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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목사가 장애인들 감금·폭행" 신고했지만…센터 "목사가 그럴리가"

청주의 한 시골 교회 목사가 지적 장애인들을 감금 폭행한 사건에 대해 행정당국이 1년 4개월 전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도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아 수사가 지체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증 지적장애인 A 씨(50대)는 2021년 7월부터 쇠창살이 설치된 청주의 한 교회 부지 내 정자에 감금돼 목사 B 씨에게 쇠 파이프로 폭행을 당했습니다. 

B 씨는 2020년 초 요양병원에서 목회 일을 하며 만난 A 씨를 잘 돌봐주겠다며 교회로 데려온 뒤 그가 용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수시로 폭행하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정자에 쇠창살을 설치해 가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2022년 9월 26일 A 씨의 지인들이 A 씨를 만나러 갔다가 쇠창살에 갇혀 있던 그를 발견하고 B 씨에게 항의해 A 씨가 갇힌 지 14개월 만에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2022년 9월 탈출 당시 A 씨의 모습.

A 씨의 지인들은 곧바로 인근 행정복지센터(옛 면사무소)를 방문해 주민복지팀 직원에게 A 씨가 감금된 모습의 사진을 보여주며 B 씨의 범행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센터 직원은 "목사라는 사람이 그럴 리 없다. 경찰에 신고하시면 된다"며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이들을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던 A 씨는 행정복지센터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앞에서 지인들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직원들이 A 씨 상태를 직접 보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민원을 받은 직원이 육아휴직 중이라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은 어렵지만, 목사가 그런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쉽게 믿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튿날 교회에 조사를 나갔지만, 목사가 A 씨의 공간이라며 교회 안에 있는 방을 보여줬고, 별다른 감금 시설을 발견하지 못해 더 이상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목사가 장애인들을 폭행하고 감금했던 쇠창살이 설치된 정자는 경찰 수사가 진행된 최근까지도 교회 부지 내에 버젓이 남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장 조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당시 교회엔 목사 한 명뿐이었는데, 센터 측은 신도 등 다른 관계자를 찾아가 A 씨의 피해 사실에 대해 전혀 알아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장애인 학대를 알게 됐을 때 수사 기관이나 장애인 권익 옹호 기관에 신고해야 하며, 학대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공무원은 300만 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랜세월 당한 폭행으로 짓이겨진 A 씨의 귀.

이후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지난 1월 A 씨와 함께 같은 교회에서 생활하던 한 뇌병변 장애인이 B 씨로부터 폭행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됐으며, A 씨 사건도 함께 알려지면서 수사가 확대됐습니다.

검찰은 지난 19일 B 씨를 강도상해·중감금치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습니다. 

한편, B 씨는 2014년부터 해당 교회 목사를 맡으며 지난해까지 모두 6명의 장애인을 교회로 데려온 뒤 이들의 기초생활비를 가로채는 등 수천만 원을 뜯어내고 수시로 폭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 씨의 교회에 비장애인 신도는 한 명뿐이었으며, 외딴곳에 위치해 마을 주민들은 교회 내부 사정을 잘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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