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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의 낮은 에너지 가격 이점, 수년 내 사라진다"

- 데이비드 쉽워스 영국 UCL 교수 인터뷰

인류는 땅에서 끌어올린 보물로 폭발적인 생산력을 얻어 번영을 구가하고 있지만, 그 그을음은 기후변화라는 이름으로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산업 혁명에 가장 앞장섰던 선진국들은 이제 '에너지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탈탄소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경제뿐만이 아니라 탈탄소에도 앞서간 선진국들은 이제 탄소국경세 같은 장벽을 세워 한국 같은 후발 산업 국가들과 개발도상국들에도 탈탄소화에 동참할 것을 채근하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만든 반도체와 자동차, 제조업 상품을 해외에 팔아야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얼마 전, 반도체를 만드는 노광장비를 만들고 있는 네덜란드 ASML이 콕 집어 "한국에서는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 달성에)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고 평가해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행태가 '사다리 걷어차기' 아니냐는 의심과 함께 기후 제국주의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비판은 비판이고, 수입하고 수출해야 살아남는 우리로서는 입이 튀어나와도 대세를 따르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증기기관과 산업혁명의 발상지 영국은 아이러니하게도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에너지 전환에 가장 앞장서 있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힙니다. 21세기 들머리인 2000년 영국의 재생에너지(풍력·태양광) 발전 비중은 2.7%로 한국의 1.5%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년 후인 2022년 영국은 41.5%, 한국은 9.2%로 4배 넘는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통계 : Ember)

어떤 요소가 이런 차이를 가능하게 했을까요? 물론 영국이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바람 잘 날 없는 대서양의 풍부한 풍력 자원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고, 굴뚝 산업보다는 금융 같은 서비스업으로 경제의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유럽 여러 나라들과 전력망을 공유할 수 있는 점도 한국과 차이입니다. 에너지 전환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과 정책적 면에서 거버넌스의 효율적 작동 역시 주효했습니다.

지난 8일 서울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최남호 2차관과 영국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 제레미 폭링턴 차관이 '한·영 청정에너지 고위급 대화'를 열었습니다. 두 정부는 지난해 11월 정상회담 이후 '청정에너지 파트너십 합의'를 맺고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협력의 방점이 '정말 청정한 게 맞냐?'는 반대가 비등한 원자력 발전에 찍혀있다는 점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탈탄소화의 핵심 노선 중 하나로 원자력 발전 확대와 SMR(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을 채택해 '탈원전'을 기치로 삼았던 문재인 정부와 다른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영국 역시 오는 2050년까지 원전 발전 비중을 25%로 확대하고, 최대 8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한다는 최대 규모의 원전 확대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화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 협력에 관한 논의도 테이블에 올랐습니다.

폭링턴 차관은 이에 앞서 지난 6일 영국대사관과 에너지전환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한 '청정에너지 확대에 따른 새로운 전력시장의 변화오 과제' 토론회에 참가해 '과감하고 지속 가능하며 실질적인 청정에너지의 확대'를 말했습니다. 폭링턴 차관은 "재생에너지가 영국과 한국 투자자 이익의 최일선에 놓여 있습니다"라면서 "영국은 이제까지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며 국제 파트너와 협력하여 함께 에너지 전환을 이뤄나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화강윤 취파_'한·영 청정에너지 고위급 대화' (1)

이날 토론회에는 에너지 수요 유연성과 지역 에너지 시장 모델을 연구하는 데이비드 쉽워스 교수(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에너지·건축환경학과)도 참석했습니다. 쉽워스 교수는 한국도 참여하고 있는 IEA 산하 정부 간 기술협력 프로그램인 '사용자 중심 에너지 시스템'(User-Centred Energy Systems)의 의장으로서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기술 협력과 확산을 이끌고 있는 석학입니다.

쉽워스 교수는 S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한국 전력 시장의 과제와 원자력 발전의 미래, 국제 협력 방향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데이비드 쉽워스 영국 UCL 교수 인터뷰
David Shipworth,
Professor of Energy and the Built Environment at the UCL Energy Institute
Chair of User-Centred Energy Systems (Users TCP) – a Technology Collaboration Programme of the International Energy Agency.

