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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도 전설이 있다…'선조의 도루묵'과 닮았네? [스프]

[윤덕노의 중식삼림(中食森林) ①] 짜장면 편

윤덕노 중국본색 썸네일
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모두 알다시피 우리나라 짜장면은 중국에서 기원해 한국에서 현지화된 음식이다. 그런 만큼 중국 짜장면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중국의 경우 삶은 국수에 숙주나물과 가늘게 썬 오이, 무, 배추 등의 갖가지 채소를 얹고 볶은 듯 안 볶은 듯한 된장으로 비벼 먹는다. 일종의 중국식 막국수인 셈인데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반면 한국 짜장면을 먹어 본 중국인들 상당수는 좋고 싫고를 떠나 이건 진정한 짜장면이 아니라고 말한다.

북경 짜장면(北京 炸醬麵). 출처 바이두
짜장면이 중국에서 언제 한국으로 전해져 어떻게 발전했는지는 그 발자취가 비교적 자세히 알려져 있다. 일단 1883년 지금의 인천광역시인 제물포를 개항했을 때 청나라에서 들어온 산둥성 출신 노무자들인 쿠리(苦力)들이 먹었던 싸구려 음식이다. 이랬던 짜장면이 1905년 공화춘이라는 청요릿집 메뉴에 오른다. 이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바뀌면서 초등학교 졸업식 음식, 이삿날 먹는 필수 음식으로 퍼지며 한국인에게 도시 서민의 향수를 자극하는 국민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덕분에 최초로 짜장면을 퍼뜨렸다는 공화춘은 문화재 246호로 등록됐다.

현재는 짜장면 박물관으로 사용 중인 옛 공화춘 건물

'도루묵 전설' 중국판은 서태후의 짜장면?

원조라는 중국에서 짜장면은 어떤 음식일까? 중국, 특히 북경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옛 북경 짜장면(老北京 炸醬麵)이라는 간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중국인의 마음속에서도 그리움을 자극하는, 특별한 정서가 깃든 음식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짜장면에 담긴 중국적 서정을 이해하려면 짜장면이 언제 생겨나 누가 어떻게 먹었는지 그 역사를 짚어볼 필요가 있겠는데 중국 짜장면은 다른 음식과는 달리 전해지는 관련 기록이 거의 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일단 전해지는 말로 북경에 짜장면이 퍼진 계기는 청나라 말의 서태후와 관련 있다. 1900년 의화단의 난 때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8개국 연합군이 북경을 점령했다. 그러자 서태후가 광서제와 함께 자금성을 버리고 서안으로 피난을 떠났는데 도중 너무나 배가 고파 길가 농부 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을 얻어 맛있게 먹었다.

청나라 말 서태후
임진왜란 때 선조가 피난길에서 도루묵을 맛있게 먹었다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다만 차이는 궁으로 돌아온 선조가 다시 먹어 보고는 맛이 없어 도로 묵이라고 부르라고 한 것과 달리 서태후는 환궁 후에도 열심히 짜장면을 찾았다. 그러자 신하들도 짜장면을 자주 먹었고 덕분에 짜장면이 크게 유행했다는 것이다.

선조의 도루묵 전설처럼 서태후의 짜장면 이야기도 근거는 없지만 그래도 시사점은 있다. 옛날 짜장면은 가난한 농부들이 막 먹는 국수였지만 청나라 말 최고 권력자였던 서태후가 다시 찾아 먹었다는 이야기로 끝날 만큼 중국인들한테는 나름 향수어린 음식이라는 점이다. 옛날 우리 시골 밥상의 꽁보리밥 같은 음식이 아니었나 싶다.

이런 음식이었기 때문인지 중국 문헌에서는 짜장면에 대한 기록은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1894년에 나온 무협소설(永慶升平后傳)에 간신히 짜장면이 보인다. 그리고 아큐정전의 작가인 루쉰이 1936년에 출판한 소설 『고사신편(故事新编)』에 보이니 어쩌다 드문드문 있을 뿐이다. 흥미로운 것은 1883년 제물포 개항 때 전해지고 1905년 중국음식점 공화춘에서 처음 음식으로 팔기 시작한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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