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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서 전쟁 나면 "일본이 최고 위너"…대한민국이 살아남는 방법 [스프]

[교양이를 부탁해] 최전선에 놓인 한국의 생존 전략 -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②

 

성장에는 힘이 필요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힘, 더 높이 뻗어나갈 힘. 들을수록 똑똑해지는 지식뉴스 "교양이를 부탁해"는 최고의 스프 컨트리뷰터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양인이 되는 힘을 채워드립니다.
 

김현철 교양이를 부탁해 썸네일
세계의 자본은 웨스트 중심이거든요. 글로벌 웨스트 중심의 자본이다 보니까 미국 그룹하고 중국 그룹이 대립하게 되면 글로벌 이스트인 중국으로부터 (자본이) 빠져나가는 건 당연해요. 근데 이때 빠져나간 돈이 어디로 가느냐 하는 측면에서 두 가지 재미있는 의문이 있어요. 첫 번째는 빠져나간 돈이 글로벌 웨스트인 일본으로 엄청 많이 흘러들어 갔어요. 그래서 일본의 증시가 30여 년 만에 지금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면 왜 일본으로 왕창 흘러갔는지. 또 하나는 우리나라도 글로벌 웨스트로 들어갔는데 왜 그 자금이 한국으로는 안 흘러들어오는 거야? 아주 재미있는 질문이거든요.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아티클입니다>
왜냐하면 미국하고 중국하고 갈등을 겪게 되면 타이완이 최전선에 있는 거예요. 그래서 타이완은 안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지금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있는데 여기에 한국은 사실은 좀 비켜나 있었거든요. 그런데 한국이 글로벌 웨스트로 들어감으로 해가지고 한국도 최전선 국가가 돼 버렸어요. 이 바람에 경제적으로는 타이완과 마찬가지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했어요. 여기에 만약에 타이완 침공 가능성이 생기면 한국 경제는 가라앉을 겁니다. 워(War) 게임이라고 전쟁 시나리오 분석 이런 게 있는데 얼마 전에 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GDP의 23%가 날아갈 거라고 얘기합니다. 지금 우리는 (경제 성장률) 1% 충격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GDP의 23%면 거의 4분의 1이잖아요. 이건 엄청난 충격이에요.

*최전선 : 적과 맞서는 맨 앞의 전선(戰線)
 

일본이 미중 갈등 '최대 수혜자' 된 이유

교양이를 부탁해 김현철 교수편
일본은 최전선이 아니에요. 일본은 전선의 후방에 있는 기지 병참 국가가 돼 버리는 거예요. 병참기지* 국가는 디스카운트가 아니고 프리미엄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워런 버핏이 TSMC 주식을 전량 매도하고 일본의 종합상사 주식을 샀어요. 종합상사라는 게 병참 회사거든요. 로지스틱스 회사거든요. 그래서 운송이라든지 이런 쪽이니까 일본 종합상사를 사서 엄청난 이익을 남겼거든요. 그래서 같은 웨스트 진영이라도 지정학과 지경학*을 함께 보면 최전선에 있는 국가들은 디스카운트가 발생하고 그 뒤에 있는 국가들한테는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이 구조가, 왜 자금이 웨스트인 일본으로 그렇게 많이 흘러들어 가는지 그리고 한국에는 왜 잘 흘러들어오지 않는지를 설명하는 구조예요.

백악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요. 미국에 투자 상황판이라는 게 있어요. 미국 전도에 외국 기업들이 어디에 얼마를 투자를 하고 그 투자로부터 일자리가 얼마나 생겼는지를 공시를 하고 있어요. 미국에 투자된 외국 기업의 투자액이 830조 원이에요. 그중에 우리나라가 133조 정도 투자를 했어요. 그리고 그 투자마다 일자리가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거기에 써놓고 있어요. 이렇게 보면 한국의 산업과 일자리가 미국으로 가는 거기 때문에 지금 글로벌 웨스트에서 최대의 수혜 국가는 미국이에요. 근데 의외로 일본이 그다음 수혜 국가입니다. 왜냐하면 일본은 최전선의 후방에 있는 기지 병참 국가이기 때문에 중국으로터의 자금이라든지 삼성전자로부터의 투자라든지 TSMC로부터의 투자가 일본으로 몰리고 있어요. 그래서 일본이 경제가 좋아요.
 
기시다 | 일본 총리 (2024년 2월 SBS 8뉴스)
TSMC의 세계 전략 속에서 일본이 중요한 거점으로 확실히 자리잡은 것을 환영합니다.