"영국, 탄소배출에 책임 있어…한국 산업기반 '강력'"


Q. 산업혁명 발상지가 영국인데, 거기서 재생 에너지에서도 앞장서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그래서 개발도상국들의 탈탄소화를 설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A. 저는 여러 가지 다른 유형의 국제 협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이 탈탄소화 측면에서 선도적이긴 하지만, 호주와 캘리포니아와 같은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통합 측면에서 더 앞서 있다는 것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에는 전력망에 수력 발전의 보급률이 매우 높은 국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영국이 산업혁명부터 많은 탄소 배출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탈탄소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정부와 기관 간에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영국은 세계 각국과 협력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영국도 전력 시장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 나눌 수 있는 교훈이 많습니다.
또 한편으로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측면과 탄소를 줄이기 위한 에너지 시스템에 적응하는 측면에서 서방이 개발도상국에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개발도상국들이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돕기 위한 기술 이전과 재정적 지원 프로그램도 필요합니다. 국제적인 협력이 각 국가가 목표를 더 효과적으로 이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많은 단계가 있습니다.

Q.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파트너라고 보시나요?

A. 저는 영국이 시장 설계, 정책 및 규제 그리고 일부 기술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는 롤스로이스를 통해 모듈식 원자로(SMR)를 개발하는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전력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문 기술을 연구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은 이제 더 이상, 특히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부품을 제조하는 산업 능력이 많지 않습니다. 한국은 매우 강력한 산업 기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변압기를 비롯해서 기타 필수 부품을 생산하는 데 매우 강력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 변압기 공급이 부족합니다. 영국에서는 실질적인 에너지 전환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엔지니어링과 통신 기술,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개발에 대한 기술적 전문 지식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전력시장과 전기요금, 과제는?


Q. 한국의 전력시장은 송배전과 판매도 공공부문이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이 구조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A. 한전에서 발전 부문은 분리되었지만 공급 측에서는 분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한국에서 에너지 공급 업체는 하나뿐입니다. 에너지 전환의 진정한 과제 중 하나는 수요 면에서 유연성을 얻는 것입니다.
영국은 여러 전력 공급업체가 있어서 산업용 건물과 주거용 건물 모두에서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옥토퍼스 같은 굉장히 혁신적인 회사들이 소비자들의 돈을 절약하면서도 에너지 시스템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품을 많이 만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전이 송배전 시스템은 계속 통제하더라도, 판매 시장의 공급 측면에서는 경쟁을 허용해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서 더 좋은 품질의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또 전력 체계의 수요 측면이 반응을 촉진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 정부는 전기 요금을 통제해 낮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점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A. 전력 요금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하나는 소비자가 일정 기간 동안 지불하는 평균 가격입니다. 두 번째 부분은 가격의 변동 가능성입니다.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도 있지만, 천천히 인상하되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른 가격을 도입할 수도 있습니다. 가격의 다양화를 통해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시기, 전기 자동차를 충전해야 하는 시기, 히트 펌프 또는 에어컨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는 시기에 대한 신호를 사용자에게 보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가격의 변동 가능성과 전체 비용에 대해 모두 생각해야 합니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합니다. 전력 사용 비용이 올라가면 더 효율적인 기술에 투자하거나 집과 건물을 단열하여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유인이 생깁니다. 저는 그런 총비용과 함께 어느 정도의 변동 가능성이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주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라고 생각하고, 어떤 변화라도 에너지 시스템의 비용이 어떻게 분배되는지에 대한 국가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전기요금을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면, 시민들을 어떻게 설득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A. 저는 이것이 한국적인 맥락에서 정말 관심 가는 논의라고 생각합니다. 전기 요금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서 정부의 보조금이 많이 지급되는 것은 명백합니다. 시민들은 세금이나 다른 제도를 통해 그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해외 시장에 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제조업체에는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누가 혜택을 받고, 누가 이러한 낮은 가격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한국 사람들이 현재 제도가 공정한지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구조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세금을 통해 시민들이 실제 부담해야 할 것보다 더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매우 어려운 논의입니다. 그런데 많은 나라들이 한국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중동이나 다른 곳의 많은 국가들이 에너지 소비자들에게 에너지 가격을 보조해 주고 있습니다. 전력의 진정한 비용을 더 잘 반영할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화강윤 취파_'한·영 청정에너지 고위급 대화' (1)

윤석열 정부의 '원전을 통한 탄소중립' 가능할까?


