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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완벽한데 외국인? 레미제라블의 에포닌 '루미나'를 만나다 [스프]

[커튼콜+] 제 이름 루미나, 국적 일본, 한국 뮤지컬 배우입니다.

사진 제공 : 레미제라블 코리아
빅토르 위고 소설이 원작인 뮤지컬 '레미제라블'에는 에포닌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장발장이 양딸로 곱게 길러낸 코제트는 어린 시절 사기꾼인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맡겨져 학대받은 적이 있는데, 에포닌은 바로 이 사기꾼 부부의 딸입니다. 어릴 때는 코제트가 불쌍한 처지였지만 자라서는 처지가 뒤바뀝니다.

에포닌은 오가다가 알게 된 대학생 마리우스를 남몰래 연모하지만, 마리우스는 코제트를 보자마자 홀딱 반해버립니다. 에포닌은 코제트와 사랑을 속삭이는 마리우스를 먼발치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이죠. 마리우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얼마든지 희생할 준비가 된 에포닌은 '나 홀로(On My Own)'라는 곡으로 절절한 짝사랑을 노래합니다.
 

인상적인 그 배우가 외국인이었다고?

'나 홀로'는 '레미제라블'의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들 중에서도 특히 많은 사람들을 울리는 곡입니다. 에포닌의 출연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유입니다. 에포닌은 끝내 마리우스의 사랑을 얻지 못하는 비극적인 인물이지만, 관객의 사랑은 코제트보다는 에포닌 쪽으로 기울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레미제라블' 한국어 공연에서도 '나 홀로'를 들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는데요, 이번 공연의 에포닌 역은 두 명의 배우가 번갈아 연기했습니다. 이미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배우 김수하와 함께 이 역을 맡은 배우는 루미나. 굉장히 인상적인 신인 배우였습니다. '레미제라블'이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연기도 노래도 안정적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루미나는 일본에서 온 외국인 배우였습니다. 아버지는 인도인, 어머니는 일본인, 국적은 일본. 한국에 유학해 서울대 성악과 졸업. 궁금증은 더 많아졌습니다. 일본인이 왜 한국에 와서 성악을 공부하고 한국에서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을까요. SBS 보도국 팟캐스트&유튜브 프로그램인 골라듣는뉴스룸 커튼콜에 초대해 궁금증을 풀어봤습니다.

김수현 커튼콜+

한국 뮤지컬에 반해서

"중학교 때 처음으로 한국 뮤지컬을 접하게 됐어요. '셜록 홈즈'라는 뮤지컬을 일본에서 일본 배우들이 라이선스 공연으로 했거든요. 그때 딱 보니 작품이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자꾸 영상을 찾아보게 되다가 원작이 한국 거라는 걸 처음 알았어요. 일본과는 다른 분위기로 연출이 되고 그런 것에 반해서 이걸 꼭 직접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루미나는 이렇게 한국 뮤지컬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한국에 와서 한국 뮤지컬 여러 작품을 봤습니다. 그때부터 한국에서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일본도 뮤지컬 공연이 많은데, 왜 한국에서 뮤지컬을 하고 싶었을까요.

"일본하고 한국은 아무래도 언어가 다른 만큼, 분위기 자체가 달라요. 일본은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면 한국은 강렬한 느낌이 더 들어요. 아무래도 발음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한국 뮤지컬을 보면서 대사를 못 알아듣는 게 아쉽고, 다른 관객들이 웃을 때 같이 못 웃는 게 속상했다는 루미나는 일본에 돌아가자마자 한국어 공부에 돌입했습니다.

"제가 웬만하면 열심히 했다는 말을 안 쓰는데,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때부터 한 1년 반쯤 한국분한테 1대1 과외를 받아서, 읽는 방법부터 문법, 대화까지, 집중적으로 공부했어요."

(정말 그렇게 1년 반 만에 한국어를 배우셨다고요?)

"그만큼 한국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만큼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서울대 유학, 그리고 '레미제라블'로 데뷔

일본에서도 예술계 학교에서 성악을 공부하던 루미나는, 한국에서 성악을 배우면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한국 유학을 결정했습니다. 입학시험을 준비해 2019년 서울대 성악과에 입학했습니다. 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성악 부문 우승한 바리톤 김태한이 루미나의 동기입니다.

"코로나 시기라 성악 레슨도 영상으로 하고, 피아노 반주랑 잘 안 맞고, 노래하는 동안에 피드백이 오는데 그걸 못 듣고,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도 녹음해서 보내고 거기에 대해 피드백을 받고 하면서 잘 해결했어요. 대학 생활이란 게 엠티도 가고 동아리도 활동하고 그런 게 좀 없었던 게 아쉬웠어요. 엠티라는 걸 한 번도 못 가봤어요."

김수현 커튼콜+ 김수현 커튼콜+
서울대에서 성악을 공부하며 뮤지컬 배우의 길을 준비하던 루미나는 맨 처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 역을 지망하며 오디션에 응시했지만 탈락했습니다. 하지만 '레미제라블' 오디션 공고가 뜨자 망설임 없이 지원했고, 합격했습니다.

에포닌은 너무나 하고 싶었던 역할이었습니다.

"상견례 때 많이 봐 왔던 선배님들이 쭉 들어오시는 거예요. 와 이분이 계시네, 저분도 계시네, 난 또 왜 여기 같이 있지, 하면서 그저 신기하기만 했어요. 첫 무대를 했을 때도 너무 정신없이 지나가서 그 순간 내가 뭘 했는지 사실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그래도 커튼콜 때 박수를 쳐 주시는데, 해냈구나, 내가 일단 첫걸음을 내디뎠구나, 하는 생각에 벅찼던 것 같아요."

'나 홀로'를 부르고 나서 객석의 반응에 감격했던 기억도 들려줬습니다.

"무대가 워낙 어두운 편이어서 객석이 정말 안 보여요. 그래도 웃음소리가 나면 그거도 잘 들리고요. 안 보여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는 건 잘 느껴져요. 'On My Own(나 홀로)' 끝났을 때 객석에서 조명이 나가는데, 그때 처음으로 3층까지 모든 객석이 다 보이거든요. 무대에서 정말 감격스러워요. 이 눈빛들이 확 느껴지고, 느끼는 것과 동시에 다 보이니까요. 이 장면은 혁명으로 나아가는 장면이거든요. 그래서 '그래, 나 다녀오겠다' 이런 다짐을 하는 순간이기도 하고요. 그 다짐을 하게 만드는 집중력이랄까요? 집중해 주시는 에너지가 느껴져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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