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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의 K-공습 개시…중국 자본의 타깃이 된 한국 내수시장 [스프]

[귀에 빡!종원]

빡종원

이건 싸도 너무 싸다 - 알리의 K 공습

한 달 전쯤 알리와 테무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다뤘었다. 이 무렵 알리가 앱 안에 'K-베뉴'라는 코너를 새로 만들었는데, 기존 중국에서 넘어오는 물건들이 아닌, 한국 업체의 상품들만 전문으로 파는 전용 메뉴였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알리의 K-베뉴 메뉴에는 국내 기업이 제조한 음료나 휴지, 세제 등만 입점돼 있었고 과일이나 육류 같은 신선식품은 판매되고 있지 않았다. 전문가들 역시 알리가 국내 농장이나 육가공 업체에서 판매하는 신선식품을 취급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과일 가격이 70~80%씩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는 뉴스가 쏟아지는 이때 전격적으로 신선식품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빠른 속도였다. 심지어 딸기 한 팩 1,000원 같은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내걸면서 신규 이용자를 순식간에 17만 명이나 끌어모으는 등 그 반향도 컸다. 그러더니 급기야 아예 100만 원짜리 쿠폰을 뿌리는 등 국내 유통업체에서는 전에 보기 힘든 '돈 잔치'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디 있냐지만, 그 할인 폭이 전문가들도 놀랄 정도였다.

빡종원
금, 다이아몬드, 상품권 등을 환금성 상품이라고 한다. 현금으로 바꾸기 쉬운 물건이란 뜻으로, 이들은 사실상 현금과 비슷한 취급을 받기 때문에 세일의 개념이 없다. 그런데 의외로 커피믹스와 기저귀, 쌀 등도 환금성 상품에 속한다. 환금성 상품으로 분류가 되면 구매 수량에서 제한이 생긴다. 실제로 마트에서 소매용으로 파는 커피믹스를 한 번에 100상자를 구매하고자 하더라도 불가능하다. 소매로 대규모 구매가 안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이들 환금성 상품은 할인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할인을 한다 하더라도 말만 할인이지 어디서 사나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가격 변동이 크지 않다. 그런가 하면 환금성 상품은 아니더라도 농심의 신라면 같은 스테디셀러 상품 역시 할인을 거의 하지 않는다. 특히 신라면은 농심의 대표 상품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한데, 설사 판매자가 자기가 손해를 봐가며 대폭 할인을 하고자 해도 제조사인 농심 측에서 허락을 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언급한 이 모든 상품들을 알리에서 대폭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CJ햇반 210g 24개들이 한 박스는 현재 알리에서 1만 9,536원에 무료 배송을 하고 있는데, 다나와 최저가 기준이 1만 9,870원+배송비 3,000원이다. 기존 최저가보다 3,300원이나 더 싸게 파는 것이다.

농심의 봉지라면 20봉 세트는 알리가 1만 4,276원으로 쿠팡이나 네이버 최저가보다 무려 2,000원 이상 더 싸고, 세일 안 하기로 유명한 동서식품의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 180포는 네이버 최저가가 2만 1,600원인데 알리가 1만 9,008원으로 역시 2,000원 넘게 싸게 팔고 있다. 쌀이나 기저귀 역시 마찬가지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들은 환금성 상품, 또는 기업의 대표 스테디셀러로 판매자가 할인을 하고 싶어도 제조사에서 반대해서 못 하던 상품들이었는데 알리는 어떻게 이렇게 유례없이 싸게 팔 수 있는 걸까? 알리가 이름 붙인 '1,000억 페스타'라는 세일 행사 이름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한국 제조사에게 정상가 혹은 오히려 더 비싸게 물건값을 쳐주고, 소비자에게는 할인을 해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기네 돈 1,000억을 쓰겠다는 것이다.

