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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웃는 얼굴에 속지 마라"…우리에게 이로워야 옳은 것 되는 '의리'

[양선희의 중국고전] 의리(義理)라지만 의리(義利)로 읽다 (글: 양선희 소설가)

중국본색
우호적 국제관계, 우방의 의리. 아름다운 말입니다. 나라끼리 깊은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될 수 있다거나 나라끼리 의리를 지킬 것이라는 상상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비자 우화들 속 우방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의리(義理)는 없습니다. 나라 간 우정 어린 대화 속에 오직 이해관계만이 첨예합니다. 나라를 집단이라는 말로 대치해도 됩니다. 이런 얘기들이죠.
진(晉) 나라가 형(邢) 나라를 치자 제나라 환공이 구원하려고 했다. 이에 포숙아가 말했다. "너무 이릅니다. 형나라가 망하지 않으면 진나라는 피폐해지지 않을 것이며, 이리되면 제나라의 위세가 더 커지지도 않습니다. 또 위험한 상태에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공은 망한 나라를 되살려주는 덕의 크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군주께서 더 늦게 구원에 나서야 진은 피폐해지고, 제나라는 실리를 챙길 수 있습니다. 형나라가 망한 후 다시 보존케 해주는 것이 아름다운 명성을 잇는 방법입니다." 이에 환공은 구원하러 가지 않았다.
제나라가 송나라를 공격했다. 송에서 장손자를 시켜 남쪽 초나라에 구원을 요청하도록 했다. 초나라는 크게 기뻐하며 구원하겠다고 허락하고 크게 환대했다. 장손자는 걱정스러워하며 발길을 돌렸다. 그를 모시고 온 이가 물었다. "구원을 요구해 들어주었는데, 지금 왜 그리 근심스러운 기색을 하십니까?"

이에 장손자는 말했다. "송나라는 소국이고 제나라는 대국이다. 대체로 소국인 송나라를 구원하면 대국 제나라의 미움을 사는 것이어서 이 사람은 그것을 걱정하였는데, 오히려 초왕은 좋아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우리가 견고하게 지키도록 부추긴 것이고, 우리가 굳게 지키면 제나라는 피폐해질 것이며 초나라는 이익을 얻을 것이다."

장손자가 돌아온 후 제나라 사람들이 송나라를 공략해 다섯 성을 함락시켰지만, 초나라 구원병은 오지 않았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의'(義)에 대한 약간의 오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의는 옳음을 뜻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에게 옳은 것이냐라는 것이죠. 의에 관한 이야기는 제 책 [21세기 군주론: 국민주권시대의 제왕학]이나 다른 칼럼에도 여기저기 쓴 바가 있어서 또 쓰기엔 민망하지만, 그래도 이 글이 처음인 독자를 위해 살짝 얘기하고 넘어가죠.
한비자는 의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의란 군신상하의 직책, 부자(父子), 귀천과 같은 차등, 벗과의 사귐, 친소와 안팎의 분간 등과 같은 것이다. 아는 친구를 돕는 것이나 친한 사람과 가까이하고, 소원한 사람을 멀리하는 것은 모두 마땅하고 적절한 일이며, 의란 그 마땅하고 적절함을 말한다."

결국 '의'라는 것은 자기 집단 관계 속에서 자신이 행해야 하는 도리를 말하는 겁니다. 소동파는 "의가 지나치면 잔인해진다"고 말했죠. 의의 옳음이란 인류애적 휴머니즘에 바탕한 옳음이 아니라 자기 집단 논리에서의 옳음을 의미하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흔히 사회적 선을 실현하기 위한 '내부고발자' 혹은 '쓴소리 하는 사람'을 두고 해당 집단 내에선 '의리 없는 사람' '내부 총질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일은 흔합니다. 의리란 이렇게 '우리가 남이가'의 정신입니다.

집단의 입장에서 보자면 '옳은 것은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집단에선 의리(義理)이지만, 다른 집단과의 관계에선 의리(義利), 이로워야 의로운 것이 되는 것이죠. 다른 집단과의 의리의 분투 사례를 한번 볼까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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