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25년만 최대 강진에도 살아남았다"…'타이완의 지진 대비' 어땠길래

타이완에서 원자폭탄 32개가 한꺼번에 터질 때와 맞먹는 파괴력의 강진에도 피해가 생각보다 적었던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지진 대비 체계를 잘 갖춘 덕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3일 오전 타이완 동부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7.2(미국·유럽 지진당국 발표는 7.4)에 달하는 강진으로, 타이완 지진으로는 1999년 이후 25년 만의 최대 규모입니다. 

이번 지진으로 상당한 피해가 예상됐지만, 4일 오전 타이완 당국이 집계한 인명피해 규모(3일 오후 10시 기준)는 타이완 전역에서 사망자 9명, 부상자 1011명 등입니다.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피해가 적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입니다.  


외신들은 지진을 자주 겪는 타이완이 내진설계 등 지진에 잘 대비해 왔기 때문에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AP통신은 "타이완은 강력한 지진이 낯설지 않다"면서 "최첨단 기술을 갖춘 타이완의 인명피해는 뛰어난 지진 대비 덕분에 상대적으로 억제됐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가장 피해가 컸던 화롄(花蓮)현은 여러 건물이 피해를 입었지만, 수도 타이베이는 강한 여진에도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사망자들은 대부분 산사태로 굴러 떨어진 바위 등에 부딪혀 숨진 경우였고, 직접적인 건물 붕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위치해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타이완이 1999년 9월 21일 규모 7.6 지진을 겪은 이후 철저히 대비해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타이완은 25년 전인 1999년 지진 당시 약 2400명이 숨지고 10만 명이 부상하고 건물 5만 채가 파손되는 엄청난 인명 재산 피해를 겪었습니다. 

그때의 아픔을 교훈 삼아 타이완 정부는 지진 등 재해 대비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고, 지진에 대한 대응 및 훈련을 담당하기 위해 2개의 국가급 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아울러 신축 건물과 기존 건물에 요구되는 내진 설계 기준을 지속해 높이면서 건물 내진설계 기준을 확인하려는 주민에게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습니다. 

또 학교와 직장에서 지진 대비 훈련을 실시하고 공공 미디어와 휴대전화에는 지진과 안전에 대한 공지가 정기적으로 게재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16년 타이완 남서부 해안의 타이난에 강진이 발생했을 때도 주요 구조물 중 붕괴한 것은 17층짜리 고층 아파트 건물이 유일했습니다. 

지난 3일 지진은 아침 출근 시간에 발생했지만 진앙과 가까운 지역을 제외하고는 지하철 운행이 잠시 중단된 이후 재개되는 등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미주리 과학기술대학교의 지진학자이자 교수인 스티븐 가오는 "타이완은 엄격한 건축 법규, 세계적 수준의 지진학 네트워크, 지진 안전에 대한 광범위한 대중 교육 캠페인을 시행해 왔다"며 "타이완의 지진 대비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립타이완대학교 지구과학과 교수 겸 국립방재과학기술센터 팀장인 우이민은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지난 3∼5년 동안 이 센터가 개발한 재난 대응 시스템이 더욱 발전했다"면서 "타이완을 반도체 강국으로 만든 기술 전문성이 25년 만에 닥친 최악의 지진으로부터 사상자를 비교적 낮게 유지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사진=타이완 중앙통신사 제공, 홍콩 SCMP 홈페이지 캡처,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