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Pick] "숨도 못 쉬어요"…멸종위기종 위협한 문제의 '돌탑' 허물었다

'맹꽁이 서식지 파괴 우려' 제주 금오름 돌탑 철거

금오름 분화구 돌탑 제거(사진=제주도 제공, 연합뉴스)
▲ 금오름 분화구 돌탑 철거 전(왼쪽)과 철거 후(오른쪽)

관광객들이 쌓아올린 돌탑으로 인해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서식지가 파괴될 위기에 처하자 철거를 결정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시 한림읍 금오름 분화구에 형성된 습지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돌탑 제거를 추진했다고 14일 밝혔습니다.

제주 한림읍 금악리에 위치한 금오름은 사유지로 정상에서 한라산, 비양도, 금악마을 등을 내려다볼 수 있어 전망이 좋을 뿐 아니라 '금악담'이라 불리는 화구호 습지를 보유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오름입니다. 

그런데 최근 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정상 분화구의 습지 주변에 있는 돌을 하나둘씩 옮긴 뒤 소원을 빌며 돌탑을 쌓아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많아졌습니다.  

어느새 돌탑들은 마치 성곽처럼 줄을 이었고, 원래 돌이 있던 분화구 습지 자리는 맨땅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금오름 분화구 돌탑(제거 전)

문제는 돌탑을 쌓는 행위로 인해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맹꽁이와 같은 양서류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 것입니다. 

유기물이 풍부한 금오름 분화구에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를 비롯해 제주도롱뇽, 큰산개구리 등 다양한 양서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분화구 내부에는 그늘이라 할 수 있는 나무와 수풀이 거의 없기 때문에, 피부로 호흡하는 양서류에게 화산송이(화산석) 등 돌무더기는 햇빛을 피해 숨을 제대로 쉴 수 있는 유일한 서식처입니다. 

그런데 탐방객들이 돌탑을 쌓기 위해 돌을 무자비하게 옮겨버리는 바람에 양서류들은 머물러야 할 그늘이 사라져 피부 호흡이 힘겨워졌고, 맹꽁이알 마저 태양에 노출돼 산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됐습니다. 

앞서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한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3월 말 금오름의 양서류가 처한 위기 상황을 알리며 제주도에서 돌탑을 허물어 원상 복구하고 돌탑 쌓기를 하지 않도록 안내판도 설치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똑같은 일이 반복되자 도가 직접 나서 문제의 돌탑을 철거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제주도는 사전에 소유주와 정비 계획을 논의한 끝에 제주시와 합동으로 분화구에 쌓인 돌탑들을 허물어 서식지가 유지되도록 주변을 정리했고, 주위에 널려있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등 환경 정비를 마쳤습니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탐방객이 이어지는 만큼 정기적인 점검을 실시하고, 안내판 추가 정비도 이달 중 추진할 계획"이라며 "습지 생태계 보전을 위해 환경에 위해가 될 수 있는 돌탑 쌓기나 쓰레기 투기 등은 삼가 달라"라고 당부했습니다. 
돌탑이 철거된 금오름 분화구 모습.

(사진=제주도 제공,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