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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학교 '지하 급식실'이 지상에 올라오기까지

급식실 조리사 113명 폐암 산재, 9명 사망…서울시교육청 "107개교 지하급식실 이전"

[취재파일] 학교 '지하 급식실'이 지상에 올라오기까지

초미세먼지 농도 123㎍/㎥ 지하 급식실 현장을 가봤다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 취재진은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를 찾았습니다. SBS가 언론사 처음으로 학교 지하 급식실 현장실사에 동행한 자리였습니다. 급식실은 반지하에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위생 모자, 신발을 갖추고 조리실에 들어갔습니다. 조리사들은 취재진을 의식할 새도 없이 급식 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최근에 리모델링을 한 급식실이어서 조리실 내부와 환풍기 상태는 비교적 깨끗해보였고, 오븐도 비치돼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리사들이 돼지고기를 볶기 시작하자 조리실은 곧 연기와 증기로 가득차기 시작했습니다. 조리사들은 쉴 새 없이 올라오는 연기를 맡으며 수백 명 분량의 고기를 볶아야 했습니다. 준비해간 초미세먼지 측정기를 공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 봤습니다. 123마이크로그램(㎍/㎥)을 기록했습니다. '매우 나쁨' 기준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였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로 조리실을 촬영해 보았습니다. 천장 부근이 붉은색으로 표시됐습니다. 연기와 증기가 조리실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채 천장 밑으로 계속 쌓이고 있었습니다. 반지하 급식실이다 보니 외부와 통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환풍기만으로는 오염물질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을선 지하 급식실 취재파일
조을선 지하 급식실 취재파일

지하 급식실 문제는…"환기설비 돌려도 내부에서만 오염 공기 순환"


학교 급식 조리사로 일하다 폐암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노동자는 113명,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폐암 검진 결과 10명 중 3명꼴로(4만 2077명 중 1만3653명) 폐질환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급식실 조리장에서는 조리 시 발생하는 유해물질 '조리흄'이 지속적으로 유발되는데, 이는 발암물질로 급식 종사자의 폐암 발병 요인입니다. 충분한 환기 설비를 마련해 유해물질 노출을 저감해야 하는데, 지난해 전국 학교 급식실 환기 시설 97%가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 기준에 미달이었습니다.

특히, 급식실 조리장이 지하 또는 반지하에 위치한 경우 자연 환풍이 어렵고 환기 설비가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아, 종사자가 더 높은 유해물질에 노출돼 위험하고 산업재해 우려가 커질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급식실 환기 설비 가이드라인 제작에 참여한 하현철 창원대 스마트그린공학과 교수는 "환기 설비로 오염된 공기를 빼내려면 외부의 신선한 공기가 그만큼 다시 채워져야한다"며 "지하나 반지하 조리장의 경우 외부 공기 유출입이 제대로 안 되다보니 환기 설비가 작동하더라도 오염된 공기가 내부에서만 순환할 뿐 정체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하현철 교수는 "지상 급식실의 경우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덕트를 창문 밖, 외벽에 설치해 외부 공기를 넣어줄 수 있지만, 지하엔 기준을 만족할 정도의 덕트를 설치할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지하의 경우 자연 환풍이 되지 않아 유량이 많아야하기 때문에 더 큰 덕트를 설치해야 하는데 지하라는 특성상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이유들로 그는 "지하나 반지하의 조리장은 지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간명한 답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 위 : 오염된 공기가 창문과 환기설비로 빠져나가며 외부의 새 공기가 들어오는 지상급식실
아래 : 외부 공기 유입이 없어 환기설비를 작동해도 내부 오염 공기만 순환하는 지하급식실
조을선 지하 급식실 취재파일
조을선 지하 급식실 취재파일

'학생들 크는 것 보며 열심히 했는데'…반지하 조리실 근무 뒤 '폐암 4기'


대구의 한 중학교 반지하 조리실에서 7년을 포함해 급식실에서 16년 6개월 동안 조리사로 근무한 55살 김은숙 씨. 오랜 기간 조리사로 일한 끝에 얻은 것은 폐암 4기 통보였습니다. 암 세포는 이미 뇌로 전이된 상태였습니다.