*병참기지 : 군수 물자를 보급 지원하는 근거지
*지경학 : 경제적 관점에서 공간을 이해하고 분석

Q. TSMC가 일본의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도 위험에 대한 리스크 분산인가요?

사실은 타이완도 그렇고 TSMC도 분산하기 싫죠. 근데 미국의 압박이 있기 때문에 결국은 미국에 공장을 차리고 또 일본에 공장을 차리는 거거든요. 타이완의 입장에서 이런 식으로 미국에 공장을 차리면 주력 산업이 미국으로 유출되는 거예요. 더 중요한 건 뭐냐하면은 산업만 유출될 뿐만 아니라 일자리도 유출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거를 산업 공동화, 일자리 수출이라고 이야기해요. 근데 한국 삼성전자도 동일합니다. 미국이 요구를 하니까 결국은 텍사스에 공장을 차릴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그러면 한국도 동일하게 산업의 유출과 일자리 유출이 발생하는 거예요.

근데 더 재밌는 건 뭐냐하면요. 이런 게 없었더라면 사실은 타이완이 일본을 1인당 GDP에서 재작년에 추월했을 거예요. 그리고는 또 한국도 1인당 GDP에서 작년에 일본을 능가할 예정이었거든요. 그런데 작년에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1.4%로 푹 꺼져 앉았는데 일본은 이런 반사이익 때문에 수혜국가가 되면서 작년에 1.9%까지 성장해 버렸어요. 한 0.8%, 0.7% 성장할 국가가 갑자기 1.9%까지 성장해 버렸죠. 2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하고 한국의 경제 성장률 역전이 되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보면 분산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미국의 요구라든가 이런 것 때문에 결국은 일자리라든가 주력 산업이 미국으로 가고 일본으로 가서 꺼져가던 일본 경제가 부활하는 현상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거죠.
 

격렬해지는 글로벌 패권 전쟁 속 대한민국

교양이를 부탁해 김현철 교수편
사실 미중 갈등은 2017년 트럼프 정부로부터 시작되었거든요. 그 사이에 7년이 흐르면서 바이든 정부까지 계승돼가지고 증폭되고 있는데 이 사이에 한국 정부가 두 번 바뀌었습니다. 첫 번째 문재인 정부는 미중 갈등에 대해서 균형 외교라고 해서 양쪽에 등거리 외교의 자세를 취했거든요.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 와서는 소위 균형 외교가 진영 외교로 바뀌었습니다. 그 진영 외교라고 하는 거는 미국과 일본 중심의 민주 서방 진영에 속하는 그런 걸로 정책 변환을 했죠. 또 인도태평양 전략을 함께 할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봉쇄 조치도 함께 하겠다고 확실한 선택을 했던 거죠.
 
윤석열 대통령 (2023년 8월)
한미일의 강력한 가치 연대는 더 평화롭고 번영하는 세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든든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바이든 | 미국 대통령 (2023년 8월)
(우리 한미일 3개국이 함께) 항행의 자유, 남중국해의 분쟁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계속해서 주장해 나갈 것입니다.

균형 외교든 진영 외교든 각각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작년에 부산 엑스포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죠. 그런데 이 과정을 잘 보면 미국 중심의 글로벌 웨스트가 뭉쳐버리니까 중국 중심의 글로벌 이스트가 뭉쳐서 진영 대결을 하니깐 여기에 거리를 두고 있던 글로벌 사우스의 수많은 국가들이 사우스 진영을 만들어서 각각 글로벌 웨스트하고 이스트하고 거리두기를 시작했거든요.

이 과정 속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국가가 돼버린 거예요. 한국은 글로벌 웨스트니깐 글로벌 웨스트의 국가들은 당연히 한국을 지지하겠죠. 하지만 글로벌 웨스트의 이탈리아도 엑스포에 손을 들었기 때문에 글로벌 웨스트의 표는 이탈리아하고 부산하고 갈려져 버린 거죠. 글로벌 이스트 입장에서는 한국은 글로벌 웨스트에 붙었기 때문에 글로벌 사우스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지해 버렸거든요. 그리고 사우스에 있는 수많은 국가들은 사우디를 지지해 버리니깐 그런 119대 29라는 엄청난 표 차이가 나온 거거든요. 이처럼 그 진영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득실이 확확 나는 구조가 되어 있는 이거를 우리는 잘 이해해야 되는 거죠.
 
파이살 빈 파르한 |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 (최종 PT)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의 엑스포 유치에 지지의 뜻을 밝혀주신 130개국에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방문규 |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2023년 11월)
어려울 거라고는 예측을 했습니다만 이게 이렇게 많은 표 차이가 날 거라고는 예측을 못 했는데….

