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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80만 대나 팔린 '오물 분쇄기'…불법 개조 안 하면 쓸모 없다고?

[지구력] '불법 오물분쇄기 인증 취소' 적법 판결 이유는

장세만 지구력
가정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매번 가져다 버리기 귀찮다는 이유로, 일명 '음식물 처리기'라는 제품이 쓰이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지난 1995년 사용이 금지됐다가 2013년 규제가 풀려 판매가 재개됐습니다. 현재 여러 방식의 제품들이 시판되고 있습니다. 주방 싱크대에 부착해 음식 찌꺼기를 곱게 갈아 그중 일부를 하수도로 흘려보내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싱크대와 상관없이 스탠딩형으로 만들어져 음식물을 건조시키는 전자제품 방식도 있습니다.

오늘 지구력에서 말씀드리려는 제품은 하수도와 연결되는 경우입니다. 하수도법상 명칭은 '주방용 오물분쇄기'입니다. 하수도법의 관리 규제를 받는 이유는 이 제품의 특성상 음식물 쓰레기 일부가 하수도를 타고 하천으로 흘러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질 관리 등 이유로 하수도법상 분쇄기 제품의 인증 절차를 둘 만큼 관리 규제가 까다롭습니다.

이 주방용 오물분쇄기가 하천 수질 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돼 수년째 불법 제품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에는 오물분쇄기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규정상 분쇄기를 쓰더라도 갈아낸 음식물 찌꺼기의 20% 미만만 하수도로 배출돼야 하며 나머지 80% 이상은 회수해 음식물 종량제 봉투에 버리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이럴 거면 굳이 돈 주고 설치해 쓸 이유가 있을까요? 음식물 쓰레기 80%는 종전대로 똑같이 종량제에 넣어 버려야 하는데요.

장세만 지구력
당초 제조된 제품은 장비 속에 거름망이 설치돼 있어 갈아낸 찌꺼기가 하수도로 배출되지 않도록 돼 있습니다만 실제 가정에 설치할 때는 이 거름망을 떼내고 설치해 주는 게 태반입니다. 하수도법을 위반한 불법 제품인 셈이죠. 이같은 지적이 나올 때마다 분쇄기 제조업체들은 제품 설치 역할을 맡는 개별 대리점에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본사는 적법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는데, 대리점들이 가정에 설치해 주면서 제품에 임의로 손을 댔다는 식입니다.
 

서울행정법원 "제조사 인증 취소 정당"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이같은 분쟁에 대해 명확한 법적 판단을 내렸습니다. 대리점이 제품에 불법으로 손을 댔더라도 본사 역시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겁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22년으로 거슬러 갑니다. 환경부 산하 한국물기술인증원이란 곳이 있는데, 분쇄기 제품 인증 등을 책임지는 기관입니다. 이곳에서 모니터링한 결과 A사 제품이 인증받았을 때와는 달리 불법으로 손을 댄 채 설치 판매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인증원은 법에 따라 해당 제품에 대한 인증을 취소 처분했습니다. A사는 행정소송을 냈고 그 판결이 이번 주 언론에 기사화됐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판결문에서 "분쇄기 제품의 변조 행위가 원고의 영역과 책임 내에서 이뤄졌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제품의 대외적인 거래는 판매 대리점이 아니라 본사 명의로 이뤄졌고 판매 대리점은 제품의 설치만을 담당했다"는 겁니다. 또 "대리점이 민사상 책임과 하수도법 위반에 따른 형사상 책임까지 부담하면서 원고 모르게 제품을 임의로 변형한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운 점에 비춰 본사 역시 위와 같은 위반 행위 부분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는 겁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앞으로 대리점에 잘못을 떠넘겨 왔던 제조업체 본사의 책임 회피 관행은 더 이상 발붙이기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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