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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이 곧 지옥이었던 순간…4·3 이후 여성의 삶

<앵커>

76년 전 오늘(3일) 4.3 당시에 제주에서는 3만 명 넘는 도민들이 희생된 걸로 추정됩니다. 이 가운데 80%는 남성이었는데 남편이나 아버지, 아들을 잃은 여성들은 4.3 이후에도 힘든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JIBS 권민지 기자입니다.

<기자>

1948년 북촌초 집단 학살 회상 그림

20명 남짓이 빼곡히 서 있는 그림 한 장.

1948년 북촌초등학교에서 집단 학살이 벌어지기 직전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제주 4·3 당시 14살이었던 이영자 할머니.

학살터로 끌려가 희생된 할아버지의 시신을 묻었던 참혹한 기억은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이영자/제주시 조천읍 : 총 맞았어. 잡아놓고 죽어버리니.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죽어버리고, 아버지는 살아났어요. 마을 사람 다 죽었어. 재수 좋은 사람들이나 살아났지.]

위령비를 연신 어루만지는 허순자 할머니의 삶도 마찬가지.

4·3 당시 아버지를 잃고 사무치는 그리움과 고통 속에 70여 년의 세월을 견뎠습니다.

목포 형무소로 끌려가기 전 당시 4살이던 할머니의 손을 잡았던 아버지의 따스했던 손길을 기억합니다.

[허순자/제주시 이도2동 : 할머니 등에 업혔는데 내 손을 잡아서 울고 말문이 다 막힌 거야. 그런데 배 선장이 '이제 시간 없으니까 빨리 딸 손을 놓으세요'(라고 말했죠.)]

제주 4·3 희생자 결정자 1만 4천여 명 가운데, 80%가량은 남성.

참혹했던 4·3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여성들은 지옥 같은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4·3 이후에도 제주 여성들의 삶과 역사는 4·3의 연장선이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4·3과 여성, 연좌제 그리고 그 이후 생활상에 대한 조사나 연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심각한 트라우마 속에서도 황폐화된 제주를 일궈낸 제주 여성들에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제주 4·3.

하지만 부족한 실태 조사 속에 4·3을 겪은 1세대 여성들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오일령 JIBS)

JIBS 권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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