교양이를 부탁해 김현철 교수편
Q. 사우디아라비아는 원래 웨스트 진영 쪽에 있는 국가가 아니었나요?

원래는 석유 패권에서 달러로 석유를 결제하는 걸로 미국하고 합의했기 때문에 사우디는 웨스트 진영이었어요. 그런데 사우디가 가만히 보니까 지금 이 구조 속에는 웨스트에 편들기보다는 글로벌 이스트라든가 글로벌 사우스에 있는 것이 국가의 이익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던 거죠. 그래서 일시적으로는 글로벌 이스트가 추구했던 브릭스에 사우디가 가입하겠다고 신청서를 냈다가 여기에 들어가게 되면 웨스트로부터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다시 글로벌 사우스로 철회하는 이런 변화가 있었던 거죠.
 

트럼프 재집권 시 대한민국이 살아남는 방법


Q.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지금 커지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공약과 과거 정책을 미뤄봤을 때 한국 경제는 어떤 전략을 세우는 게 맞는지 궁금합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와 싱크탱크들이 이렇게 됐을 때 어떻게 되는가를 지금 열심히 분석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고 좀 어려운 질문인데, 저는 이거 하나는 좀 희망적으로 봅니다. 트럼프 1기 정부 때 트럼프는 소위 보호주의, 반 자유무역주의를 취했어요. 그래서 중국으로부터의 수출에 대해서 25%라는 관세도 때리고 한국의 철강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 때리고 한국하고 FTA도 개정하자고 그러고 마구 흔들어 놓았거든요.

교양이를 부탁해 김현철 교수편
트럼프 | 전 미국 대통령 (2017년 11월)
그동안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 좋은 협상이 아니었던 (한미 FTA를) 조속히 더 나은 협상으로 만들기 위해….

그런 점을 본다면 우리가 일시적으로 미국에서 회복되는 수출도 트럼프 정부가 탄생하면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는 거예요. 근데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지금 바이든 정부는 겉과 속이 좀 달랐어요. 겉으로는 동맹이다 가치 외교다 잘 지내자 하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서는 우리 자동차 기업에 굉장히 어려움을 겪게 했고 반도체법에 대해서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를 엄청나게 규제를 했잖아요. 겉과 속이 다른 면이 있는데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라서 겉과 속이 별로 다르지가 않아요. 이분은 가치 동맹 별로 중요시 여기지 않아요. 비즈니스맨이기 때문에 경제적 이익 이게 명확해요. 그러면 트럼프 정부하고는 주고받을 수가 있어요. "우리 이익 이만큼 줄 테니까 우리는 이거 이익을 달라, 우리 미국에 대해서 이 정도 하니까 중국에 대해서 할 여지를 달라." 또 미중 간에도 주고받는 게 가능해질 수가 있거든요.

 
블링컨 | 미국 국무장관 (2021년 3월)
미국은 우리 동맹국들에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을 강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트럼프 | 전 미국 대통령 (2020년 10월)
이른바 동맹국들이 항상 돈을 요구합니다. 무역에서 우리를 뜯어먹으면서 제발 자기들을 지켜달라고 합니다. 여러분이 알지만 우리는 그들을 지켜주고, 그들은 무역에서 빼앗아 갑니다. 그들은 항상 돈을 요구합니다.

그렇게 되면 글로벌 이스트 블록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좋은 기회도 생길 가능성이 있어요. 우리가 지금 글로벌 웨스트를 선택하는 바람에 우리가 원래 갖고 있던 글로벌 경제 영역, 글로벌 영토 중에 중국 부분이 21%나 가라앉아버렸고요. 특히 러시아가 저는 아파요. 왜냐하면 러시아에 우리 기업들이 굉장히 노력해가지고요, 시장 점유율이 1등 하는 제품이 굉장히 많았어요. 삼성 갤럭시도 시장 점유율 1등이었고요. 우리 텔레비전도 시장 점유율 1등이었고요. 자동차도 현대자동차가 시장 점유율 1등이었어요. 근데 이거 다 잃어버렸어요. 우리가 경제 영토 중에 글로벌 이스트 상당 부분을 잃어버렸거든요. 근데 트럼프하고 잘 주고받으면서 이런 글로벌 이스트의 경제 영토를 회복한다면 우리는 원래의 글로벌 웨스트, 글로벌 이스트, 글로벌 사우스의 경제 영토를 재복원할 수 있는 그런 계기도 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기대해 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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