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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 넘은 시대의 흔적…박목월 미발표 시, 46년 만에 세상으로

<앵커>

한국문학의 거장인 박목월 시인의 작품 가운데 그동안 발표되지 않았던 166편이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자연을 소재로 한 시를 많이 썼던 기존의 작품과는 결이 다른 게 많아서 우리 문학사를 다시 써야 할 수도 있단 평가도 나옵니다.

장선이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우리는 일어난다 일어나고야 만다 이 겨레의 핏줄을 가진 자라면 구악의 썩어빠진 시궁창에서 새살림 주춧돌 바르게 놓아 남에게 뒤지쟎는 겨레가 된다.'

저항 시인의 작품처럼 보이는 이 시를 쓴 주인공은 뜻밖에도 대표적인 서정시인 박목월입니다.

자연을 소재로 한 서정시를 주로 쓴 박목월은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해방 직후 시집 '청록집'을 펴내 청록파 시인으로 불려 왔습니다.

이 시를 포함해 오늘(12일) 처음 공개된 미발표 시 166편은 기존에 알려진 박목월의 시 풍과는 결이 다른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이 작품들은 박 시인의 장남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가 자택에 소장한 노트 62권과 경북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에서 보관 중이던 18권의 노트에서 발견됐습니다.

타계 46년 만입니다.

[박동규/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 아버지가 살아온 생애의 전반적인 한 시인의 생애를 보는 데는 이것이 필요한 자료가 아니겠는가.]

193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쓴 작품들 가운데 기존에 발표된 시들을 제외하면 모두 290편입니다.

이 가운데 문학적 완성도가 높고 창작 변화 과정이 잘 드러난 166편을 선별해 공개한 겁니다.

1950년대 제주도를 소재로 한 시, 1960년대 서민들의 일상을 담은 작품, 격동기였던 해방과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시들이 포함됐습니다.

[우정권/단국대학교 자유교양대학 교수 : 한국 시 문학사를 다시 써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건 저희가 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희보다 더 젊고 유능한 연구자들이 해야 할 몫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공개된 작품들은 원본을 디지털화해서 공개하고 전자책으로도 발간될 예정입니다.

(영상편집 : 김진원, 자료제공 :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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