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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300번대, 한없이 기다린다"…말뿐인 '주거사다리'

<앵커>

쪽방이나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들이 들어갈 수 있는 임대 주택을 늘리기로 했는데 현실은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왜 그런지 제희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용산역 주변 비닐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이진복 씨.

2022년 주거 취약계층으로 LH에 매입임대주택을 신청한 후 받아 든 번호표는 630번.

2년이 지났지만 대기 순번은 여전히 300번대입니다.

[이진복/매입임대주택 신청 대기자 : 조만간 저희도 여기 떠나야 돼요. 그럼 갈 데가 없잖아요. 작년, 재작년까지만 해도 LH 신청한 사람들이 잘 빠져나갔어요. 2년이 넘었는데 아직 연락이 없어요.]

쪽방이나 고시원, 반지하처럼 주택이 아닌 곳에 거주하는 경우는 최근 5년간 20%가 늘어 44만 가구에 달합니다.

국토부가 지난해 훈령을 개정해 전체 매입, 전세 임대 물량 가운데 주거 취약계층 공급분을 기존 15%에서 30%로 대폭 늘린 배경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공공임대 예산 자체가 3조 원 가까이 삭감되다 보니 전체 매입임대주택 공급 총량이 급감했고, 주거 취약계층 물량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쪽방이 밀집한 서울 중구와 종로구, 용산구의 경우 지난 4년간 매입임대 공급 실적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습니다.

열악한 주거의 질도 여전히 문제입니다.

노숙과 고시원을 전전하던 중증 지적장애인인 박종복 씨.

생애 첫 집으로 매입임대 주택에 들어갔는데, 천장에서 물이 새기 시작해 벽지가 다 뜯겨나갔습니다.

[박종복/매입임대주택 거주자 : 네 달 동안 물이 질질 새서. 엄청나게 구멍 나고. 네 달 동안 안 고쳐주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거주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A 씨/전세임대 입주 후 퇴거 : 1억 2천인가 그 금액으로 해서 나오는 매물이 별로 없어서. 옥탑이나 반지하는 조금 (살기가 그랬죠.) 그래서 다시 고시원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고….]

[김준희/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 정책 의지인 거잖아요. 사실 이분들은 주거 상향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죠. 작은 자원을 가지고 정말 그 집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이 경쟁을 해야 되는 것이고.]

예산 탓으로 돌리는 말뿐인 '주거사다리 강화', 보완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윤 형, 영상편집 : 최혜영, 디자인 : 조수인·서승현·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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