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치솟은 분양가…임차인들 "사기 분양"
'임대 후 분양 전환'을 앞두고 벌어지는 갈등은 이전에도 반복되어 왔습니다. 이 민간 임대사업자 역시 한창 부동산 가격이 뛰었던 2020년 무렵 감정평가 가격을 토대로 정해진 적정한 가격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고, 주민들은 오히려 주변 시세보다 비싼 민간임대 아파트를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인 겁니다.
문제는 집값 상승기와 맞물린 경우입니다. 임차인들은 4년 임대 기한 종료 후 분양을 목표로 시세보다 오히려 다소 높은 반전세 주거비를 부담해 왔습니다. 입주민 대부분이 내 집 마련이 간절한 신혼부부나 노인층이었습니다. 청약 당첨은 요원하고, 그나마 합리적인 내 집마련 방안으로 여겨지는 민간임대를 택한 가구가 많았습니다. 이 집에서 4년을 살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지난 4년간 한차례 설명도 없이 시세보다 더 높은 분양가격을 부담하라는 요구를 임차인 5백 가구가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임차인 "전세대출 연장으로 옥죄는 임대사업자, 길거리에 나앉게 생겨"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해당 임대 주택을 제3자에게 매각할 가능성이 열려있으니 우선분양전환 청구권을 포기하고, 지금 임차인들이 제기한 소송을 모두 취하하라"는 겁니다.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계약 연장에 동의해줄 수 없다는 선언입니다. 현재 임차인들은 적정한 분양가격이 얼마인지를 따져보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를 모두 포기하라는 요구입니다. 임차인들은 해당 임대사업자가 아파트를 매각한 뒤 시세 차익을 거두기 위한 포석을 놓고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임차인들 입장에서는 독소조항이 가득한 확인서를 요구받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청구권은 일종의 강행규정에 해당하는데도 임대사업자가 무리수를 두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속 타는 입주자들…"4월 20일이면 전세대출도 종료"
임대 후 '적정 분양전환 가격'은 얼마? 분쟁 소지 있어
공공임대와 민간임대 아파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적정 분양전환 가격' 논쟁은 앞으로 더 자주 벌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사비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시행사는 더 높은 분양가격을 책정할 가능성이 크고요. 소득 수준이 낮은 임차인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주거비 부담을 수용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 임대주택법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에 따라 분양가를 산정할지, 아니면 임대사업자의 주장대로 '분양 전환 결정시기의 감정가격'으로 정할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건 분명합니다. 다만 대법원은 지난 2011년 4월 21일 전원합의체 판결로 구 임대주택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분양가격 산정기준'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행규정으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만약 임대사업자가 임차인의 우선분양전환권을 박탈하고 해당 주택을 제3자에 매각해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면 이는 임대주택제도의 본질과 멀어진 것, 즉 "임대주택제도가 임대사업자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집 없는 사람들에게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임대주택 제도의 본질을 되새기게 하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