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단독] "형제복지원 피해자 위자료 과다 산정"…정부 측 항소이유서 봤더니

[단독] "형제복지원 피해자 위자료 과다 산정"…정부 측 항소이유서 봤더니

형제복지원 피해자 첫 배상 판결…정부 측 항소이유서 살펴보니


지난해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첫 국가 배상 판결이 내려진 후 정부가 해당 판결에 항소했는데, 정부 측은 "피해자 보상금이 과다 산정됐다"며 항소 이유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대한민국)는 원고에게 수용 기간 1년당 8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정부가 지급해야 하는 손해배상액은 1인당 8천만 원에서 최대 11억 2천만 원까지로 산정됐습니다.

이 판결에 대해 정부가 항소했는데, SBS가 입수한 정부 측 항소이유서에는 '배상 의지는 있지만 피해자 위자료가 과다하게 산정돼 항소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정부는 피해자들의 '수용 기간'을 기준으로 한 위자료 산정이 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수용자들이 입은 불법행위 피해에 질적인 차이가 존재해 차등을 둬야 한다는 겁니다.

정부는 "일련의 국가 작용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국가에 광범위한 책임을 부담하게 하면서, 원고의 피해까지 뭉뚱그려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사자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의 정도가 서로 달랐고 형제복지원 내에서 맡은 직위나 수용 시기에 따라 처우가 달랐다고 볼 정황도 존재한다"며 "피해 사실별로 위자료 기준이 상세하게 특정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위자료 액수가 '과다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이미 490명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한 만큼, 국가가 지급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의 전체 규모를 한 번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피해자들의 손해를 직접적으로 유발, 확대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충분히 참작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다만 정부 측은 국가기관인 진실화해위원회의 의사를 존중해 배상 책임이나 소멸시효 등을 항소 이유로 들지는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정부 측은 '배상을 지연하기 위한 목적으로 항소를 제기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상급심 법원 판단을 통해 국가배상책임의 범위를 확정할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피해자는 생사 오가는데 피해 사실 입증하라니"


정부 배상을 기다리는 피해자 측은 막막하다는 입장입니다.

위 소송 원고 중 한 명인 A 씨는 "부모의 사랑을 받고 학업을 받아야 할 시기에 끌려가 8년 동안 매일 구타당했는데 어떻게 더 피해를 입증하냐"며 "계속해서 소송을 끌고 가는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소송의 피해자인 B 씨는 "정부가 항소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절망적"이라며 "항소이유서는 피해자들을 또 한 번 아프게 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김소라 변호사는 "이 사건은 국가기관인 진실화해위원회가 1년 이상 조사한 사건으로 인권유린 피해가 충분히 입증됐다"며 "피해에 따라 배상을 차등하려면 입증은 정부가 해야 하는데, 이번 판결에 대한 정부의 항소는 피해 입증을 피해자들에게 전가하는 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송승우)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15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국가가 원고 1명당 2억~6억 원의 위자료를 보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정부가 연이어 형제복지원 소송 판결에 항소한 가운데, 피해자들 일부도 항소를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심 재판부별로 인정한 피해 기간이 달라 배상 금액에 차등이 있어 이 부분을 다투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