조을선 지하 급식실 취재파일
[김은숙/'반지하 조리실' 근무 후 폐암 4기 확진 및 뇌전이 동반]

"얼굴에 마비가 와서 그래서 말도 제대로 안 나오고 한 3분 내지 한 5분 정도 마비가 계속 오더라고요. 입원해서 검사하고 교수님이 폐암 4기라고, 머리에도 전이가 됐다고. 저는 '수술은 가능한가요?' 물었더니 '수술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암이 전이가 돼버리고 심장하고 폐하고 너무 가까이 붙어도 있고 이렇게 또 혈관들이 너무 많아서 수술은 불가능하다고…."

김은숙 씨는 근무 당시 일은 많이 고되었지만 급식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보람을 느꼈고,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급식할 때는 애들 밥 잘 먹는 거 보면 참 기분은 좋았어요. 고등학교 학생들 1학년 입학해서 밥 먹고 이렇게 커가는 거 보니까. 힘들어도 애들이 커서 나가는 모습을 보면 너무 행복했어요. 그때가 남자 고등학교여서 한 1200명 좀 더 넘었어요. 반지하인데 공간이 넓은 편은 아니었거든요. 한쪽에서는 고기도 볶고 다른 쪽에서는 튀김도 하고 국도 끓이고. 그때는 학생 수가 좀 많아서 한 200kg 넘게 대여섯 번씩 고기를 나눠서 조리했어요. 일할 때는 정신없이 시간에 쫓기다 보니까 그렇게 많이 했었어요. 조리 과정에서 이제 볶는 것도 많고 튀기는 것도 많고 많으니까. 열심히 한다고 했죠."

하지만, 이미 그때부터 몸은 반응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열심히만 했는데, 일하다가 보니까 조금 멀미도 좀 나는 것 같고 속도 좀 안 좋은 것 같고. 어떤 언니는 같이 일하던 언니는 한 번씩 쓰러지기도 하고. 솥을 끓여서 뚜껑을 열다 보면 연기가 올라오면 숨이 꽉 막힐 때가 있어요. 그래서 밖으로 뛰어나간 적도 있었고. 기계(배기장치)를 다 돌려놔도 안 돼요, 환기가. (오염된 공기) 자체가 도로 들어오는 느낌. 환기도 안 되는 상태에서 이제 튀기고 볶고 하니까 많이 힘들었어요."

병들고 세상을 떠난 조리사들…그들은 이미 경고하고 있었다


김은숙 씨처럼 폐암 산재 승인을 받은 급식실 조리사들의 폐암 산재 승인서를 살펴봤습니다. 지하, 또는 반지하 조리실은 적절한 환기가 부족하고, 배기장치를 설치해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근로복지공단이 발급한 산재 승인 판정서에 따르면 "지하 및 반지하에 위치한 조리장은 환기가 부족해 조리사들이 조리흄에 노출된 정도가 높다"는 취지의 내용이 곳곳에 명시돼있었습니다. 지하, 반지하 조리실에서 일하다 병들거나, 세상을 떠난 이들은 폐암 산재 판정서에서 지하 급식실의 위험성을 계속해서 경고하고 있었습니다.

아래는 판정서 일부입니다.
□ A 씨 판정서 (18년 근무 후 폐암 확진)
"근무 당시 7년간은 지하 공간에서 근무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장기간 많은 양의 조리 흄에 노출되었으므로 상병 '원발성 폐암'은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참석한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 B 씨 판정서 (24년 근무 후 폐암 확진)
"PHA가 다수 포함된 oil mist 노출이 폐암 관련 원인적 연관성에 대한 연구보고가 나오고 있는 점, 급식 조리실이 지하 1층에 위치하여 적절한 환기가 부족한 것이 확인되는 점, (중략)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업무와 신청 상병간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참석한 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C 씨 판정서 (8년 7개월 근무 후 폐암 확진)
"신청인은 8년 7개월간 급식실에서 근무하면서 석식까지 조리하였으며,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되어 있으나 조리실이 지하에 위치하여 조리흄에의 노출 정도가 높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신청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는 인정된다는 것이 참석한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 D 씨 판정서 (23년 9개월 근무 후 폐암 발병으로 사망)
"청구인은 고인이 장기간 동안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였고, 근무 장소가 반지하 형태 구조로 실내 공기가 매우 탁한 환경이었고, 조리 과정에서 각종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폐암이 발병하여 사망하였으므로 업무상 사망이라고 주장한다. (중략) 해당 업무를 수행하면서 폐암 발암물질인 고온의 조리흄 등에 노출된 점, 노출 기간이 해당 상병을 유발할 정도로 충분히 긴 점 등을 고려하였을 때 고인의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참석한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서울시교육청의 대책…"2028년까지 서울 107개교 지하 급식실 이전·개선"

