

버섯은 식물과 전혀 다른 균사체이고 눈에 보이는 버섯은 균류 네트워크의 일시적인 번식기관이다. 버섯이 나타나면 공기 중으로 포자를 퍼트리며 번식한다. 다큐멘터리 '환상의 버섯'을 보면 버섯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한데, 버섯이 유출된 기름을 정화하거나, 숲속의 나무와 식물들은 균류 네트워크를 통해 소통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심지어 엄마 나무가 아기 나무에 균류 네트워크를 통해 탄소를 전달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고 한다. 공기 중에도 1세제곱미터에 1만 개 가까이 되는 균류 포자가 있다고 하니, 장마철에 화분에서 갑자기 버섯이 뿅 하고 나타난 것이 기적 같은 일은 아니다.

신비로운 버섯의 존재는 1인 가정의 식탁에도 기적 같은 존재다. 재배되는 버섯은 사계절 내내 언제나 쉽게 구할 수 있다. 새송이버섯, 팽이버섯, 느타리버섯은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게다가 채소나 육류에서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맛을 가지고 있고, 버섯의 휘발성 화합물 덕분에 독특한 향미를 가진다. 최대 150개의 휘발성 유기 화합물을 지니고 있다고 하니 버섯만의 독자적인 풍미는 어느 식재료로도 대체할 수가 없다. 탱글탱글한 식감과 독특한 질감으로 육질도 유사한 점이 있어서 비건 대체 요리에도 많이 쓰인다.

버섯은 수분과 식이섬유, 약간의 단백질, 무기질과 비타민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몸에 활력을 주는 비타민 B군이 많은 편이다. 비타민 B군은 열에 쉽게 소실되기 때문에 버섯의 즙까지 먹는 요리가 효과적이라고 한다. 또 버섯의 아미노산은 감칠맛을 내는 원료로 사용되기도 해서 푹 끓이면 조미료 없이도 감칠맛이 난다.

얼마 전에 '버섯탕'을 해 먹었는데 깊은 감칠맛에 감탄하며 먹었다. 그리고 이건 꼭 <사까마까>에도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레시피를 가져와보았다. 버섯탕과 더불어 버섯으로 해 먹을 수 있는 감탄할 만한 요리들을 뽑아보았다. 모두 조리법은 간단해도 버섯의 감칠맛과 고유의 식감을 활용한 버섯 요리다.

'감탄할 만한' 버섯 레시피들

1. 버섯탕

오로지 버섯의 감칠맛으로 승부를 보는 요리다. 조리법이 간단해서 요리를 못하는 사람도 어려움 없이 시도할 수 있다. 꼭 재료에 안내된 버섯이 아니어도 좋지만 여러 가지의 버섯을 넣을수록 감칠맛은 훨씬 깊어진다. 그리고 미나리나 쪽파, 고수 같은 향채를 얹어주면 입맛까지 돋우는 보양식으로 먹을 수 있다.

정고메 사까 마까
- 재료: 표고버섯 80g, 느타리버섯 80g, 팽이버섯 1/2 봉지, 목이버섯 약간, 양파 1/2개, 쪽파 약간
- 양념: 들기름 1T, 소금 1t, 진간장 1T, 물 700ml
*1T는 밥숟가락에 평평하게 담은 것을 기준으로 한다.

버섯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거나 손으로 뜯어 준비한다. 냄비에 느타리버섯과 들기름, 소금을 넣고 볶는다. 수분이 나오기 시작하면 통으로 썬 양파와 물, 나머지 버섯을 모두 넣고 5분간 중불로 끓인다. 간장을 넣고 모자란 간은 소금으로 맞춘 다음 1~2분 정도 끓여 마무리한다. 대접에 담고 쪽파나 고수를 올려 먹는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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