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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일할래?"의 유혹…'괴담'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공포 [스프]

[갑갑한 오피스]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글 : 권남표 노무사)

권남표 갑갑한 오피스 썸네일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점심을 먹으려 신촌의 한 순두부집에 들어갔다. 문을 열고 점원과 눈이 마주쳐 짧게 목례를 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점원은 곧 말했다. "무엇을 드릴까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 역의 탕웨이가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라고 말하듯, 모국어가 아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어투였다. 내게 가장 익숙한 말을 조금은 다르게 하는 그에게 "들깨순두부 하나 주세요"라고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식사는 맛있었고, 사과와 대파, 공산품의 가격이 오른 만큼 인상된 찌개 값을 치르고 가게를 나섰다. 저녁에 간 중국집에서 다른 직원이 "무엇을 드릴까요?"라고 물었고, 나는 다시 그를 돌아봤고, 요리를 주문했고, 식사하고 나왔다. 앳된 것으로 보아 유학생 같았다. 식사는 다를 거 없이 맛있었고, 흡족했다.

최근 젊은 유학생이 상담을 왔다. 하는 말은 그랬다. 일을 한 지 1년 3개월이 되던 때 사장이 가게가 어렵다고 그만 나오라고 했다는 거다. 그만두기 전 3개월 동안은 가게가 어렵다고 해서 월급도 반절만 받았다고 했다. 그렇게 일을 그만두고 사장과 점점 연락이 되지 않던 중 유학생은 가게에 찾아갔다. 놀라울 것도 없이 오픈 중이었다. 사장은 다른 아르바이트생과 일하고 있었다. 화가 난 유학생이 달려들어서 '내 3개월 치 월급 언제 줄 거냐'고 우격다짐으로 다투고 온 활극이었다면 속이라도 시원했을까, 싶지만 유학생은 그러지 않았다. 유학생들 사이에 괴담이 있다고 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우선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지를 잠깐 보려 한다. 한국은 외국인 유학생(D-2 또는 D-4 비자, 학사 기준)에게 주중 20시간(최대 25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정해뒀다. 당국의 정식 허가 기준에는 여기에 직전 학기 학점 기준도 있고, 한국어 능력(토픽, KIIP)을 일정 수준 이상 인정받아야 한다. 이렇게 여러 조건을 다 충족했을 때 시간제 취업을 할 수 있다. 대략 1주 5일 일한다고 하면 하루 최대 5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하며 대학 다니는 일이 특별하지도 않고,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가 유학생이라고 값쌀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우리 문화 배우러 왔으니 기특하다며 깎아줄 만큼 한국이 녹록한 나라도 아니다. 옛날 주경야독 이야기가 지금은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하는 흙수저의 이야기로 읽힌다.

최근 식당에서 유학생이 서빙하는 모습을 보는 게 어렵지 않은 것은 단편적인 인상이 아니다. 그만큼 많은 유학생들이 한국의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대학가에는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시기를 지나 다시 외국인 유학생 수가 증가 추세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2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를 보면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14년 8만 4,900명에서 2022년에는 16만 6,900명으로 2배가 증가했다. 그리고 교육부는 2023년 8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을 유치해 세계 10대 유학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유학생들 사이에서 떠도는 괴담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시간 넘겨 일해서 강제 출국당한다"이라는 거다. 유학생은 1주 20시간 조건으로 일하기 시작했지만, 방학을 지나면서 지금까지 1주 30시간씩을 일했다고 한다. 20시간 초과해서 30시간을 일하라고 제안한 사장님이야 일 시키고 돈 주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세상 장사가 내 맘대로 됐으면 모두가 백종원 되는 거다. 장사가 생각보다 안 됐고, 유학생은 어느 날 보니 10시간 치 월급을 못 받았다고 했다. 그래도 20시간 치 월급은 꼬박꼬박 준 걸 두고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이 유학생은 식당에서 더 일하기를 포기했다.

권남표 갑갑한 오피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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