Q. 한국 정부는 원전 확대와 SMR(소형 모듈 원자로) 기술 개발을 에너지 전환의 핵심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A. 각국 정부가 원자력에 관심을 갖는 대부분 에너지 안보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히 한국적인 맥락에서, 한국은 다른 발전원과의 연결도 없기 때문에 에너지 공급의 안전 보장이 중요합니다.
저는 원자력 발전이 얼마나 비용 효율적인지에 대해 약간의 우려가 있습니다. 우리는 영국 등 여러 곳에서 재래식 원자력이 매우 비싸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는 많은 수의 원자로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장소를 어디로 하느냐에 따라 정치적으로 민감해질 수 있습니다. 도시 근처에 설치할까요? 이 원자로를 어디에 설치하시겠습니까? 시민들이 원자로를 그들이 사는 곳과 더 가깝게 두는 것에 어떻게 반응하나요? 이런 점은 우리가 아직 논의하지 않은 측면입니다. 한국 전역에 500개의 소형 원자로를 설치해야 하는데, 시민들이 그들의 집과 가까운 곳에 원자로를 원하지 않는다면 어려움이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보면 장점도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해결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의 탄소 감축이 가능할까요?

A. 풍력과 태양광만으로는, 가능하긴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듭니다. 더 잘 작동하려면 모든 에너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여러 개의 발전원과 장기적 스토리지(에너지 저장시설)가 필요합니다.
영국과 같은 일부 국가에는 해상 풍력이 많은 시스템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영국은 필요한 양의 두 배를 건설하고 그 남는 에너지를 사용하여 녹색 수소를 생산한 다음 겨울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발전원과 장기적 스토리지가 없는 풍력·태양광은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솔루션은 아닙니다. 다양한 발전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다만, 풍력과 태양광의 가격이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어서 더 경제적으로 효율적이 되고 있습니다. 원자력의 비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승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어느 시점이 되면 풍력과 태양열만을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수준에 이를 수 있겠지만, 그것은 당면한 현재의 탈탄소화 과제를 달성하기에는 너무 먼 길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스토리지, 다른 형태의 저탄소 발전 및 수요 측면의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경우 풍력과 태양열만으로는 최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전해와 병행하는 원자력 발전 같은 다른 발전원도 활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원자력이 필요한지는 토론해 봐야 합니다.

Q. 한반도의 전력망은 외부의 연결 없이 고립되어 있는데, 이런 하나의 전력망 안에서 원자력이 신재생에너지와 효율적으로 공존할 수 있을까요?

A.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재생에너지냐, 원자력이냐' 하는 이상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그런 논쟁이 없습니다. 재생에너지 대 가스 또는 재생에너지 대 석탄 같은 논쟁이 있을 뿐입니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이 함께 작동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새로운 기술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SMR(소형 모듈식 원자로)을 통해 더 반응성이 좋고 부하를 따르도록 하는 새로운 기술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수요 측면의 대응도 더 통합적으로 운용해야 합니다. 영국 산업은 에너지의 사용 시기에 따라 많은 유연성을 제공합니다. 한국은 산업이 많습니다. 따라서 산업의 수요 대응을 풀면 재생 에너지와 원자력이 협력하여 작동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원자력을 이용한 수전해로 녹색 수소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수전해 장치가 원자력 발전소 옆에 있으면 전력 수요가 없을 때도 원자력이 계속 가동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원자력과 재생 에너지의 수요, 그리고 산업과 소비자의 수요를 유연하게 일치시켜야 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Q. 하지만, 원자력은 매우 경직적이고 유연성이 없는 데 반해 재생에너지는 매우 유연합니다. 이런 차이 때문에 원전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방해가 된다는 견해도 존재합니다.

