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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살 거면 빨리 사라"던 화생방 가스 마케팅, 이런 허점 노렸다

박세용 뉴스스프링
악용할 경우 위험천만한 화생방 가스 제품. 이걸 민간에 유통하지 않았다는 판매업체 주장과 달리 일부 제품은 이미 시중에 퍼졌다는 실태를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팔아도 법적으로 문제없는 걸까요?

무슨 상황인데?

지난 2011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졌습니다. 저도 그때 본회의장에 있었습니다. 의사 진행에 항의하던 한 의원이 일명 '사과탄'이라고 불리는 동그란 최루탄을 국회의장석 바로 밑에서 터뜨린 겁니다. 최루탄은 '펑!' 소리가 나면서 터졌고, 안에 들어 있던 화생방 분말은 순식간에 본회의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의원은 바닥에 떨어진 분말을 집어 당시 국회부의장 얼굴에 뿌리기도 했습니다. 의원은 이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했습니다.

의원은 처벌받는데, 화생방 가스 판매는 문제없는 것인지 경찰에 물어봤습니다. 경찰에는 '총포화약법'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총포화약법상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안 보인다고 답했습니다. 이근 씨가 홍보한 제품의 위법 여부를 경찰청에 문의했는데 문제없다는 취지로 회신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화생방 캡슐은 화약을 넣어 폭발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단순히 캔에 넣어 '가열'만 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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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설명하면

그럼 이런 화생방 가스는 누가 관리하나요? 경찰은 그건 화학물질이므로 환경부 소관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번엔 환경부에 물어봤습니다. 환경부에서 처음 들은 답변은 살짝 당황스러웠습니다. 화생방 가스 물질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취지였기 때문입니다. 환경부는 위험한 화학물질의 경우 유독물질, 허가물질, 제한물질 등으로 관리하는데 화생방 가스(CS)는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법에는 이런 물질이 '기존화학물질'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국내에서 상업용으로 유통된 화학물질로 유해성 정보가 없어도 국내 유통이 가능하던 물질이라는 겁니다.

국내 기존화학물질은 3만 7,000여 종에 달합니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환경부가 한 번에 유독물질 여부를 판단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법에는 '등록 유예기간'이라는 것을 뒀습니다. 연간 제조 수입량이 많은 화학물질부터 유해성 여부를 따져서 유독물질로 등록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럼 화생방 가스는 어떨까요. 이건 연간 수입량이 5~10톤 정도입니다. 다른 화학물질에 비해 수입량이 적은 편이라서 유해성 평가 순서가 뒤로 밀려 있습니다. 제조 수입량이 연간 1~10톤에 해당하는 화학물질은 2030년까지만 등록하도록 유예기간이 지정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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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판매업체가 화생방 가스를 자유롭게 수입해 판매 시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환경부에 신고만 하면 CS 물질을 누구나 들여올 수 있습니다.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판매업체도 취재진에게 "환경부를 통해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루트로 수입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근 씨도 제품 홍보 영상에서 "만약에 사고 싶으면 빨리 사야 된다"면서 "법은 곧 생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화생방 마케팅'에 나선 셈입니다.

화생방 가스의 수입과 제조, 유통, 판매가 모두 자유로운 상황. 때문에 이근 씨 이외 일반 유튜버도 유통 경로만 파악하면 누구나 이 제품을 들여와 화생방 체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한 유튜버는 합법적인 민수용 CS 제품이라면서 커다란 비닐팩에 가득 들어 있는 화생방 가스 분말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현재 국내 수입되는 화생방 가스는 대부분 군에서 훈련하는 데 쓰거나, 중소 방산업체가 화약과 결합해 최루탄으로 만든 뒤 방위사업청 허가를 받아 수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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