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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패자도 '정치 보복' 걱정 안 해도 되는 미국 [스프]

[뉴스페퍼민트] 선거를 앞둔 민주 시민의 자세란 무엇일까? (글 :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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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0410 뉴욕타임스 해설
올해는 전 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층위의 선거가 치러지는 해입니다. 우리나라도 총선을 치르고, 스브스프리미엄을 통해 자주 관련 소식을 전해드린 미국 대선도 오는 11월입니다. 오늘날 여러 민주주의 국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치적 양극화일 겁니다.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갈수록 상대방을 향한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고, 지금 우리가 겪는 문제의 원흉이 오직 상대편에 있다며 손가락질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비판이 점점 격해지다 못해 "나는 잘못한 게 전혀 없고, 모든 문제는 저쪽 편의 잘못"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다 보니, 서로 건설적인 토론은커녕 기본적인 소통도 잘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대결이 확정된 올해 미국 대선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겁니다. 두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이 과연 동의할 수 있는 원칙이나 전제가 얼마나 있을지 궁금할 만큼 이번 대선은 "지면 끝장"인 승부,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이겨야만 하는" 최후의 결전이 됐습니다.

선거는 냉엄한 승부입니다. 아무리 원대한 뜻을 품은 정치인이라도 선출직에 도전한 이상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고, 선택받지 못하면 꿈을 펼칠 기회조차 얻지 못합니다. 상대방을 비판하고, 내가 상대방보다 나은 점을 드러내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선거에 나선 두 후보, 두 정당 가운데 한쪽이 정말 사라져야 할 문제의 원흉이고, 다른 쪽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고결한 존재인 경우가 실제로 얼마나 있을까요? 그런 경우는 정말 흔치 않다는 걸 다른 누구보다 유권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 상대방을 비판하는 잣대를 우리 편에, 나한테 들이댔을 때 떳떳하지 못한 경우를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냉철한 자기 객관화는 오늘날 정치에서 정말 보기 드문 현상이 됐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서구 사회에서는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가 낯설지 않습니다. 관련한 논의의 역사도 깊죠. 주로 인종, (이민 1, 2세대인 경우) 출신 국가에 따라 비슷한 경험을 하며 정치적인 가치관이 형성되는 만큼 같은 인종이나 같은 언어를 쓰는 이민자 집단 안에서는 지지하는 정치인과 정당이 비슷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다인종 국가라고 보기 어려운 한국에선 정체성 정치가 다소 낯선 개념입니다. 지역주의와 일견 비슷한 면이 있지만, 미국의 인종, 출신 국가, 지역 등에 비하면 그 차이가 훨씬 작습니다. 인구통계학적 정체성을 기준으로 한국 정치를 바라볼 때 적용할 만한 기준은 세대와 성별 정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개인의 이념이나 신념에 따른 정치적 지향을 정체성 정치가 덮어버릴 만큼 미국 사회에서 정체성 정치는 강력한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독실한 기독교 혹은 가톨릭 신자로 성소수자의 권리나 여성의 임신중절권을 현재 민주당의 진보 인사들이 주장하는 정도로 보장해주는 데 동의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도 흑인과 라티노 남성 유권자 사이에서는 백인 남성 유권자에 비해 민주당 지지율이 높습니다. 정체성이 이념을 덮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체성이 이념에 앞서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은 같은 집단 안에서도 나타납니다. 흑인들은 1960년대 이후 민주당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누군가 보는 눈이, 그것도 나와 같은 흑인이 지켜보고 있을 땐 민주당을 꼭 지지해야 할 것만 같은  압력을 느낀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흑인들에게 흑인 면접관이 직접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설문조사를 하면 95%가 민주당이라는 답이 나오지만, 온라인으로 조사하거나 흑인 아닌 면접관이 대면으로 조사하면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하는 비율이 85%로 낮아졌습니다.

한국 축구팬들 사이에서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할 땐 "제한맨", 손흥민 선수가 토트넘으로 이적한 뒤엔 "제한토"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제발 한국인이라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혹은 토트넘)를 응원하자"는 말의 준말이었죠. 개인적으로는 응원하는 클럽팀을 고르는 데 국적이 굳이 영향을 미쳐야 할까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응원하는 스포츠팀을 고르는 건 개인의 자유라 생각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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