A. 원자력은 미래에는 지금과 같이 경직돼 있지 않을 겁니다. 현재의 기술은 꽤 경직적입니다. SMR이 가진 새로운 기술들은 지금처럼 경직적이지 않아서 유연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신기술들도 유연할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오르내리고 간헐적이지만, 해상 풍력 발전소를 설계하는 새로운 방식은 수요에 따라 출력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종합하면, 재생에너지도 유연해질 수 있고, 차세대 원자력도 유연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력 수요 측면의 유연성을 통해 발전량과 전력 수요를 일치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수요에 반응하는 원자력의 새로운 기술, 재생 에너지의 새로운 기술에 달려 있습니다.

데이비드 쉽워스 영국 UCL 교수 인터뷰

Q. 그렇다면 SMR은 석탄이나 가스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A. 네, 그렇습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에서 SMR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복합형 가스터빈(CCGT)은 발전량을 높이고 낮추는 유연한 발전을 가능하게 합니다.
하지만, SMR은 수소나 기타 급전가능한 (Dispatchable) 발전원이 필요합니다. 천연가스가 그 유연한 발전을 제공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수소를 생성하는 수전해기가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함께라면 가스와 석탄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Q. SMR 기술을 희망적으로 보는 편인가요?

A. 아니요. SMR은 비용이 많이 드는 해결책이 될 것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다른 방법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SMR은 리스크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독일이 원자력 발전을 전면 중단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시민들은 원자력 문제와 원자력 사고에 매우 민감합니다. 전 단 한 번의 민간, 또는 군사적 원자력 사고만으로 전체 국민들이 그들이 사는 곳 근처에 SMR을 짓는 것을 원하지 않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SMR은 이런 주민 수용성 문제가 있고, 비용도 많이 들고 건설하는 속도도 느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SMR은 좋은 솔루션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과제는?


Q. 한국의 재생에너지는 발전 원가(LCOE)가 굉장히 높습니다. 영국은 이를 어떻게 낮출 수 있었나요?

A. 우리는 다행히 전국적으로 먼바다에 매우 좋은 풍력 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석탄이나 가스 화력 발전소보다 비용에서 경쟁력이 있는 아주 큰 풍력 발전 단지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또 탄소가격제도를 통해 화석 연료 사용 가격이 더 비싸고 재생 에너지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재생 에너지를 더 비용면에서 경쟁력 있게 만들고 그 비용을 재분배하기 위해 화석연료에 보조금을 줄이는 등 여러 조치를 취했습니다.

저는 한국적인 맥락에서 계획 과정에서나 정부의 이니셔티브 때문에 재생 에너지와 관련해 큰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합니다. 그건 실제로 드는 비용이 아닙니다. 기술 자체 때문에 생기는 비용이 아니라, 정책 프레임워크에서 생기는 비용입니다. 그래서 그 비용은 재생 에너지에서 가스 또는 기타 탄화수소로 옮겨갈 수 있고, 이것이 영국이 해온 겁니다.