서울시교육청 전경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연합뉴스)

SBS가 처음 학교 지하급식실을 현장 점검하고 문제제기한 뒤, 서울시교육청은 6개월 만인 최근 지하급식실의 지상화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학교 급식실 조리사로 일하다 노동자 113명이 폐암 산재를 인정받고, 9명이 목숨을 잃은 뒤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8년까지 서울지역 107개 학교의 지하 급식실을 지상으로 이전하거나 환기시설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하 급식실 해소 계획은 학교 여건에 따라 지상 이전 증축, 지상 이전 리모델링, 환기시설 개선, 수업료 자율학교 특별교부금 신청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옥외에 증축 공간이 있고 건축법 등에 따라 건축 행위가 가능한 학교 18개교를 대상으로는 354억 원을 투입해, 급식실과 학생식당을 지상으로 이전한다고 서울시교육청은 밝혔습니다.

증축은 불가능하지만 기존 교실을 급식시설로 바꿀 수 있는 학교 7개교에는 66억 원을 투입해, 급식실과 학생식당을 유휴 교실로 이전해 리모델링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증축과 리모델링이 불가능하거나, 건축법상 지하지만 외부와 접해 있는 67개 학교의 경우 256억 원을 들여 환기시설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율형사립고 등 수업료 자율학교 15곳은 교육부에 특별교부금을 신청해 급식실과 학생식당을 이전하게 됩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하 급식실 해소를 통해 조리 종사원의 폐 질환 예방과 학생·교직원의 쾌적한 급식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조도 환영의 뜻을 내비쳤습니다. 김한올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기획국장은 서울시교육청 대책에 대해 "늦었지만 지하 급식실의 전면 지상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여전히 경기도 등 지하 급식 조리시설이 잔존한 곳이 많다. 조속히 전국적인 확산을 촉구하고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아울러 "노동조합은 노동 강도 감소 및 1인당 유해물질 노출 빈도를 줄이기 위해 인당 식수인원 현실화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는데, 이에 관한 개선은 더뎌서 학교 급식실 결원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며 "다방면에서 근본적 대책은 여전히 더 보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하 급식실 지상화 전국으로 확산돼야" 교육부에 제언


학교 지하 급식실은 서울시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경기도 내 초중고교 37곳의 급식실이 지하나 반지하에 설치됐고, 이 가운데 19곳은 급기 시설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기도의회 김미리 도의원이 경기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 13곳, 중학교 6곳, 고교 17곳, 특수학교 1곳 등 도내 37곳의 학교에서 지하 또는 반지하에 급식실을 운영 중입니다. 지하·반지하 급식실들의 절반이 넘는 19곳은 실외 공기를 실내로 공급하는 급기 시설이 없는 상태입니다. 서울, 경기 외에도 전국 곳곳에 지하 급식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학교 지하급식실의 전면 지상화는 전국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지하 조리장을 지상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간 확보가 중요한데, 공간 확보는 물론 건물 개증축 문제는 학교 차원의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이를 개별 학교와 각 교육청의 자율적 의지에만 맡겨두기 보다는 교육부가 보다 적극적인 계획을 수립해 개입하고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강득구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지난해 처음 배정한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 예산은 학교당 평균 약 4천만 원으로, 지하, 또는 반지하 조리시설은 지상화 등 근본적인 개선이 어렵습니다. 전국 지하 급식실에 대한 별도의 지상화 대책과 예산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김한올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기획국장은 "현재 각종 대책이 시도교육청별로 산발적으로 발표되고 있는데, 지역 실정에 맞는 대책이 수립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하급식실의 지상화, 산재 피해자 지원 등에 대한 공통의 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3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책의 골자는 크게 두 축으로, 하나는 환기설비 개선 예산을 보통교부금에 반영하겠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고용노동부, 시도교육감협의회 등 관계기관과 TFT를 구성해 운영하겠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교육부가 TFT 운영을 통해 지하급식실의 지상화 문제 등에 대해 조율할 수 있을 것인데, 지난해 3월 이후 교육부의 뚜렷한 공식 대책 발표가 없는 실정"이라며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취재·글 : 조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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