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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자지구에 안면인식까지 동원…엉뚱한 민간인 색출"

"이, 가자지구에 안면인식까지 동원…엉뚱한 민간인 색출"
▲ 팔레스타인 라말라 시 외곽의 칼란디아 검문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5개월 넘게 가자지구를 상대로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안면인식 기술까지 도입, 팔레스타인 대중을 감시하고 있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정보 부대가 가자 전쟁 발발 이후 하마스에 끌려간 이스라엘 인질과 하마스 대원들을 식별한다는 명분으로 가자 지구 곳곳에서 은밀히 안면인식 기술을 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군과 정보기관 소식통은 이스라엘 사이버 정보부대 8200을 비롯한 이스라엘군이 이스라엘 민간 회사인 '코사이트'의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팔레스타인 주민의 얼굴을 스캔해 안면 자료를 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신원을 파악하고,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고 NYT에 밝혔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 과정에서 안면인식에 응하겠다는 동의를 요청받기는커녕 이런 사실을 고지받지도 못한 채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사안에 대해 잘 아는 이스라엘 측 소식통 3명은 이스라엘이 시간과 자원을 오용하고 있다는 우려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NYT에 말했습니다.

한 소식통은 이 기술이 민간인들을 수배된 하마스 조직원으로 잘못 지목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사안과 관련한 NYT의 질의에 논평을 거부하면서 "연관 없는 사람들에게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 차원에서 군은 필요한 안보·정보 작전을 펼친다"고만 답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국제앰네스티(AI)의 마트 마흐무디 연구원은 이 기술의 오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특정인이 무장 단체 조직원으로 일단 인식되면 이스라엘군은 안면 인식 기술의 실수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볼티모어 워싱턴 국제공항에 도입돼 활용 중인 안면인식 기술

가자지구에서 이용되는 안면인식 기술 개발사인 코사이트는 안면부의 일부분만 카메라에 잡히고, 극단적인 각도나 어둠 속에서도 정확한 안면인식이 가능하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화면이 거칠거나 어둡게 찍히면 제대로 인식하는 것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고 8200 부대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상대로 한 공세를 확대하면서 가자지구에서의 안면인식 기술 사용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안면인식 기술이 탑재된 카메라를 제공받는 이스라엘 병사들은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팔레스타인 주요 도로 곳곳에 설치된 검문소를 지날 때마다 카메라로 이들의 얼굴을 무작위로 스캔해, 확보된 사진 자료와 대조해 수분 만에 신원을 특정할 수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시인 모사브 아부 토하가 지난해 11월 19일 가자지구 중부에서 3살 배기 아들 등 가족과 함께 오른 피란길에서 봉변당한 것에도 안면인식 기술이 관여됐다고 NYT는 소개했습니다.

대규모 피란민 사이에 섞여 이동하던 토하의 얼굴이 안면 인식 기술이 탑재된 카메라에 잡혀 스캔된 뒤 신원이 특정됐고, AI 오류로 이스라엘 수배자 명단에 오른 사람으로 잘못 파악되면서 그는 이틀 동안 구타가 동반된 구금을 견뎌야 했습니다.

이후 가족과 함께 가자지구를 떠나 현재 이집트 카이로에 체류 중인 시인은 검문 당시 신분증도 제시하지 않았는데 이스라엘군이 자신을 불러 세운 몇 분 후 성과 이름을 정확히 호명해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습니다.

앞서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은 이스라엘 정착촌이 있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나 동예루살렘에서는 이미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난해 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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