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인간을 '믹서기 속의 삶'으로 몰아넣는 테크업계의 또 다른 유행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Mass Tech Layoffs? Just Another Day in the Corporate Blender. by Ashley Goodall

nyt칼럼
 
* 애슐리 구달은 딜로이트와 시스코 시스템즈에서 임원을 지냈으며, 곧 출간될 책 "변화에 따르는 문제(The Problem With Change)"를 썼다.
 

다양한 기술 혁신은 물론 직장 문화 혁신의 발원지인 실리콘밸리에 또 다른 변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바로 불필요한 해고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작년 한 해 동안 26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20년 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최대 규모였다. 주요 테크 기업들은 대부분 수익을 잘 내고 있음에도 2024년 이런 기조를 이어나갈 기세다. 그들의 언어를 빌리자면 기업 구조를 핵심 우선순위에 맞게 조정하는 과정을 밟는 것이라고 한다. '탈바꿈', 또는 '미래에 대비'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하지만 일부 테크 기업들은 이런 두리뭉실한 표현 뒤에 숨어 시장 심리를 잠깐 바짝 끌어올리기 위한 극단적인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열광한다. 인력 감축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메타의 주가는 170%나 올랐다. 주가가 가는 곳으로 회사 경영진도 따르기 마련이라, 조만간 또 다른 상장 회사에서 불필요한 해고가 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의 해고 열풍은 전 세계 모든 기업의 업무 환경을 끊임없이 뒤흔들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다. 작건 크건 회사에 다녀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결과로 나타나는 '믹서기 속의 삶', 즉 오늘날 회사 생활에서 하나의 상수가 되어버린 끊임없는 불확실성과 격변이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새로운 사장이 오자마자 조직 개편이 이어지고, 익숙한 보고 체계가 바뀌어 버리는 경험. 컨설턴트가 새로운 전략을 제안하면 모두가 거기에 적응하느라 수개월을 낭비하다가 뜬구름 잡는 비전만 나열해 놓은 PPT 자료만 남긴 채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는 일. 아, 최고봉은 이거 아닐까? 인수합병 계획이 발표되고, 이후 앞서 언급한 모든 일, 또 그 이상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

물론 제자리에 머무르는 기업이 잘 되는 일은 없고, 변화 없이는 발전도 없다. 경로를 수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며, 전략을 바꿔야 할 때가 당연히 있다. 기술적인 발전으로 주요 산업의 구조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중이다. 그러나 지난 25년 정도를 돌아볼 때, 변혁에 대한 아이디어는 일종의 컬트처럼 변질되어 모든 것은 항상 바뀌어야 하고 전부를 바꾸지 않으면 패배하고 만다는 신념으로 바뀌었다.

변화에 대한 수업은 스탠퍼드나 코넬, 컬럼비아,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인기 과목이자 단골 주제다. 주요 비즈니스 잡지의 표지에서도 "변화를 위한 리더십 구축: 기업의 미래가 여기에 달렸다"는 기사 제목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혼돈의 교리문답서를 원한다면 영감을 주는 포스터를 구입하고 슬로건을 외치면 된다. 빠르게 실패하라, 변화하거나 변화를 강요당하거나 둘 중 하나다, 빨리 움직이고 파괴하라! 물론 일부는 실리콘밸리 기술주의자들의 오만함의 산물이다. 그러나 리더의 근본적인 역할이 곧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라는 믿음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하는 게 사실이다. 그것 말고도 회사를 경영하는 방법이 존재했던 시절을 떠올리기 힘들 정도다.

나아가 대부분 경영자가 이들에게 자문을 제공하는 컨설턴트와 뱅커들, 이들을 부추기는 행동주의 투자자들, 이들을 평가하는 애널리스트들과 함께 이런 신념으로 무장할수록 승진을 거듭했기 때문에 끊임없는 변화는 일종의 플라이휠(flywheel)이 되었다. 리더가 변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그것이 리더가 할 일이기 때문이라는 식이다. 자문과 투자자, 애널리스트는 여기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변화는 늘 좋은 것이라 배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평판이나 주가, 또는 둘 다 즉각 오르고 (대부분 주식으로 보상받는) 리더는 자신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했으니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받는다고 느끼게 되며, 이후 모두가 다음 변화를 찾아 재빨리 넘어간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바람직한 결과가 나왔는지는 대개 명확하지 않다. 인수합병 활동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인수합병이 주주 가치를 높이기는커녕 파괴하는 경우가 60~ 90%에 이른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제프리 페퍼 교수는 해고가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 기업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조직 개편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급작스러운 생산성이나 창의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최전선에 선 사람의 눈으로 볼 때 이렇게 의도와 결과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더욱 명확하다. 주변 사람들이 '전환 배치'되거나 갑작스럽게 나의 역량을 잘 모르는 새로운 상사 아래서 일하게 되면, 이 모든 변화와 혼란이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받아들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너무 피곤하죠." "영혼이 빨려 나가는 기분이에요." 일터에서 이런 변화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말이다. 두 부서가 하나로 합쳐진 후 부하 직원들이 자동차 불빛에 놀란 사슴처럼 굳어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더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10년 사이 19명의 관리자를 경험한 사람도 있었다. 끊임없는 변화가 에너지를 고갈시킨다고 털어놓은 사람도 있었다. "회의에서는 맞는 말을 하지만, 그걸 실현하기 위해 뭔가를 실천에 옮기지는 않는 거죠." 관리자가 찾아오거나 의사소통을 중단하면 위험 신호라는 것을 알게 된 사람도 있다. "쓰나미가 오기 전에 물이 쫙 빠져나가는 것과 같아요. 물이 사라지면 뒤이어 쓰나미가 옵니다. 갑자기, 세게요. 그러니까 사방이 조용해지면 저는 걱정이 되기 시작해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