유통 전문가들은 할인의 액수보다도 할인 품목에 더 집중한다. 같은 1,000억 원을 쓰더라도 어디에 쓸 것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은 알리바바를 유통기업이 아닌 플랫폼 기업으로 규정했다. 자신들은 물류에 직접 손을 대지 않고 제조사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중간 플랫폼의 역할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알리가 유독 한국에서만큼은 상품 기획자인 MD를 고용하기 시작했다. 한국 소비자의 기호를 정확히 꿰뚫겠다는 알리의 의중이 반영된 것인데, 한국유통연수원의 마종수 교수는 알리가 경쟁사의 판매 가격은 물론, 우리가 얼마를 제시했을 때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인가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고 분석했다. 알리가 물건을 1만 가지를 팔든 10만 가지를 팔든 어차피 소비자는 이 물건들 전부를 알 수는 없고, 결국 핵심 품목 20~30가지에 구매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이 핵심 품목들의 가격만 집중적으로 흔들면 '알리는 충격적으로 싼 곳이구나'라는 인식을 단번에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알리가 이런 과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게 놀라운 일이며, 그렇게 1,000억 원을 쓰기 때문에 파괴력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동서식품의 커피믹스나 농심의 신라면 등은 판매자가 싸게 할인을 해서 팔고 싶어도 제조사가 반대를 하는 품목인데 알리는 어떻게 이걸 해냈을까? 정확한 계약 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통가에서는 알리가 이들에게 기존에 볼 수 없던 훨씬 더 큰 폭의 마진을 보장해 주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중국 자본을 앞세운 알리가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얼마나 돈을 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소매시장 공략, 테무도 가세하나?

엄청난 자본을 앞세운 중국 기업 알리의 이러한 공세에 테무까지 가세하면 그 파괴력은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테무는 아직까지는 한국 시장에 이렇게까지 공을 들일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알리바바와 테무의 모기업인 핀둬둬는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테무는 2022년 9월, 미국에 한국보다 먼저 진출했다. 그리고는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쏟아부으며 미국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남미와 유럽, 한국과 일본으로도 진출했지만 테무의 우선 공략 순위는 미국 시장이다.

현재 테무가 미국에서 15달러 물건을 팔 때마다 7달러 적자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 한 해 미국에서 2조 원가량의 적자를 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마존이 미국에서 흑자 전환을 하기까지 걸린 기간이 8년. 테무는 이를 3년 단축한 5년 안에 흑자 구조로 바꾸겠단 계획인데, 한마디로 미국에서만 5년간 최소 10조 원의 적자를 볼 각오를 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테무가 미국 시장에서 이렇게 적자를 내는 이유는 오롯이 물류비 때문이다. 테무가 미국 소비자에게 5일 이내 무료 배송을 약속하고 있는데, 중국에서 지구 반대편 미국에 이 기간 안에 물건을 배송하려면 비행기 밖에는 답이 없다. 모든 물건을 비행기로 나르려니 그 물류비가 어마어마하게 드는 것이다. 테무는 5년 내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사실 이게 이뤄질지도 현재로선 미지수이다. 이러다 보니 알리는 이 길을 택하지 않았다.
 

세계 5위의 이커머스 시장 한국…알리는 그 과실을 노렸다

빡종원
알리는 대신 한국을 콕 꼬집어 공략하기 시작했다. 유럽과 미국이야 거리가 멀어 물류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공략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더라도, 가까운 아시아권에서는 왜 하필 일본도 동남아도 아닌 한국일까? 그건 한국이 가장 돈이 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전자상거래 규모는 2020년 4조 달러이던 것이 빠른 속도로 늘어 올해는 6.4조 달러, 우리 돈 8,6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별로 이커머스 점유율 순위를 살펴보면, 중국이 전체 소매 거래 중 52.1%를 전자상거래로 하는 것으로 조사돼 압도적으로 세계 1위를 했고, 2위는 차이가 많이 나지만 미국이 차지했다. 3위는 영국, 4위는 일본, 그리고 5위가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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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이커머스 점유율은 3%, 한국은 2.5%로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인구는 한국 5,000만 명 vs 일본 1억 3,000만 명으로, 국민 한 사람이 전자상거래에 쓰는 돈은 우리나라가 2배가 넘는다. 반면 일본은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 데다, 물류도 생각보다 많이 발전을 못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유일 새벽배송을 하는 나라이다. 수도권 중심의 좁은 국토에 물류망이 촘촘히 깔려있다 보니 택배비 자체가 일본의 절반 가격도 안 된다. 시장 규모는 일본과 비슷한데, 물류비는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는 시장이 바로 한국인 것이다. 거기에다가 한국에서 유행한 상품이라고 하면 K팝 열풍이 뜨거운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자연스레 마케팅 효과까지 거둘 수 있으니, 한국은 동남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까지 하는 셈이다. 즉, 알리는 물류비를 최대한 아끼면서 이윤을 최대로 뽑아낼 수 있는 시장으로 한국을 택한 것이다.

빡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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