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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저출생 대책? 결국 시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정책"

'저출생 사회, 무엇이 문제인가?'…프랑스 전문가 인터뷰 (2)

[취재파일] "저출생 대책? 결국 시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정책"
▲ 로랑 툴몽 (프랑스 국립인구연구소(INED) 수석연구원)
 

프랑스 높은 출산율의 배경은?

프랑스 아이들

프랑스가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두 가지 주요 요인 중 첫 번째는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부부가 맞벌이를 할 유인이 매우 강하다는 것입니다. 즉 아이가 있을 경우, 부부는 충분한 돈을 벌기 위해 동시에 각자 자신의 경제적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아이가 태어난 뒤 빨리 일자리에 복귀할 동기를 갖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출산 후 부부 모두가 빨리 직장으로 돌아가고, 보육 시설이나 다른 누군가가 이들의 근무시간 동안 아기를 돌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따라서 아이를 낳겠다는 결정이 여성으로 하여금 일을 그만두고 좋은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의지를 포기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두 번째 요인은 프랑스에는 3세 미만의 아이들을 위한 보육 시설이 제공되고 3세 이후에는 아침 일찍부터 오후 늦게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학교(공교육)가 있어서, 3세 이상의 아이를 가진 부모가 쉽게 양육과 일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프랑스인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책임을 국가가 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에서는 아이를 가진 여성이 좋은 커리어를 쌓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저는 이 점이 프랑스와 한국의 출산율 차이를 설명하는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는 이민자 때문에 출산율이 높다?"

프랑스 시민들

프랑스에서 태어나는 아이들 가운데 부모 중 한 명 혹은 두 명 모두가 외국에서 태어난 경우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프랑스 태생 부모들의 출산율도 높고, 유럽 다른 나라들에도 이민자는 많습니다. 따라서, 이민자들의 존재와 그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보인다는 사실은 프랑스가 유럽 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 주지 못합니다. 또한 이민은 프랑스의 역사이자, 유럽 역사의 일부입니다. 프랑스에는 항상 이민자들이 있었고, 프랑스인의 정체성은 외국에서 태어난 부모 혹은 조부모 혹은 그 위 선대의 조상들을 가진 모든 이들을 아우릅니다.
 
(** 기자 주 : 프랑스 국립통계청(INSEE)이 2019-2020년 프랑스 거주 가임기 여성을 이민 1세, 이민 2세, 비이민 여성으로 나눠 각각의 출산율을 분석한 결과, 이는 각각 2.35명, 1.90명, 1.86명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프랑스 거주 가임기 여성의 전체 출산율은 1.93명으로 집계됐다.)
 

아이 63%가 비혼 가정서 탄생…'가족 다양성'이 출산율 높일까?

프랑스 '팍스'(시민연대협약)

지난 50년 동안 프랑스에서는 가족 행동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결혼은 감소하고, 비혼 커플과 비혼 커플의 출산은 증가했습니다. 분명한 건 프랑스의 정책은 모든 형태의 가족을 위한 것이란 점입니다. 프랑스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하는 것은 개인이 삶의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삶의 단계에서 타인과 일종의 연대를 구성(union **결혼·등록 동거제·단순 동거를 모두 포함한 개념)하기로 결정하고, 아이를 낳고, 이후 그 연대를 정리하고 또 다른 연대 관계를 맺은 뒤 여기에서 새로운 아이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가족 형태의 다양성은 개인이 삶의 다양한 지점에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네, 저는 가족 형태의 다양성이 인정되고 국가가 모든 형태의 가족을 적극 지원한다는 사실이 프랑스의 출산율을 높이는 배경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유럽에서 출산율이 높은 나라들은 대부분 비혼(혼외) 출산 비율이 높은 나라들입니다. 결혼과 상관없이 여성은 아이를 가질 수 있으며, 이는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수치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비혼 커플이 아이를 갖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커플 생활이 불행한 경우 커플 관계를 끝낼 수도 있기 때문에, 아이를 혼자 키우는 어머니들이 많다는 것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저출생 대책, 어때야 하나?

육아용품

도발적으로 표현하자면, 현재 출생률과 관련된 담론은 나이 든 남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다며 젊은 여성들을 비난하는 양상으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정작 비난받아야 할 대상은 젊은 여성들에게 일할 좋은 기회를 주지 않아온 나이 든 남성들입니다. 덜 불평등한 사회로 가는 게 하나의 열쇠입니다. 덜 불평등한 사회는 극단적으로 낮은 출생률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저의 주요한 결론입니다.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많은 정책이 보수적인 가족관에 근거해 여성을 타깃으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더는 효과가 없습니다. 사회는 유연해져야 하고, 아이를 갖는 일은 사회 경제적으로 과도하게 비용이 드는 일이 아니어야 합니다. 양질의 보육 시설을 더 많이 제공하고 일자리에서 성 평등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여성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자신이 어머니이자 가족에 복종하는 비근로 여성의 역할에 갇히게 될 거라고 두려워하지 않도록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가 있든 없든 성인은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며, 그것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일입니다. 

결과적으로 효과적인 저출생 대책은 아이가 있는 부모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입니다. 시민의 복지를 증진하는 정책은 그것이 비록 출생률 증가를 직접적인 타깃으로 삼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한 사회의 출생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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