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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게 엮은 3천800개 철판 조각…신라 무사 지키던 투구 · 갑옷

섬세하게 엮은 3천800개 철판 조각…신라 무사 지키던 투구 · 갑옷
▲ 쪽샘 C10호 찰갑 출토 모습

2009년 4월 16일 신라 왕족과 귀족의 무덤이 밀집한 경북 경주 쪽샘유적 내 'C지구'에서는 발굴 조사가 한창이었습니다.

흙을 둥글게 쌓아 올린 봉분이 무너져 내린 한 무덤을 두고 무덤 주인이 묻혀 있으리라 추정되는 주곽(主槨) 주변 구덩이를 파보던 조사단의 눈에 무언가 띄었습니다.

비늘 모양의 조각은 갑옷을 만들 때 쓰이는 소찰(小札)의 일부였습니다.

약 3개월간 내부 곳곳을 조사한 결과, 무덤에서는 목, 어깨, 몸통, 팔, 다리 등 각 부위를 보호할 수 있는 형태의 비늘 갑옷 '찰갑'(札甲)의 존재가 확인됐습니다.

온전한 찰갑과 마갑(馬甲·말이 착용한 갑옷) 한 벌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사례였습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오늘(28일) 공개한 '경주 쪽샘지구 신라 고분 유적ⅩⅤ-C10호 목곽묘 출토 찰갑 조사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투구와 갑옷을 만드는 데 3천800여 매의 소찰이 쓰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C10 무덤에서 발견된 찰갑은 머리를 보호하는 종장판주, 목을 보호하는 경갑, 상반신을 보호하는 상박갑·동찰·요찰, 하반신을 보호하는 상찰·대퇴갑과 하퇴갑 등으로 구성됩니다.

머리부터 다리까지 전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각 부위 흔적이 출토된 셈입니다.

쪽샘 C10호 찰갑 출토 모습

연구소는 "전쟁 등과 같은 상황에서 신체를 보호하는 갑주는 각 부위가 산발적으로 발견됐으나, 쪽샘 C10호 무덤에서는 찰갑 한 벌이 완전한 형태로 출토돼 연구에 큰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보고서는 그간의 발굴 조사·연구를 통해 존재가 명확히 확인된 소찰 3천771점을 정리했습니다.

각 조각이 어느 부위에 있었는지 분류하고 길이·너비 등 기본 정보와 도면, 사진을 보고서에 실었습니다.

연구소는 "찰갑 한 벌에 대한 (유물을) 전량 조사·보고한 건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정한 크기의 철판 미늘을 엮어 투구와 갑옷을 만든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각 부위를 이루는 소찰을 조사한 결과, 상박갑 부분은 가로 55㎜, 세로 22㎜, 두께 2㎜ 크기 조각이 서로 엮여 있었습니다.

상찰, 요찰, 대퇴갑 등 다른 부위도 소찰 크기가 거의 같았습니다.

김은정 연구원은 보존 처리 과정과 분석 내용을 설명하며 "같은 모양의 소찰을 수백 매 똑같이 만들려면 상당한 시간과 숙련된 작업자의 능력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13년 제작한 재현품 모습

연구소는 올해부터 찰갑 관련 심화 연구를 추진해 전체 모습을 복원·재현할 계획입니다.

연구소는 2011∼2013년에 발굴 조사한 쪽샘 41호 무덤 구조와 출토 유물을 정리한 '경주 쪽샘지구 신라 고분 유적 ⅩⅣ -41호 적석목곽묘(積石木槨墓·돌무지덧널무덤) 발굴조사 보고서'도 함께 펴냈습니다.

지름이 약 23m에 이르는 41호 무덤은 중형급 규모로, 네모난 나무 덧널을 마련해 시신과 부장품을 두고 그 위에 돌을 쌓은 뒤 흙으로 덮은 형태입니다.

이곳에서는 금동제 관,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관모(冠帽·머리를 보호하고 장식과 의례를 갖추기 위해 쓰는 쓰개), 은으로 만든 장식 등 피장자의 신분을 추정할 수 있는 유물이 잇달아 나왔습니다.

보고서에는 총 1천930건(세부 수량 기준으로는 3천300점)에 달하는 유물 정보가 상세하게 실려 있습니다.

돌로 만든 단 주변에서 발견된 의례 흔적과 순장(殉葬) 가능성, 넙치류와 돔류·전복을 묻은 흔적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연구소는 "경주 지역 무덤에서는 처음으로 완전한 형태로 출토된 밤 열매를 고려하면 당시 장례가 이루어진 시점이 가을 이후였을 것"이라며 41호 무덤에 대해 "신라 고분 연구의 보고(寶庫)"라고 평가했습니다.

연구소는 동국대 와이즈캠퍼스와 공동으로 쪽샘 유적 내 돌덧널무덤(K6호), 덧널무덤(K8호), 독무덤(K16호) 등을 발굴 조사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도 발간했습니다.

보고서에는 다양한 형태의 무덤과 당시 사람들이 제사를 지낸 흔적으로 보이는 독(K252호·K253호)을 조사한 내용이 담겨 1천550여 년 전 신라인의 장례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각 자료는 국립문화재연구원의 국가유산 지식이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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