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소아마비에 걸린 뒤 70년 넘게 철제 호흡 보조 장치 속에서 꿋꿋하게 생을 일궈온 미국 남성이 78세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폴 알렉산더라는 이름의 이 남성은 그동안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동영상 사이트 틱톡에 '아이언렁맨'(ironlungman)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올려 왔습니다.
알렉산더는 6세 때이던 1952년 소아마비에 걸려 전신이 마비된 탓에 '아이언 렁'(iron lung)이라는 기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이언 렁'은 음압 인공호흡기의 일종입니다. 소아마비 백신이 개발되기 전 환자들이 횡격막 근육 마비로 호흡에 어려움을 겪을 때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철제 기기는 머리를 제외한 온몸을 완전히 감싸는 큰 원통형 구조로 되어 있으며 내부를 일부 진공 상태로 만들어 환자의 폐가 호흡할 수 있도록 산소를 공급합니다.
평생을 이 기기에 들어가 얼굴만 내놓은 채 살아야 했던 알렉산더는 불굴의 의지로 학교를 다녔으며, 법학을 오랫동안 공부해 변호사가 됐습니다.
AP에 따르면 그는 1978년 텍사스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학위를, 1984년 같은 대학에서 법학 학위를 받았습니다.
또 그는 손을 쓸 수 없지만 입에 펜을 물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8년에 걸쳐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을 집필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는 틱톡에서 "나는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은 목표와 꿈이 있다”며 “소아마비와 이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수백만 명의 어린이에 대해 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2018년 지역 매체인 댈러스 모닝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의 '마법 같은 사랑'을 꼽았습니다.
그는 "부모님은 '넌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고, 나는 그 말을 믿었다"라고 했습니다.
틱톡 동영상 등으로 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그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이어졌으나, 그는 '아이언 렁' 안에서 지낸 지 72년 만에 세상을 떠나 영면했습니다.
그의 오랜 친구 대니얼 스핑크스는 지난 11일 알렉산더가 댈러스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AP에 전했습니다.
스핑크스는 알렉산더가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알렉산더)는 웃는 것을 좋아했다"며 "그는 이 세상의 밝은 별 중 하나였다"라고 추모했습니다.
(사진=AP 통신, CBS NEWS 보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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