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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포트] 목조 문화재 갉아먹는 '흰개미 떼'…"다 파먹었어요"

전각 문을 열자마자, 창틀 나뭇결을 따라 선명히 보이는 구멍들.

패이고 뜯긴 나무 문턱을 손으로 꾹 누르면 쉽게 바스러지고, 나무 속을 파다 보면 손 절반이 들어갈 정도입니다.

울산 북구에 자리 잡은 전통 사찰 신흥사가 일본흰개미 떼의 습격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여름쯤.

[신흥사 관계자 : 보면 다 파먹었어요. 이게 (건물) 전체가 목조라고 하면 무너지는 거죠.]

개미가 갉아먹은 건물을 두드려볼 텐데요.

멀쩡한 기둥에선 둔탁한 소리가 나는 반면, 구멍이 난 창틀에선 속이 비어 있는 가벼운 소리가 나고 있습니다.

방제해도 곧바로 다른 곳으로 옮겨가다 보니, 이젠 신흥사에 보관 중인 보물과 문화재에 끼칠 피해까지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인경스님/신흥사 주지 : 보물로 지정된 불상을 모시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문화재 보호 차원에 있어서도 이 흰개미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울산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울산향교라고 해서 상태가 다르진 않습니다.

피해가 심했던 기둥 하나는 교체 공사를 해야 할 정도였는데 꾸준히 약을 치고 미끼도 놔도 도통 먹히질 않습니다.

[울산 향교 관계자 : (약이) 효과가 없어요. 효과가 있는 것 같으면 다 죽어서 없어져야죠.]

흰개미 번식기인 4~5월을 코앞에 두고, 목조 문화재엔 또다시 비상이 걸린 상황.

기후변화로 우리나라에서도 흰개미의 활동기간은 점차 늘고 있지만, 지자체 방제는 피해가 확인된 문화재 위주로만 이뤄지면서 한발 늦은 방제와 복구에 그치고 있습니다.

(취재 : 신혜지 UBC, 영상취재 : 김영관 UBC, 영상편집 : 전민규,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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