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부여의 한 수박 농가입니다.
비닐하우스 모두 6개 동에서 수박을 키우고 있는데 내부 상황은 어떤지 들어가 보겠습니다.
줄기마다 달렸어야 할 수박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달린 수박은 성인 남성의 주먹보다도 작습니다.
수박을 심은 건 지난해 12월.
지금쯤 출하를 앞두고 있어야 하는데 전혀 크질 못했습니다.
지난겨울 충남엔 평년보다 3배 넘는 양의 비가 쏟아졌습니다.
흐린 날씨가 이어지며 일조량 부족으로 생육이 부진한 데다, 꿀벌도 날아다니지 않으며 수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겁니다.
[임복례/수박 농가 : 이제 달린 거나마 혹시 먹으려나 싶어서 이걸 놔뒀는데 놔둔 거나마 어제 기술센터에서 와서 별 희망은 없다고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2천여 개의 수박 농가가 밀집된 부여엔 평년보다 최대 5배 많은 겨울비가 내리며 12%가 넘는 198ha가 피해를 입은 걸로 파악됐습니다.
[이동한/부여군 수박연합회 회장 : 겨울에 비가 오게 되면 하우스 안이다 보니까 환기를 못 시키니까 습기도 많이 차고 또 추우니까 병이 더 많이 와요.]
인근 딸기 농가들도 피해를 호소합니다.
지금쯤 빨갛게 익었어야 할 딸기들은 전혀 보이지 않고, 곳곳엔 햇빛을 보지 못해 곰팡이 핀 딸기들이 무더기 채 쌓여 있습니다.
[정규남/딸기 농민 : 350에서 400만 원 정도 수익이 오르는데 그걸 못 하고 오히려 인건비를 들여서 이걸 따야 하는 그런 상황이 벌어진 거죠.]
예년 대비 70% 가까이 수확량이 줄어들었는데, 그나마 수확한 딸기들은 크기가 너무 작아 상품성도 없습니다.
충남도가 지난해 12월부터 석 달간 공식 집계한 피해 면적은 621만 제곱미터.
여의도 면적의 2배가 넘습니다.
하지만, 파악되지 않은 농가 피해까지 합치면 실제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걸로 보입니다.
[박정현/부여군수 : 생육 부진이 됐다거나 수정 불량이 된 지역을 중심으로 정부가 함께 묶어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길었던 겨울이 지나고 기다리던 봄이 왔지만 농민들은 다시금 차디찬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취재 : 조형준 TJB, 영상취재 : 이용주 TJB,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