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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력적인 '기뢰' 무기 갖췄지만 공생 택한 그의 정체 [스프]

[스프칼럼] '식물성'으로 유명한 카시오페아 해파리 (글 : 이대한 교수)

해파리 스프칼럼
18년 전 여름, 대학 첫 방학을 맞아 친구와 제주도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멋진 카페들과 식당들이 바닷가에 늘어선 요즘과 달리, 그때는 중문 관광단지 등 일부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개발이 된 곳이 적었다. 제주항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몰아 처음 도착한 해수욕장은 지금은 제주 '핫플' 중 한 곳이 된 협재 해수욕장이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린 왕자>의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처럼 생긴 비양도가 눈앞에 펼쳐지자 '와'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한적한 해변에 자전거를 대충 던져두고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한참 물놀이하다 보니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그런데 가로등이 하나둘 켜질 때쯤 갑자기 다리에 뭔가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뭐에 쓸렸나 했는데, 이어서 여러 번 따끔거리는 느낌이 나면서 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섰다. 허겁지겁 모래사장으로 헤엄쳐서 올라와서 확인해 보니 따끔한 자리들이 빨개져 있었다. 해파리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촉수에 쏘였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해파리는 자포동물(Cnidaria)로 분류된다. 자포동물은 자포(cnidocyte)를 지니고 있는 동물이다. 자포 속에는 작살처럼 생긴 가시(nematocyst)가 들어있는데, 사냥을 할 때 마치 용수철이 튕기어 나오듯이 사냥감을 향해 가시가 발사된다. 이때 가시에 묻어 있는 독이 사냥감을 마비시키거나 죽음에 이르게 한다. 해파리의 촉수가 무시무시한 이유는 바로 수많은 자포가 배열되어 있는 사냥 무기이기 때문이다.

해파리의 촉수에 들어있는 자포에서 작살처럼 가시가 발사되는 모습 (출처 : Wikimedia Commons)
해파리의 사냥 무기는 기본적으로 어뢰보다는 작살에 가깝다. 발사되는 가시가 여전히 촉수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 미국과 일본의 공동 연구진이 마치 어뢰처럼, 더 정확히는 기뢰처럼 해파리 몸을 떠나 원격으로 사냥감을 공격하는 신무기를 발견해서 화제가 되었다.

동남아 열대 지역 해안가에 분포해 있는 맹그로브 숲에서 스노클링하던 사람들은 뭔가에 쏘인 것처럼 불쾌할 정도로 따끔따끔한 느낌을 경험하곤 했다. 이런 느낌 때문에 맹그로브 숲 지역의 물을 'stinging water(톡톡 쏘는 물)'라고도 불렀는데, 물속에 들어 있는 무엇이 따가운 느낌을 주는지는 알지 못했었다.

2020년 <Communication Biology>에 발표된 논문의 저자들은 톡톡 쏘는 물속에 실제로 톡톡 쏘는 무엇인가가 들어있음을 발견했다. 바로 해파리가 발사한 '기뢰'였다. 맹그로브 숲에서 서식하는 해파리 종인 Cassiopea xamachana은 수족관에서도 자주 전시되는 종인데, 수족관이나 실험실에서 사람들이 물을 첨벙거리면 점액질을 뿜어낸다는 사실이 관찰되었다. 그리고 그 점액질 안에서 해파리가 만들어낸 기뢰가 잔뜩 들어있음이 확인됐다.

이 기뢰는 해파리의 속(Cassiopea)의 이름을 따서 카시오좀(cassiosome)으로 명명됐다. 카시오좀에는 보통 촉수에 달린 자포가 잔뜩 들어 있으며, 마치 함선에 접촉하면 폭발하여 공격하는 기뢰처럼 물속에서 떠다니다 작은 새우 같은 먹잇감에 근접하면 자포에서 독가시를 발사하여 먹이를 사냥한다.

그렇다면 카시오좀을 발사하는 카시오페아 해파리는 얼마나 포악하길래 촉수도 모자라 기뢰까지 사용하는 것일까?

반전은 카시오페아 해파리가 악명 높은 사냥꾼이 아니라 정반대로 '식물성'으로 유명한 해파리라는 것이다. 카시오페아 해파리의 별명은 '업사이드다운' 해파리이다. 뒤집어진 해파리라는 뜻이다. 카시오페아라는 이름도 바로 이 희한한 특징에서 비롯됐다. (카시오페아는 그리스 신화 속의 에티오피아 여왕으로, 신을 화나게 한 벌로 밤하늘에 거꾸로 매달린 별자리가 되었다.)

뒤집어진 해파리(Upside-down jellyfish) 해파리라는 별명을 지닌 카시오페아 해파리 (출처 : Wikimedia Commons, Credit : Kimon Berlin)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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