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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믿었다가 날아든 날벼락…조직에서 살아남는 방법 [스프]

[한비자-정치적 인간의 우화 ⑥] '끊임없이 의심하고 바보처럼 보여라' (글 : 양선희 소설가)

양선희 중국본색 썸네일
바보가 아닌데 바보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은 고도의 처세술에 속합니다. 그런데 '바보 처세'로 위험을 피하거나 목숨을 건진 사람들의 사례는 많습니다. 그만큼 성공하면 먹히는 전술이라는 말입니다.
#1
은나라 주왕이 밤이면 술자리를 벌이며 환락에 젖어 날짜까지 잊을 정도였다. 그가 측근에게 물었으나 모두 알지 못했다.
이에 사람을 시켜 기자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기자는 종에게 이렇게 일렀다.
"천하의 주인과 그 주인을 섬기는 사람들이 모두 날짜를 잊었다면 천하가 위험해질 것이다. 온 나라 사람이 날짜를 모르는데 나 홀로 안다고 하면 내가 위험해질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도 취해서 알지 못하노라고 해명했다.
#2
제나라 대부 습사미가 전성자를 만났다. 전성자는 훗날 제나라 간공을 살해하고 나라 실권을 틀어쥔 인물이다.
습사미는 전성자와 함께 대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았다. 삼면이 시원하게 트였는데, 남쪽을 보니 바로 자기 집 나무가 시야를 가렸다.
전성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광경이 마음에 걸렸던 습사미는 집으로 돌아와 사람을 시켜 그 나무를 베라고 했다. 도끼로 여러 개의 상처가 났을 때, 그는 멈추게 했다. 집안 관리인이 "왜 그리 수시로 변하느냐"고 물었다. 습사미가 이렇게 말했다.
"옛말에 이런 게 있다. '연못 속 물고기를 아는 자는 상서롭지 못하다.' 저 전성자는 앞으로 큰일을 낼 것인데 내가 그의 기미를 알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면 필시 나는 위험해질 것이다. 나무를 자르지 않는다고 죄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이 말하지 않은 것을 알아차린다면 그 죄는 크다."
그래서 나무를 베지 않았다.

이러한 조심성 있는 처세의 기반이 되는 것은 '의심'입니다. 우리 문화권에선 어려서부터 '의심하는 건 나쁘다'고 가르치죠. 그러나 '합리적 의심의 기술'을 익히지 못하면 조직 생활에선 백전백패합니다. 또 유권자 혹은 시민들은 정치인들에게 속아 넘어갑니다. 나라를 위태롭게 할 수 있죠.

여기서 합리적 의심이란 한 개인을 향한 병적인 의심증이 아닙니다. 정치적 인간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어 보는 실력에 기반한 의심입니다. 오히려 의심의 기술을 갖추지 못하면 위험에 빠지기도 합니다.

조직의 사람들은 아무리 선량한 사람이라도 동료를 위해 자기 월급과 자리를 포기하진 않습니다. 말 한마디 보태주는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도 찾기가 어렵죠.

그러므로 낭만적으로 내 동료를 믿고, 자신의 똑똑함을 과시하는 순진함은 화를 자초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나에게 친절한 타인을 믿는다?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진술이 있습니다. "나는 그를 믿었다"는 것이죠. 믿음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이익이나 이해관계와 관련한 문제에서 믿음은 대체로 배신당합니다. 믿지 않아야 화를 피할 수 있다는 우화들은 '한비자' 도처에 등장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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