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은 김일성의 생일, 북한에서는 민족 최대의 명절로 일컬어지는 날입니다. 김일성이 1912년에 태어나 1994년에 죽었으니 태어난 지 112년, 사망한 지도 30년이 지났지만 김일성은 여전히 북한의 살아있는 '절대권위'입니다.
북한은 1997년부터 이날을 '태양절'로 부르고 있는데, 해마다 '태양절'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진행돼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김일성 생일은 예년과는 다소 다른 것이 있습니다. 김일성의 112회 생일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가 진행되는 것은 비슷한데, '태양절'이라는 용어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매체들은 올해 김일성 생일을 지칭하면서 '뜻깊은 4월의 명절', '민족 최대의 경사의 날'과 같이 '태양절'이라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듯한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태양절'이라는 용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4월 15일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동상에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태양절에 즈음하여 꽃바구니 진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태양절이라는 용어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음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노동신문을 검색해 보니, 이 기사 전에 태양절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은 지난 2월 17일 기사가 마지막이었습니다. 김일성 생일이 가까워지면서 각종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는데도 2개월 가까이 태양절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은 것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의 경우에도 4월 15일 기사 전에 태양절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사례가 지난 1월 8일로 검색됩니다. 조선중앙통신은 3개월 넘게 태양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지난해 4월 15일 노동신문과 올해 4월 15일 노동신문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더욱 확연히 드러납니다. 지난해와 올해 4월 15일 노동신문은 모두 1면에 김일성 생일을 경축하는 배너와 사설을 실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배너에는 '민족 최대의 경사의 날 인류 공동의 혁명적 명절, 태양절 경축'과 같이 태양절이라는 표현을 쓴 반면, 올해 배너에는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명절, 4.15 경축'과 같이 태양절이라는 용어가 빠졌습니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태양절이라는 용어를 배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1997년부터 김일성 생일 '태양절'로 지정
이와 함께 북한은 이른바 '주체' 연호를 제정했습니다.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을 '주체 1년'으로 하는 새로운 연호를 사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북한이 지금도 2024년을 '주체 113년'처럼 별도의 연호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이 당시의 결정에 기인합니다.
'태양절'의 제정과 '주체' 연호의 사용. 이는 한마디로 말해 북한에서 김일성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된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태양은 지구의 모든 것이 존재하게 하는 근원인데 김일성이 바로 그 태양이 되었고, 날짜를 삼는 기준도 김일성이 태어난 날이 기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서 북한에서는 앞으로 누구도 김일성을 대신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태양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니 또 다른 태양이 존재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김일성 권위 하향 조정 시도?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