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여기 서울 맞아요?"…30년째 허름한 '이곳', 왜

서울도시 한복판에 있는 남부 터미널은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찾고 있지만 벌써 30년째 가건물로 남아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남부터미널은 서울의 대표 터미널 중 하나인데 같은 동네 고속버스터미널과 비교하니 바닥이 벗겨져있고 천장 또한 세월의 흐름이 보입니다.

[이용객 : 많이 노후화되어 있는 느낌이 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보니까 타이트하게 도착하는 것 같아요.]

서울의 첫인상을 책임지는 터미널이 이렇게 낡은 이유는 뭘까요?

사실,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1968년 남부터미널의 모태, 용산시외버스터미널이 첫 삽을 뜹니다.

운영도 순탄했습니다.

교통 중심지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바로 앞에 용산역이 있어서 시내버스 이용도 편리했고 이 덕분에 시 외곽 어느 쪽으로든지 이동이 수월했습니다.

그런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당시 용산시외버스터미널을 출입했던 버스는 하루에 무려 500여 대, 꼬리를 문 대형 버스들 때문에 교통 체증이 빚어진 건데요.

결국, 20여 년 동안 한자리를 지켰던 용산시외버스터미널은 1989년 이사를 결정합니다.

이때 이사를 추진한 기업은 '진로'로 과거에는 남부터미널도 운영했습니다.

진로는 용산시외버스터미널을 이전시키며 지상 19층, 지하 3층 규모의 터미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요.

하지만 용산의 교통체증은 건물이 다 지어질 때까지 견딜 수 없는 수준이었고 결국, '선 이사, 후 건축'이라는 방법을 택합니다.

임시로 사용할 2층 규모의 가건물을 지어 먼저 이사를 진행해 급한 불부터 끄기로 한 건데요.

1990년대에 지금의 남부터미널이 만들어진 겁니다.

아까 그 화려한 계획은 어떻게 됐을까요?

[우리가 외환위기를 넘기기 위해 IMF로부터 긴급 지원받을 자금은 대략 200억 달러 규모로….]

순식간에 닥친 재정 악화로 진로 계열사들은 대부분 정리됐고 그 안에는 남부터미널을 소유하고 있던 진로유통도 속해있었습니다.

2003년 남부터미널은 한국 최초의 전선회사였던 대한전선에 넘어갑니다.

대한전선은 재개발에 꽤 열정적이었습니다.

노후화된 남부터미널과 그 일대 토지를 사들여 최신식 복합 상업시설을 만든다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총 3번에 걸쳐 서울시에 제안서를 제출하죠.

하지만 제안한 건축물에 상업시설이 지나치게 많아 교통 체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려됐고 결국, 경영악화로 유야무야 2015년 1,755억 원에 터미널을 세 번째 주인, '대명루첸'에게 매각하게 됩니다.

재개발에 물꼬를 트겠구나 예상했지만 이번엔 용적률 싸움이 시작됩니다.

남부터미널 부지는 일반상업지구에 속해 용적률 800%이지만 서울시가 공익 차원에서 근린상업지역인 600%를 가이드라인으로 잡아 의견충돌이 있었던 거죠.

대명루첸은 지난 16년 서울시와의 사전협상에서 용적률 상향이 이뤄지지 않으면 최소한의 리모델링만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18년도에는 청년 공공임대주택까지 지을 테니 용적률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깜깜무소식으로 사실상 재개발 사업이 보류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지어진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철제 가건물로 남아있게 된 건데요.

남부터미널은 언제 새 단장을 할 수 있을까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