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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뉴스] 여당 역대급 참패에도…의협 '신중 모드' 이유는?

어제(10일) 치러진 총선 출구조사에서 여당의 참패를 예측하는 결과가 나오자 그간 정부와 각을 세워온 의사들은 소셜미디어에 저마다 이를 반기는 글을 올렸습니다.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 1기 위원장을 지낸 분당서울대병원 정진행 교수는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개인 기본권을 침해한 것을 용서하지 않은 국민 심판"이라고 했고,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은 "가장 강력한 보수우파 전문가 단체인 의사집단을 건폭 다루듯 한 용산과 그걸 말리지 못하고 수수방관한 국힘당이 자초한 결과"라고 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중 모드'도 두드러졌습니다.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은 오늘 새벽 소셜미디어에 "마음이 참 복잡합니다"라는 한 마디의 심경을 남겼습니다. 

의협 내 대표적인 강경파로 분류되며 총선 전 여당에 대한 '심판'을 역설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대정부 강경 발언을 쏟아내던 노환규 전 회장도 "이런 선거 정말 처음"이라며 "국힘의 패배를 바라면서도 대패를 바라지 않는, 개헌선은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의사들을 괴롭히던 정당이 참패했음에도 의사들의 마음이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고 했습니다.

이런 의외의 '신중 모드'는 보수 진영의 몰락이 의사 집단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대규모 의사 증원을 주장해온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가 야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것처럼 그간 진보 진영은 의사들의 기득권 제한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보건의료노조 등 야당의 지지 기반을 이루는 노동·시민단체 역시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진영이기도 한 만큼, 정부와 각을 세워 온 의사 집단이 막상 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데 대해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섣부른 대정부 맹공으로 정부의 강경노선 회귀를 자극하기보다는, 정국 수습 국면에서의 유화 기조를 이용해 최대한 '양보'를 얻어내려는 셈법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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