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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LP재킷의 전설 '힙노시스': 시대를 디자인하다

[더 모먼트]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

한 순간의 감동은 때때로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습니다. 이주형 논설위원의 '이 순간[The Moment]'은 영화 등 예술 작품 속의 인상 깊은 장면을 통해 작품이 관객과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다양한 앵글로 들여다보는 스토리텔링 콘텐츠입니다.
 

스프 더모먼트 썸넬
끝난 줄로만 알았던 LP의 부활 소식이 이따금 들려온 지도 꽤 됐습니다. 몇 해 전에는 CD의 생산량을 추월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스트리밍의 시대. 다시는 LP가 곧 음악이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오브리 파월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브리 파월
그런 앨범 커버의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거예요. 그 시대는 끝났어요. 15년 간 지속된 그 시대에 힙노시스가 선두에 있었다는 건 행운이죠.

오브리 파월과 스톰 소거슨이 함께 창립했던 힙노시스는 ‘LP 커버의 전설’로 불립니다. LP음반의 전성기인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그들이 디자인한 사각형 앨범 커버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폴 매카트니 등등 지금까지도 최고의 록 그룹과 뮤지션으로 불리는 이들이 힙노시스에게 자신들의 앨범 커버 디자인을 맡겼습니다.

애플TV+에 있는 어느 음악 다큐멘터리 시리즈 제목처럼, 1970년대는 ‘음악이 모든 것을 바꾼’ 시대였습니다. 한국에서의 첫 전시를 위해 서울에 온 힙노시스의 디자이너 오브리 파월이 ‘더 모먼트’에서 그 시대를 증언합니다.
 
 

씨네멘터리_힙노시스
“1970년대 앨범 커버의 중요성은 말이죠, 사진과 그래픽 디자인 분야의 아티스트가 처음으로 밴드의 음악과 가사를 통해서 아티스트로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거예요. 그땐 무엇이든 할 수 있었어요. 1946년 LP 앨범 커버가 처음 등장한 이후 70년대 이전까지는 밴드나 아티스트의 사진만 앞표지에 있었는데, 모든 것이 완전히 바뀌었고 힙노시스가 변화의 최전선에 있었죠.”
 

1970년대: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시대


스프 더모먼트 스프 더모먼트
“사람들은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닌, 보다 지적인 개념에 대해 곡을 쓰기 시작했어요. 1970년대의 이런 움직임은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정치적이고, 감정적이고, 지성적인 운동이었기 때문에 젊은 세대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자각 운동이었어요. 

제네시스나 핑크 플로이드 같은 프로그레시브 록 음악도 정치적 색채를 띠기 시작했죠. 예를 들어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 들어보면 광기에 대한 요소가 있고, 자본에 대한 요소가 있고, 상실에 대한 요소가 있습니다.”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The Dark Side of the Moon) -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록 앨범

“애비 로드 스튜디오로 핑크 플로이드를 보러 갔을 때 그들은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우리를 대표하는 단순한 그래픽 이미지 같은 뭔가 다른 것을 원해.’

약 2주 후에 나는 빛의 물리학에 관한 잡지를 읽고 있었어요. 이 잡지에는 흰색 선이 있는 삼각형이 유리 프리즘을 통과해 무지개를 만드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스톰이 저를 보더니 핑크 플로이드에 딱 맞는 아이디어가 생각났다고 하더라고요. 바로 피라미드 이미지죠. 핑크 플로이드는 그게 바로 그들의 이미지라고 생각했어요. 그 단순한 이미지가 50년 후에 가장 유명한 앨범 커버 중 하나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저도 상상도 못 했죠.”

 

LP커버는 그들에게 무엇이었나

“요즘 스포티파이나 유튜브에 가면 겨우 요만한 작은 사진 한 장을 볼 수 있고 그게 아무 의미도 없지만, 1970년대에는 앨범 커버가 모든 것을 의미했고 밴드에게 중요한 자산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토요일 아침에 음반 가게에 가서 음악을 듣고, 앨범 커버를 보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밴드와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부분을 공부하곤 했어요.”

 

BTS ‘불타오르네’

스프 더모먼트 핑크 플로이드 9집(좌)과 BTS '불타오르네'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힙노시스, 하이브
“1970년대에 포토샵이 있었다면 환영했겠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할 거예요. 왜냐하면 핑크 플로이드의 “위시 유어 히어” 앨범 커버를 만들기 위해 실제로 스턴트맨에게 불을 붙였어요. 지금은 포토샵으로 2시간 만에 똑같이 할 수 있을 거예요. 악수하는 남자의 사진을 찍고 거기다 불을 좀 얹어서 만들면 되잖아요. 인공지능을 사용하면 훨씬 더 쉽게 만들 수 있겠죠.

BTS 뮤비를 봤을 때 힙노시스의 ‘불타는 남자’에 대한 오마주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우리가 한참 전에 만들었던 이미지에서 무언가를 취하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멋진 일이죠.”

 

힙노시스 창의성의 비밀


스프 더모먼트
“우리는 동그랗게 둘러앉아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는데, 때로는 방 안에 마약상도 있었고 매춘부도 있었고 다른 디자이너들도 있었고 그냥 우연히 들어온 사람들도 있었어요. 칼 던지는 사람 등 온갖 이상한 사람들이 스톰의 아파트에서 하는 회의에 오곤 했어요. 우리는 밴드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우리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곤 했죠.

스톰이 이런 얘기했던 게 기억나요. 스톰이 “내가 꿈을 꿨는데 바다가 있었고 양이 있었어.” 내가 무슨 소리냐고 물었죠. 그는 “나도 모르지만 바다는 정신, 양은 사람의 상징이고 소파는 정신의학의 상징이야. 뭔가 깊은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저는 그게 뭔지는 몰랐지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어요. 

스프 더모먼트
그래서 그룹 10CC에게 아이디어를 팔러 갔을 때 “그게 우리 음악과 무슨 상관이죠?”라는 말을 들었어요. 10CC의 음악은 아주 팝적인 음악이었기 때문이죠. 우리는 “당신들 음악과는 관련이 없지만 아이디어가 좋잖아요.” 그러자 10CC는 “그래, 우리도 좋아”라고 하더니 어디에서 찍을 거냐고 물었어요. 영국 남부 해안이나 어딘가에서 찍을 거냐고 하길래 나는 “1월이잖아. 너무 추워. 하와이에서 찍고 싶어요”라고 했죠. 그랬더니 “그럼 하와이에 가야지”라고 하길래 하와이로 갔죠.

그 당시에는 ‘힙노시스 커버’에 대한 사고 과정이 매우 진지했어요. 앨범 커버가 밴드의 음악이나 가사와는 반드시 연관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었어요. 때로는 관련이 있었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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