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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가스! 가스!" 민간에 퍼진 화생방 제품, 어떻게 유출됐나?

(블러 수정) 이근 전 대위 군용 최루탄 판매 논란
최근 해군 대위 출신의 유튜버 이근 씨가 화생방 가스 제품(CS캡슐)을 판매한 적 있습니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화생방 가스 구입을 독려한 것입니다. 유튜브 콘텐츠에는 포털 사이트 쇼핑몰로 링크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영상을 보다 화생방 가스 제품을 구입하고 싶으면 한 번의 클릭으로 바로 쇼핑몰로 이동 가능합니다. 판매업체는 처음엔 화생방 가스를 내뿜는 캡슐 제품과 이 캡슐을 가열하는 키트, 그리고 방독면을 모두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화생방 가스 홍보 영상이 공개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인구 밀집 지역에서 '테러'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지하철 테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화생방 가스를 들이마신다고 사람이 바로 숨지는 것은 아니지만, 호흡기를 강하게 자극하다 보니 당황한 사람들이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화생방 캡슐을 굳이 캔에 넣어 가열하지 않더라도, 캡슐을 열어 사람들한테 하얀 가루를 뿌릴 수도 있습니다. 이건 절대로 먹으면 안 되는 물질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화생방 가스 마케팅
화생방 '가스'라고 하니까 오해의 소지도 있을 것 같아 잠깐 설명드립니다. 이근 씨가 홍보한 제품은 사실 가스가 아니라 '가루'입니다. 캡슐에 든 알약처럼 생겼습니다. 이 가루를 가열용 캔에 넣은 뒤 밑에 불을 붙이면 서서히 타면서 뿌연 연기를 냅니다. 공기 중에 에어로졸 형태로 CS 성분이 퍼지는데, 그걸 편의상 '화생방 가스'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군에서 훈련받을 때도 '가스! 가스!'라고 하지요.

판매업체도 테러 악용 소지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했습니다. 포털 쇼핑몰에 공지사항을 올려 제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품의 악의적인 사용과 관련한 국민적 우려"를 감안했다는 것입니다. 업체는 또한 판매 중단을 결정함에 따라 "민간에 유통 및 판매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공지하기도 했습니다. 사안은 논란 수준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였습니다.
 

한 걸음 더

그런데 민간에 유통되지 않았다는 판매업체 입장은 사실일까요?

취재진은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수소문한 결과, 이근 씨가 홍보한 화생방 가스와 가열 키트를 구입했다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는 화생방 가스 6 캡슐과 가열 키트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근 씨가 홍보한 쇼핑몰에서 구입한 것이 맞는지 물었더니 "맞다"고 대답했습니다. 화생방 가스를 어떻게 피울 수 있는지 그는 친절하게 알려줬습니다. 자신은 6개를 구입했는데 2개는 글램핑장에 가서 써보고, 다른 것은 소장용으로 갖고 있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은 이 캡슐이 진짜 화생방 가스가 맞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가스를 흡입하면 바로 눈물, 콧물 흘리고 고통스러워지기 때문에 안전한 장소를 찾는데 공을 들였습니다. 취재진은 건국대학교에서 공기 정화 시설이 갖춰진 실험실을 어렵게 빌릴 수 있었습니다. 실험실에는 내부 공기를 강하게 빨아들여 밖으로 내보내는 후드 장치가 있습니다. 유리문도 달려 있어서 실험실 학생들이 화생방 가스를 마시는 것도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제품을 뜯었습니다. 까만색 캔 속에는 고체 연료가 밀봉돼 들어 있었습니다. 캡슐을 캔 속에 집어넣고, 캔 밑에 라이터로 불을 붙였습니다. 10~20초 정도 지나니 '따닥! 따닥'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금속 캔이 열을 받으면서 내는 소리 같았습니다. 불과 30초 만에 뿌연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군 훈련병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바로 그 화생방 가스입니다. 군에서 쓰는 것과 동일한 CS 성분입니다.

취재진은 바로 후드를 작동시켰습니다. 화생방 가스가 빨려 들어가면서 연기가 강하게 요동쳤습니다. 미리 준비해 간 내열 유리로 불꽃을 덮어 껐습니다. 화생방 가스가 모두 제거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기다린 뒤, 캔을 꺼내 남아 있는 냄새를 맡아봤습니다. 20여 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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