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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이건 불안, 이건 수치심"…개, 스트레스 냄새도 맡는다

PTSD 환자 날숨 냄새로 스트레스 여부 구분 실험(사진=Frontiers in Allergy/Laura Kiiroja et al.제공, 연합뉴스)
개를 훈련하면 냄새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걸린 환자를 골라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환자의 위험 상황을 조기에 경고할 수 있게 PTSD 안내견을 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캐나다 댈하우지대학 로라 키로자 박사팀은 개를 훈련한 결과 PTSD 환자가 스트레스 상황과 평온한 상황에서 내쉰 숨을 구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29일 국제학술지 '알레르기 프런티어스'(Frontiers in Allergy)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연구 배경에 대해 "PTSD 안내견은 이미 고통스러운 상황의 사람들을 돕고 있지만 행동이나 신체적 신호에 반응하게 훈련돼 있다"며 "날숨 속의 PTSD 증상 관련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을 감지할 수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우선 PTSD 진단을 받은 14명을 포함해 트라우마를 경험한 26명의 참가자를 모집했습니다.

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자신의 트라우마 경험을 상기시키는 세션에 참가했고, 평온한 상태에서 쓰고 있던 마스크와 트라우마 경험을 상기시키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쓴 마스크에 내뱉은 날숨 냄새를 각각 수집했습니다.
용기 속에 보관된 PTSD 환자의 날숨이 담긴 마스크.

이후 자신들이 받은 스트레스 수준과 감정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했습니다. 

연구팀은 이어 참가자들의 마스크를 이용해 반려견 25마리에게 평온한 상태의 날숨과 스트레스 상황의 날숨을 구분하는 훈련을 했고, 최종적으로 아이비(Ivy)와 캘리(Callie)라는 이름의 반려견 두 마리만 날숨을 구분할 정도의 숙련도에 도달했습니다. 

PTSD 환자의 날숨 냄새를 이용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구분하는 훈련을 받은 개 아이비(Ivy, 왼쪽)와 캘리(Callie, 오른쪽)가 냄새 감지 실험을 하고 있다.

아이비와 캘리는 마스크 조각에서 나는 냄새만으로 참가자가 평온한 상태인지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인지 90%의 정확도로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또 평온한 상태의 마스크와 스트레스 상황의 마스크를 하나씩 따로 제시하는 실험에서는 아이비는 74%의 정확도로, 캘리는 81%의 정확도로 스트레스 상황의 날숨을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설문을 통해 파악한 참가자들의 스트레스 상황 감정과 비교한 결과, 아이비는 불안과 연관성이 있는 냄새를, 캘리는 수치심과 연관성이 있는 냄새를 민감하게 감지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키로자 박사는 "이 연구는 표본 40여 개를 사용한 개념 증명 연구로 향후 검증 연구를 통해 더 많은 참가자를 대상으로 더 많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수집한 표본으로 개들이 스트레스를 안정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개가 호흡의 스트레스 표지자를 감지할 수 있다면 발작 등 위험 상황을 초기에 발견해 경고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인간보다 50배가량 넘는 수억 개의 후각 수용체를 보유한 개는 사람보다 후각이 뛰어나고 냄새에 더 잘 적응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올림픽 수영장 20개를 채운 물에 액체 한 방울만 떨어뜨려도 알아차릴 정도입니다. 

개가 뛰어난 후각을 이용해 유방암, 코로나19, 말라리아 등 각종 질병을 진단하거나 갑작스러운 저혈당 같은 긴급 의료상황의 조기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으며, 일상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엔비에이(NBA) 농구팀 '마이애미 히트'의 경기장에서는 개들이 코로나19 탐지견으로 일하고 있으며, 지난해 영국의 한 여성은 자신의 반려견이 평소와 달리 반복적으로 냄새를 맡는 등 행동을 통해 항문암을 발견한 사연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진=Frontiers in Allergy/Laura Kiiroja et al.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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