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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10글자에 외국어까지…'아파트 이름'이 길어진 이유

요즘 아파트 이름은 길기도 하고 외국어까지 포함돼서 발음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왜 이렇게 이름이 길어진 걸까요? 그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엘리움 로얄카운티 1차, 동탄시범다은마을 월드메르디앙 반도유보라, 이천 증포3지구 대원칸타빌 2차 더테라스.]

실제로 한 민간업체에서 조사한 아파트 이름 평균 글자 수를 보면 1990년대까지 3~4글자였던 아파트 이름이 2020년쯤 거의 10글자 가까이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왜 이렇게 아파트 이름을 길게 짓는 걸까요?

첫 번째, 아파트 이름에 포함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짓는데 참여한 시행사와 건설사를 다 언급하려다 보니 이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죠.

[서원석/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 특히 정비사업 할 때 보면은 대규모로 아파트를 짓거든요. 이럴 때는 건설회사 단독으로 짓기는 사실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두 개, 세 개 회사가 들어가는데 그러면 이제 그 두 개, 세 개 회사가 각자 고유의 이름을 집어넣다 보니까 굉장히 평균적으로 길어지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정비사업이 활성화된 2010년대 이후 아파트 이름이 특히 더 길어졌습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지역 간 계층화가 심화되면서 지역명을 붙이는 게 유행이 됐습니다.

신도시는 구도심에 비해 주거환경이 더 좋은 곳이라는 인식이 있으니 이름 앞에 지역명을 이렇게 추가하는데요.

[검단신도시 모아엘가그랑데, 충남내포신도시 1차대방엘리움더퍼스티지,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파라곤에듀포레 이런 것들처럼 말이죠.]

두 번째 집값 상승을 노리기 때문입니다.

[서원석/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 강남지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그리고 아파트 시장을 선도하는 지역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이런 아파트들이 주로 이제 길고 좀 복잡한 이름을 가지게 되거든요. 당연히 이제 다른 지역 또는 다른 아파트들도 '아파트 이름을 조금 길게 지으면 가격이 뛰는구나'라고 생각을 해서 쫓아가게 되는 그런 경향이 있겠죠.]

강남 아파트 이름을 살펴보면, 길이도 길이지만 외국어도 많이 사용하는데요.

아파트 근처에 숲이 있으면 '포레', 공원이 있으면 '파크', 호수가 있으면 '레이크'를 아파트 이름에 넣는 것이죠.

외국어로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이름이 길어서 헷갈린다, 택시 탈 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등 불편해하는 시민들도 많습니다.

또 행정처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데요.

[서원석/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 아파트 이름이 굉장히 길다 보면 주소를 공적 장부에 적어야 되는데 10자, 20자까지 적게 되면 칸도 모자라게 되고, 그게 이제 어느 정도 도를 넘었다 보고 굉장한 유행으로 지금 대두가 되다 보니까 정부에서 어느 정도 규제적 성격을 가지는 것들이 필요하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서울시는 작년 12월 아파트 명칭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외국어 사용을 자제하고 10자 내외 글자수를 지향토록 권고하는 내용이 논의됐지만, 기업의 사유재산인 아파트의 특성상 아파트 명칭을 정부가 강제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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