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오늘(3일)은 물가 이야기 준비했네요. 안 그래도 쉽게 꺾이지 않는 물가가 걱정인데 이거 보니까 걱정이 더 느는 것 같습니다. 우리 돈 원화가 달러에 비해서 요즘 부쩍 싸졌죠.
<기자>
어제 오후를 기준으로 1달러를 사려면 1천352원 넘게 줘야 하는 상태로 서울 외환시장이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지난 11월 1일 이후로 딱 4개월 만에 1달러가 1천350원을 넘어가면서 장을 마쳤습니다.
장중 한때는 달러당 1천355.9원, 1천356원 수준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수출입 현장에 있는 분들은 물론이고 해외에 자주 다녀와야 하거나 직구 많이 하시는 분들은 요즘 느끼셨을 겁니다.
해외에서 뭐 사 오기 부쩍 더 부담스러워진다, 달러가 버겁다, 사실 원 달러 환율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1천300원 초반대까지 내려가는 모습이 나타났거든요.
그런데 3월 중순 이후로 상승을 거듭하더니 심리적 저항선 중에 하나로 여겨지는 1천350원을 4개월 만에 다시 돌파했습니다.
<앵커>
환율이 왜 이렇게 다시 출렁이고 있는 건가요?
<기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첫 번째로는 역설적으로 미국이 곧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거라는 신호가 지난달 말에 나온 게 지금의 강한 달러, 약한 원화를 부추기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달러에 붙여주는 돈값을 내린다면 달러가 싸져야겠죠.
그런데 전반적인 세계 분위기는 "미국이 드디어 금리를 내리는 거야? 우리도 좀 내리자" 이거였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걷잡을 수 없이 올랐던 물가 때문에, 그리고 미국이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빠르게 올렸기 때문에 우리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도 고금리로 전환해서 금리가 높아져서 나타나는 여러 부담을 감수해 왔는데요.
그동안 물가상승세는 조금씩이지만 둔화돼 왔고, 경기를 살리고 싶은 분위기는 좀 더 커져 왔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미국이 언제 금리를 내리려나 다들 눈치를 보던 중이었거든요.
그러다 지난달 20일에 미국의 통화당국이 정례회의 후에 내놓은 기준금리 전망이 늦어도 6월에는 미국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나 보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고요.
바로 그날밤부터 스위스, 멕시코, 기준금리를 내리는 나라들이 잇따라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미국도 금리를 내리긴 하겠지만 다른 나라들이 더 급한 겁니다.
이러면 또 달러는 상대적으로 비싸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우리 가까이에서 요즘에 경기를 살리려고 노력 중인 중국, 그리고 지난달에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하긴 했지만 엔화가 급격히 비싸지는 건 바라지 않는 일본, 두 나라의 돈 모두 달러에 비해서 많이 저렴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 돈 원화는 중국, 일본 돈과 키를 맞추는 경향이 있어서 더더욱 최근에 달러에 비해서 약한 모습이 이어지게 된 겁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두 번째로 지난주 이후로 미국에서 나오는 경제지표들은 대체로 이대로는 다시 물가가 오를 수 있겠다 싶을 만큼 미국 경기가 좋은 편이라는 걸 재확인시켜주면서요.
미국의 올해 금리인하 시기가 결국은 늦어지고 인하 폭이 지금 기대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분위기가 다시 커지게 됐습니다.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강해진 달러가 더욱 강해지는 분위기가 계속 더해진 겁니다.
<앵커>
이런 흐름이 언제쯤 지나가냐 이게 관심일 텐데, 원화가 이렇게 약한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까요?
<기자>
미국이 정말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거나 확실히 임박한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지금의 원화 약세가 좀 더 이어질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또 하나 한 나라 돈의 가치는 금리 조절 같은 통화정책만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죠.
역시 근본적으로는 경제가 약하면 그 나라 돈값도 떨어지고, 경제가 좋으면 그 나라 돈값은 비싸집니다.
지금 달러가 이렇게 나 홀로 비싼 상황도 미국 경기가 남들보다 특히 좋다는 부분이 크게 작용하고 있고요.
우리나라도 최근에 수출 회복세가 나타나고는 있지만요.
미국과의 경기 격차를 감안할 때 미국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더라도 수입 물가에 부담이 안 될 정도의 환율로 돌아가기는 당분간 좀 어려운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상현/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이 좀 되고 있긴 한데, 내수가 사실은 발목을 잡는다고 봐야 할 것 같고요. 내수 여건이라든지 부동산과 관련된 리스크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원화 가치가 올라도) 강세폭 자체는 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