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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정말 '악'일까…악은 존재할까 존재하지 않을까 [스프]

[취향저격] 다양한 해석을 부르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글 : 이화정 영화심리상담사)

이화정 취향저격
80회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영화를 만든 하마구치 류스케는 현재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일본 감독이다. 호평을 받았던 그의 전작들 <해피 아워>, <아사코>, <우연과 상상>,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면서 감독의 색깔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관객은 그의 최신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할 것 같다. 이 영화는 하마구치 류스케는 대체 어떤 색깔을 지닌 감독인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영어 제목도 의도적으로 매우 강렬하게 등장시킨다. 처음에는 악이 존재한다는 것처럼 읽히게 만들다가 not이 가장 나중에 강조하듯 빨간색으로 꽂힌다. 마치 악이 존재한다고 했다가 아니라고 태도를 바꾸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악이 존재한다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하지만 강렬한 느낌을 주는 제목에 비해 영화는 큰 변화 없이 조용하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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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류스케 감독의 기존 영화와 결이 다르다. 이전의 영화에서는 대사를 통한 언어유희를 많이 사용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는 연출가이면서 배우이기도 한 주인공이 연극 대사를 계속 연습하면서 마치 현실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이 느껴지게 하고, <우연과 상상>, <해피 아워>처럼 캐릭터들이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으며 자신의 욕망을 꺼내놓기도 하고, 반대로 상대방의 말에 자극을 받아 숨겨진 욕망을 발견하기도 하는 방식이 특히 여성 관객들로부터 공감을 받아왔던 반면 이번 신작은 그런 기대감을 배신한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타쿠미는 시종일관 표정의 변화가 없다. 그런데 그 무표정이 관객에게 전달되는 느낌이 살아있다는 것 또한 독특하다. 그의 얼굴은 무심한 자연을 닮았다.

제목이 등장할 때 '악이 존재한다'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로 바뀌었듯이, 영화는 감춤과 드러냄을 반복하면서 오히려 존재성을 강조한다. 건망증이 심한 타쿠미는 딸인 하나의 하교 시간을 자주 놓치기 때문에 하나는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고, 자주 언급되는 사슴도 직접 드러내기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를 인식시킨다. 예를 들면 하나를 찾아 타쿠미가 혼자서 숲길을 걸어가는 장면을 롱테이크로 찍는데, 잠시 언덕에 가려져 보이지 않다가 다시 나타날 때는 타쿠미가 하나를 업고 걸어가는 모습이 나온다. 그 사이에 타쿠미가 하나를 찾았다는 어떤 힌트도 주지 않는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장면이다. 영화엔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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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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