Q. 그런 제도들이 한국의 산업 생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 부분은 영국이 어떻게 극복했나요?

A. 우리 상황은 조금 달랐습니다. 우리는 제조업 부문을 외부화해 왔고, 지금 우리 경제의 대부분은 서비스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서비스업은 제조업만큼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한국적인 맥락에서 제조업 생산에는 에너지 비용이 낮으면 이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여러 나라가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유럽 시장에서는 탄소 배출량이 많은 나라의 제품을 구매할 때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될 겁니다.
지금 한국이 낮은 에너지 가격으로 누리는 장점은 곧 사라질 겁니다. 유럽이나 다른 시장에 진출하면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장점이 향후 몇 년 안에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간헐성 때문에 망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기는데, 영국은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A. 우리는 용량 메커니즘(capacity mechanism)이라고 불리는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력이 필요하면 발전사에 돈을 지불하지만, 전력이 필요하지 않으면 돈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바이오매스나 다른 발전 방식을 갖추도록 비용을 지불합니다. 그러고 나서 전력이 모자란다는 것을 발견하면 그들에게 발전을 시작하라고 요청합니다. 이것이 매우 유용한 용량 메커니즘입니다.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은 시장을 설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수요를 예측하고 그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발전량만 확보하는 시장이 있습니다. 예컨대 영국의 전력망은 오래되었고 업그레이드가 필요하지만, 그것을 처리할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전선, 더 많은 고전압에 투자할 수도 있지만, 수요지 바로 옆에 발전원을 설치하는 분산 발전원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수요가 많은 곳 근처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거나, 풍력 발전소가 있는 곳에 수요(가 많은 산업을)를 많이 두거나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전체 에너지 시스템 플래닝 솔루션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비용 효율적인 솔루션은 위치, 수요가 무엇인지, 발전원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여러분은 전체 시스템에 대해 고려하고 전기와 가스 및 모든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살피는 규제 기관을 가져야 합니다.

Q. 한국의 중앙 집중적인 전력망 시장이 오히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도움이 될 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A. 그 부분은 거버넌스가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은 (전력의 수요와 공급을 전체적인 체계에서 바라보는) 총체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은 한국전력공사를 통해 이런 총체적 관점을 갖출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빠르게 혁신하고 변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할 때 생기는 장점 중 하나는 여러 공급자들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한다는 점이고, 이는 상황을 더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중앙집권적 통제가 좋은 경우도 있지만, 이는 정부와 조직이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매우 강력하게 추진할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이 잠재적으로 잘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는데, 이는 정부와 중앙집중적 기관(예를 들어, 영국의 신설 National ESO와 같은 계통운영자 또는 독립규제 기관)이 규제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변화를 가져오고 시장에서 경쟁을 허용하여 발전 또는 유연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보입니다.

지금 한국의 전력시장 구조는 재생에너지에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해당 부문에서 규제가 작동하는 방식을 바꾸면 흡수는 가속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에는 영국의 Ofgem 같은 전력 시스템에 대한 독립적인 규제 기관이 없습니다. 영국의 Ofgem은 매우 강력한 기관이고 전력 시장 부문에서 변화를 이끌어 왔고 정부로부터 독립적입니다. 한국의 사례에는 그런 기구가 꽤 효과적일 것입니다.
저는 민간 부문에 확실한 시장 신호와 장기적인 투자 신뢰를 줄 수 있는 규제 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민간 부문은 규제 기관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영국에서 재생 에너지 도입을 가속화하는 데 효과가 있었습니다.
* Ofgem : 정부로부터 독립된 영국의 전기·가스 규제기관. 영국은 1990년대부터 전기 판매에 시장 체제를 도입해 발전사 간의 경쟁을 유도했고, 2000년부터는 Ofgem을 통해 통제권까지 시장에 넘김.

Q. 만약 그 규제 기관이 재생에너지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다면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A. 저는 영국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정당들이 모두 탈탄소화를 지지했고 우리는 정부가 특정 탄소 목표를 달성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마련했습니다. 그것은 매우 강력했고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보냈고 그것은 또한 기후 변화 위원회를 건설할 수 있게 했고 그 위원회는 5년 목표와 달성해야 할 탄소 예산을 설정했습니다.

정치적 의지와 구조 변화가 없는 한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인과 언론이 해야 할 일은 현재 제도가 운용되는 방식이 공정한지, 전력 판매에 경쟁을 도입하면 더 좋을지에 대한 논의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가 휴대전화 제조회사를 딱 하나만 허용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휴대전화에도 경쟁이 있고 국민들은 원하는 제조회사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에너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앙 집중식 공급업체가 있으면 경쟁이 없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물어야 합니다. 정부가 제공하는 단 하나의 휴대전화 제조사만 있는 것을 원하는가? 답이 'NO'라면 에너지 분야에서도 경쟁이 필요합니다.

(VJ : 김준호, 스크립터 : 전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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