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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재앙으로"…'돈 먹는 하마' 된 재건축

<앵커>

몇 년 전만 해도 어디에 재건축 단지가 나오면 건설사들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서로 자기가 하겠다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최근 3년 사이 공사비가 무려 43%나 치솟다 보니까 이젠 서울 강남에서 재건축을 한다고 해도, 선뜻 나서는 건설사가 없습니다. 조합은 조합대로, 엄청난 분담금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현장을 이호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신반포 27차 아파트입니다.

강남에 한강 조망권인데도 지난 1월 시공사 선정 입찰에 건설사 단 1곳도 참여하지 않았고, 이어진 2차 선정도 유찰됐습니다.

잠실의 이 아파트도 시공사 선정이 벌써 2번 유찰됐고 3번째 입찰 공고를 내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윤기헌/잠실우성4차 재건축조합장 : 시공사들도 좋은 사업지를 이제 골라 다녀요. 조합 입장에서는 시공사 모시기가 힘들죠.]

공사비 급등이 장기화되면서, 이른바 노른자 땅이라는 서울의 입지 좋은 재건축 현장들도 속속 멈춰섰습니다.

지난해 전국 재건축 평균 공사비는 3.3㎡당 687만 5천 원으로, 3년 새 43%나 올랐는데, 서울은 이미 800~900만 원에 달합니다.

가장 많이 쓰는 철근이 56.6%, 시멘트는 46.8%나 급등해, 입찰해봤자 수익이 안나니 건설사들은 몸을 사리는 겁니다.

[건설사 관계자 : 조합이 생각하는 공사비랑 건설사가 생각하는 공사비랑 사실 잘 맞지 않아요. 지금 공사비 그걸 맞추려면 분양가가 엄청 또 올라가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분양이….]

궁여지책으로 강남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는 운송비 절감과 안정적 자재 공급을 위해 부지 안에 레미콘 공장을 설치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입니다.

조합도 고민이 큽니다.

공사비 폭등에 가구당 분담금이 수억 원, 심지어 현재 살고 있는 집값보다 더 많이 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윤기헌/잠실우성4차 재건축조합장 : 새로운 아파트에 들어가 살 수 있는 희망 같은 게 있었는데 지금은 재앙이 된 것 같아요. 그 분담금을 내고 들어와서 살 수 있는 그런 조합원님들이 많지 않다.]

[고종완/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 : 정부가 규제 완화를 서두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당장 재건축 사업의 정상화를 꾀할 수는 없고 특히 1기 신도시 같은 경우도 상당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로또는 옛말, 돈 먹는 하마가 돼버린 재건축.

사업 지연 기간이 길어질수록 공사비는 더 올라 합의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우려됩니다.

(영상편집 : 이소영, 디자인 : 김민영, VJ : 박현우)

▶ 재건축 조합원들 "초고층·최고급 안 바라요"…공사비 '촉각'
▶ '대박'은 옛말…치솟는 공사비에 '돈 먹는 하마' 된 재건축 (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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