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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중지 키운 양파인데"…냉해로 냉가슴 앓는 농민들

"애지중지 키운 양파인데"…냉해로 냉가슴 앓는 농민들
▲ 뿌리가 고사한 양파

"지난해 겨울부터 애지중지 키웠는데 참, 허탈허죠…."

지난 21일 전북 김제시 금산면의 너른 양파밭에서는 흑갈색의 토양 위로 푸른 양파 줄기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농민 정 모(63) 씨가 양파 줄기를 뽑아 들자 시커먼 뿌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맘때면 새하얀 뿌리가 길게 뻗어 나와 있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죄다 물기를 머금어 거의 연갈색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정 씨는 이를 '무름병'이라고 했습니다.

뿌리에 물기가 차 흐물흐물해지면서 결국 고사하는 식물 병해입니다.

그가 뽑는 양파는 죄다 뿌리가 힘없이 물러져 있었습니다.

어떤 양파는 뿌리가 아예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간혹 겉은 멀쩡해 보이는 양파가 눈에 띄었지만, 뿌리를 쪼개보면 여지없이 물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정 씨가 경작하는 양파밭 1만1천여㎡(3천600여 평)가 대부분 이렇다고 합니다.

원인은 지난해 12월 10도가 넘는 포근한 날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치는 바람에 양파가 '냉해'를 입은 것입니다.

12월 중순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인해 양파의 수분 함량이 높아진 것도 냉해 피해를 키운 요인이 됐습니다.

이대로라면 수확기(6월 중순)에 건질 수 있는 양파는 거의 없다는 게 정 씨의 말입니다.

그는 "양파는 월동작물인데 지난해 기온이 널뛰어서 냉해 피해가 커졌다"며 "여기 농민들이 다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울상을 지었습니다.

결국 정 씨의 양파밭 대부분은 최근 지역 농협으로부터 '경작 불능' 판정을 받았습니다.

바로 옆의 양파밭도 마찬가지입니다.

농민 신 모(58)씨가 겨우내 키운 양파도 지금쯤이면 양파 잎이 5개는 돼야 하는데 2∼3개가 전부였습니다.

그는 "양파 냉해 피해가 워낙 심해 김제시가 정부에 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했는데 몇개월 째 답이 없다"며 "어디에다 하소연할 수도 없는 농민들은 나날이 한숨만 늘어간다"고 토로했습니다.

양파밭 바라보는 농민 (사진=연합뉴스)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익산, 정읍, 남원, 김제, 완주, 장수, 고창, 부안 등 8개 시·군에서 양파 냉해 피해가 접수됐습니다.

도내 전체 양파 재배 면적(1천566㏊)의 약 25%에 해당하는 402.4㏊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피해는 익산이 125.3㏊로 가장 컸고 완주 82.4㏊, 장수 69.9㏊, 김제 50.2㏊, 남원 36.3㏊, 고창 14.5㏊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뿌리 활착이 일어나지 않고 고사하거나, 웃자라거나, 결주율(포기가 비어 있는 비율)이 높은 게 주요 피해 내용이었습니다.

최근에도 일교차가 컸던 터라 냉해 피해 면적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전북자치도의 설명입니다.

전북자치도는 농촌진흥청, 전북농업기술원 등과 함께 현장을 조사하고 농가를 도울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전북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지난해 말 날씨가 따듯하다가 갑작스러운 한파가 찾아와 양파 생육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시·군과 함께 양파 생육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생육이 부진한 양파에 액체 비료를 직접 공급하거나 적기에 병해충 방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농가를 돕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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